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산양이 수풀을 헤쳐가고 있다. 외관상 수컷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환경부 제공
서울 용마산에 발견된 산양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22일 환경부는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 산양이 발견됐다며 인근 산지에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산양을 봤다'는 공원 축구장 관리인의 제보를 받고,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산양으로 드러난 것이다. 배설물의 성상을 볼 때, 두 마리 이상일 가능성도 점쳐져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산양이 어떻게 서울에 오게 됐는지는 수수께끼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우선 이 산양이 사육시설에서 탈출한 개체인지 확인했다. 그러나 경기 포천 광릉수목원이나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등 주변 시설에서는 산양을 키운 적이 없거나 탈출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다른 야생 서식지에서 건너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야생 산양이 약 800~900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설악산국립공원과 경북 울진·강원 삼척 그리고 월악산국립공원의 산양 개체군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모두 서울 용마산에서 최소 100㎞ 이상 떨어져 있다. 본격적인 모니터링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에도 산양은 살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개체도 많은 도로를 건너 서울 변두리까지 오기는 쉽지 않다.
산양은 경사도 30도 이상의 바위 절벽을 좋아한다. 용마산폭포공원에서 발견된 산양. 환경부 제공
게다가 산양은 이동 권역이 넓지 않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산양의 행동 권역은 불과 1㎢ 남짓이다. 장거리 여행을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다. 2013년 울진의 산양(암컷)이 11.6㎞를 걸어 경북 봉화군에 간 사례가 모니터링에 잡힌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암컷보다는 수컷이 먼 여행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수컷 성체는 4~9월에 왕성한 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떤 경로로 서울까지 왔는지가 연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용마산 사진에 찍힌 산양은 외관상 수컷일 확률이 높다고 환경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가장 가까운 산양 서식 추정지는 경기 포천이다. 2013년 경기 포천에서 올무에 걸려 폐사된 개체가 발견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강원 춘천 도심 인근에서도 한 방송사에 의해 산양이 포착된 적도 있다. 하지만 두 지역 산양에 대해선 장기적 서식 여부와 생태 특성이 본격적으로 연구·모니터링 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 용마산 산양의 ‘고향’에 대해 환경부는 일단 유전자 분석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설악산과 월악산 국립공원, 울진·삼척의 산양 그리고 포천의 폐사 개체는 유전자 정보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이곳에서 온 개체일 경우 고향을 추정해볼 수 있다. 암수 여부와 개체수도 추정이 가능하다.
서울 용마폭포공원은 도시에 있지만, 용마산으로 이어진 절벽이 있어 산양이 살기에는 좋은 지형이다. 환경부는 “서울 산양을 설악산 등 주요 서식지로 옮기기보다는 용마산의 서식 환경과 생태계 단절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용마산이 산양이 안정적으로 머물만한 곳인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전자 분석 결과는 25일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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