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하지만 화사한 아네모네처럼 촉수를 활짝 펼친 실꽃말미잘. 독도 부채바위 부근에서 촬영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가 쏜 화살을 맞고 인간 청년 아도니스를 사랑한다. 인간과 신의 부질없는 사랑은 아도니스의 죽음으로 끝나고, 비탄에 젖은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생명을 불어넣어 꽃을 피운다. 그 꽃이 아네모네란 꽃이다. 아네모네는 그리스어로 바람을 뜻하는 아네모스에서 왔다. 아네모네는 봄바람을 타고 잠깐 피었다가 스쳐 가는 바람결에 지는 화려하지만 연약한 꽃이다.
말미잘의 영어 이름은 ‘바다 아네모네’이다. 물속에서 말미잘이 조류에 따라 촉수를 하늘거리는 화려한 모습은 한 떨기 꽃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꽃보다는 산호, 해파리, 히드라에 가깝다. 말미잘은 입과 항문이 하나인 강장동물이다. 화려한 촉수는 작은 물고기를 유혹하여 잡아먹는 도구로 사용한다. 말미잘은 자극에 민감한 동물이다. 화려한 촉수를 나풀거리다가도 위험을 느끼면 순간적으로 촉수를 강장 속으로 끌어들인다. 몸통만 남은 말미잘은 뭉툭한 덩어리 모양이다.
말미잘 촉수가 화려하고 연약해 보여서 마음대로 만져볼 수는 없다. 또 촉수의 자포에는 독이 있어서 먹잇감이나 침입자가 다가오면 총을 쏘듯이 자포를 발사한다. 번식은 입으로 정자와 알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하지만, 아메바처럼 몸이 둘로 갈라져 따로 자라는 무성생식을 하기도 한다.
말미잘은 주로 조용한 내만 안쪽 조간대 지역에서 살아간다. 물이 빠졌을 때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독도에서는 천장굴 부근과 선착장 주변 부채바위 근처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실꽃말미잘(Cerianthus filiformis)은 모래나 모래 진흙 바닥에서 살아가는 종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꽃말미잘목에 속하는 유일한 종이어서 학술 가치가 크다. 관 말미잘에 속해 튼튼하지만 몸은 신축성 있는 관으로 되어 있다. 관 말미잘은 산호 같은 단단한 골격이 없다. 색깔은 흰색부터 갈색, 자주색으로 다양하다.
군산대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