지난 14일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라는 도시에서 국제포경위원회(IWC·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67차 총회가 끝났다. 플리커 제공
안녕하세요. 한겨레에서 동물기사를 쓰는 최우리라고 합니다.
지난 10~14일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라는 도시에서 국제포경위원회(IWC·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67차 총회가 있었습니다. IWC는 고래잡이에 대한 국제 협의 기구입니다. 고래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고민한 국제회의죠. 그런데 남획으로 고래 개체 수가 줄고 고래 관광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점점 고래를 보호하자는 목소리를 수용해왔습니다. 1986년에는 고래 개체 수가 현저히 회복될 때까지 모두가 포경을 금지한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상태이지요.
모든 국제회의가 그렇듯,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에 따라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 정부 관계자 말에 따르면 89개 회원국 중 포경국과 반포경국 비율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지금도 고래를 잡고 있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일본 등이 대표적인 포경국가이고 브라질을 앞세운 남아메리카 국가는 고래 관광 활성화를 이유로 고래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1978년 가입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고래잡이가 불법입니다. 그물에 걸려 고래가 죽는 혼획만 유통이 허락됩니다.(혼획을 가장한 포경이 이뤄지고 있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지적도 있습니다)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 안건은 부결되었다.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상업포경 재개안에 ‘기권’
이번 IWC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표결을 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4가지 안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이 공개되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포경 또는 고래 보호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비교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일본이 제출한 안건입니다. 포경국인 일본은 ‘IWC의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의 제안을 합니다. 1) 포경 관련 소위원회를 신설하자 2) 총회 협약 개정할 때 정족수를 완화하자 3) 나라별 상업포경 쿼터를 산정하자 등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요건을 완화해 상업포경을 재개하자는 게 골자이지요. 투표 결과 반대 41개국, 찬성 27개국으로 결국 부결됐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IWC 탈퇴까지 생각할 정도로 이 표결에 힘을 쏟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탈퇴하면 지금 진행중인 조사 목적의 포경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탈퇴까지는 강행하지는 않았습니다. IWC, 유엔해양법조약 등 국제기구와 연대해 자원관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남극조약이 있는데, IWC를 탈퇴 후 조사포경을 계속하면 남극조약에 위반될 우려가 있거든요. 아무튼 여기서 한국은 ‘기권’을 했습니다.
두번째는 남대서양 고래보호구역 지정 관련입니다. 2016년 남극 대륙의 로스해 150여만㎢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어업활동을 제한하지요. 이번에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구역은 적도 이남의 남대서양입니다.
쉽게 말해 보호구역을 늘리자는 겁니다. 이 안건은 일본과 포경국들의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찬성 39개국, 반대 25개국 등으로 정족수 2/3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반대’했습니다. 이 안건은 2012년 파나마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나왔는데 두번 모두 부결됐습니다.
세번째는 플로리아노폴리스 선언 채택 여부입니다. 이 선언은 고래를 영구히 보호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찬성 40개국, 반대 27개국, 기권 4개국으로 겨우 통과되었습니다. 한국은 ‘반대’했습니다.
네번째는 원주민의 생존 포경에 대한 표결입니다. 6년 마다 고래를 얼마까지 잡아도 되는지를 정하는데 그 시기가 돌아온 거죠. 한국은 소위원회에서 올린 쿼터에 ‘찬성’했습니다. 고래 보호를 강조하는 남미 국가 일부에서 ‘생존포경이 맞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아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원주민 생존포경으로 333마리를 잡았다고 하네요.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돼 반대”
해양수산부에 투표의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국제협력총괄과 임성규 사무관은 일본의 제안에 기권한 것을 두고 18일 “상업포경 재개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포경위원회 설치는 찬성했기 때문에 결정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대서양 보호구역 지정과 플로리아노폴리스 선언문 채택에 반대한 데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현재 남극 보호구역이 있는데 추가 지정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했다. 급진적 보호정책에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WC가 고래를 보호하자는 쪽으로 기울게 되면 포경국의 탈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 않냐고 덧붙였습니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고 합니다.
이에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의 결정을 잘 지키고 있다고 하면서 포경(허용)으로 기울어지길 바라는 소심한 투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한민 시셰퍼드 코리아의 활동가는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나라라면 이렇게 표결하면 안 된다.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투표였다”고 비판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은 한국 정부가 고래 포획을 방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지난해 울산지방검찰청 검사가 불법포획으로 추정되는 고래고기 장물 21톤을 포경업자에게 돌려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고래 포획은 불법이지만 ‘바다의 로또’라는 고래가 잘 잡히는 곳이 어딘지 아는 어민들도 있습니다.
고래 포획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여러분은 얼마나 동의하시는지요? 지난 3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브래들리 타타르 교수가 국제 학술지 ‘마린폴리시’에 발표한 결과를 참고해볼까요. 울산에서 열리는 고래축제 참가자 579명에게 물었는데 응답자의 88%가 포경을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