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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당신이 여행을 갔는데 곰을 만난다면?

등록 2018-07-31 16:32수정 2018-07-31 17:54

[애니멀피플]
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 “동물 에티켓 따로 두지 않아”
전문가 “공존 방법 잘 몰라…서식지 안 가는 게 최선”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반 시민이 야생동물을 만났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그만큼 야생동물을 만날 기회가 적다는 의미겠지만, 야생과 공존하는 법을 생각해보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반 시민이 야생동물을 만났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그만큼 야생동물을 만날 기회가 적다는 의미겠지만, 야생과 공존하는 법을 생각해보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30일 노르웨이에서 관광객들의 안전 때문에 북극곰이 사살된 일이 있었다. 북극곰 서식지로 관광을 간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과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휴가철이라 산과 바다로 시민들의 이동이 많은데, 만약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여행을 갈 경우 지켜야 하는 원칙은 무엇일까. 바람직한 생태관광은 무엇일까.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한 결과 생태관광지에서 동물을 만났을 경우 관광객이나 여행사가 지켜야 하는 행동 규칙은 따로 없었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기 위해 주의할 지침을 둘 필요가 없을 만큼, 한국은 야생동물이 살기 좋지 않기 때문이라 추정된다.

환경부 자연공원과 허헌 사무관은 “동물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행동 가이드라인은 없다. 다만 전국 26개 생태관광지에는 해설사가 있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설사는 80시간의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해야만 수료할 수 있다. 합격률이 50% 선이라고 한다. 환경부가 만든 자연해설사 양성교육 교재를 보면 포유류의 경우 야생동물을 보고 싶어도 직접 관찰하려 하기보다 흔적을 찾도록 소개하고 있다. 발자국, 배설물, 보금자리, 울음소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물의 서식을 확인할 것을 권장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생태관광 에티켓을 소개하고 있지만 동물과 관련한 행동 지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의 서식 공간에는 되도록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탐조생태관광을 하는 에코버드투어의 이병우 대표는 “(서식지로) 안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 양심에 맡겨야 한다. 전문가가 동행하면 낫다. 가장 불안한 경우가 전문가를 따라 다녀온 뒤 전문가 없이 재방문할 때”라며 “영종도에 생각보다 많은 물새 번식장이 있다. 자갈밭에 알을 낳는 쇠제비갈매기나 검은머리갈매기 둥지를 못 보고 차가 이를 밟고 지나갈 위험이 항상 있다. 지역사회에서 나서서 새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쇠제비갈매기가 자갈밭에 앉아있다. 둥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못 보고 밟고 지나갈 위험이 있다. 에코버드투어 제공
쇠제비갈매기가 자갈밭에 앉아있다. 둥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못 보고 밟고 지나갈 위험이 있다. 에코버드투어 제공

공사 전후의 매립 개활지 위를 달리는 차량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땅에 알을 낳고 사는 새들도 있다고 한다. 에코버드투어 제공
공사 전후의 매립 개활지 위를 달리는 차량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땅에 알을 낳고 사는 새들도 있다고 한다. 에코버드투어 제공
가능성은 적지만 지리산에 서식지를 복원 중인 반달가슴곰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김정진 팀장도 동물의 서식 공간에는 가급적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 팀장은 “샛길로는 다니지 않아야 한다. 반달가슴곰은 사람을 피하는 편이지만, 만약 곰을 만났다면 눈을 떼지 말고 조용히 현장을 벗어나라”고 조언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탐방로에 흰색, 노란색, 빨간색 홍보물로 곰 출현 경고를 표시해두었다.

야생동물을 만났을 때 행동 지침이 없는 것을 두고, 야생과 공존하는 법을 잘 몰라서라는 해석도 가능했다. 일본 홋카이도의 시레토코 지역은 곰을 볼 수 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관광객들은 교육을 받고 숲에 입장하고, 만약 관광객이 곰을 만나면 탐방은 즉시 중단된다. 주민들은 관광산업으로 돈을 번다. 김 팀장은 “시레토코 지역은 곰과 인간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숲이 있고 그 숲에 야생동물이 살고 인간은 잠시 방문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곰을 무섭다고만 인식한다. 장기적으로는 공존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경상남도 하동에서 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남을 축하하는 ‘제1회 곰깸축제’를 연 윤주옥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이사는 “곰을 보는 관광이 아니라 곰이 사는 숲과 숲에서 나는 생산물을 지역주민들과 나누는 방식의 생태관광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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