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서울동물원에서 찍은 수겔라와 가자바.
5일 수컷 코끼리 가자바의 갑작스러운 폐사로 서울동물원에는 암컷 코끼리들만 남게 됐다. 동물원 쪽은 지난 2일 35살 수컷 코끼리 칸토를 잃은 뒤 연이어 수컷 코끼리를 잃었다. 가자바는 서울동물원의 유일한 수컷 코끼리였다.
가자바는 2004년 스리랑카에서 태어났다. 6살 때인 2010년 짝꿍인 암컷 수겔라가 한국에 왔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씨앗은 ‘성남이주민센터’ 김해성 목사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에게 베푼 선행이었다. 김 목사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고 일자리를 알아봐 주었다. 이때 김 목사에게 도움받은 스리랑카 노동자 중 한 명의 삼촌이 스리랑카 야당 국회의원 마힌다 라자팍세였다고 한다. 마힌다 의원과 김 목사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고, 마힌다 의원은 노동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뒤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가자바와 수겔라는 김 목사에 대한 마힌다 대통령의 우정 선물이었다. 사육할 곳을 찾던 중 젊은 아시아코끼리 전시가 필요했던 서울동물원이 코끼리들을 맡기로 했다.
2010년 코끼리 이송을 담당했던 단체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반출이 되지 않는 보호동물이라 스리랑카에서 국회를 열어 반출을 결정했다. 스리랑카에 미안한 마음이 우선 든다”라고 말했다.
쓰러진 가자바. 가자바는 2일부터 예민해졌다. 4일부터는 긍정강화훈련도 거부하고 내실에도 들어가지 않는 등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5일 잠시 암컷인 키마, 수겔라와 새끼 희망이와 교감하다 4시55분께 다리 경련을 일으키며 흥분하다 주저앉았다. 진료팀이 약물 주사를 놓고 응급처치를 했지만 7시께 폐사했다.
가자바의 폐사로 서울동물원에는 사쿠라(53), 키마(33살 추정), 수겔라(14), 희망이(2) 등 암컷 코끼리 4마리만 남게 됐다. 2016년 태어난 희망이는 가자바와 수겔라 사이에 태어난 개체이다. 이미 폐사한 칸토와 키마가 1994년 대전오월드 삼돌이를 낳은 뒤 22년 만의 경사라, 전 국민에게 소개된 아기코끼리이다.
가자바는 왜 폐사한 걸까. 서울동물원은 부검을 했지만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국내에서 가장 시설이 좋다고 평가되는 서울동물원의 코끼리가 급사한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5월 말 서울동물원이 올린 2분짜리 영상에는 가자바가 큰 나무를 코로 감고 앞발로 밀어 쓰러뜨리는 모습이 촬영될 정도로 건강했다. 동물원은 발정기 때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와 이례적인 폭염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동물원의 코끼리 전수조사를 한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우리나라 동물원은 자신들만의 코끼리를 보유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코끼리가 동물원에서 사육하기 어려운 종이고 보전이 필요한 멸종위기종임을 인식하고 관리법이 필요하다”라며 “동물원과 카자(한국동물원수족관연합)에서 번식이 아닌 보전 중심의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서울동물원 제공
지난달 말 서울동물원이 폭염에 대처하는 동물원 상황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소개된 가자바의 모습이다.
지난달 가자바가 얼음 과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