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실내동물원 사육사 3인의 퇴사 이유
“동물은 소모품…‘다시 사면 된다’는 말 들어”
“만지고 사진만 찍고 가는데 교육이 될까”
“동물은 소모품…‘다시 사면 된다’는 말 들어”
“만지고 사진만 찍고 가는데 교육이 될까”
햄스터를 만지고 있는 아이. 이 아이는 햄스터를 조심스럽게 만졌다.
30일 사는 앵무새 ㄱ씨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자신이 돌보던 알파카가 죽었을 때라고 했다. 외국에서 수입되어 실내동물원으로 왔는데 적응을 하지 못하다 8개월 만에 떠났다. ㄱ씨는 실내동물원에 어울리지 않는 알파카를 야외 공간이 있는 동물원으로 보내자고 했지만, 업체 쪽은 운송 비용을 세느라 늦게 보냈다고 한다. ㄱ씨는 “많이 죽는다. 다양하게 죽는다. 수입돼 처음 들어왔을 때 제대로 안정을 찾지 못하면 먹이를 먹지 않는데 그러다 많이 죽는다. 야행성인데 낮에 체험에 나가야 하는 친칠라(설치류), 햄스터, 여우 등은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소형 동물은 아이들이 살짝만 만져도 죽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ㄴ씨는 아이들 손에 앉아 먹이를 먹는 작은 앵무새들의 수명을 15~30일이라고 했다. ㄴ씨는 “손님 앞에서 먹이 체험을 할 때 새들이 많이 와야 하는데 (새도) 배가 부르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체험할 때만 먹이를 줘서 유인했다. 이때 약한 개체는 먹이를 못 먹을 확률이 높아 잘 죽었다”라고 돌아봤다. ㄷ씨도 “동물 무덤”이라고 잘라 말했다. _____
‘동물이 곧 돈’인 공간 동물원의 자산은 동물이기 때문에, 동물은 곧 돈이 되었다. ㄴ씨는 아프고 적응을 잘하지 못 하는 동물도 체험 시간이 되면 데리고 나가야 했을 때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아침에 동물 컨디션을 보고 내보낼지를 결정하는데 무조건 나가라고 했다. 그때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관리자가 ‘다시 사면 된다’라고 말하며 나를 위로해서 더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ㄷ씨는 실내동물원 동물은 “소모품”이라고 했다. ㄷ씨 역시 관리자로부터 “또 사면 된다”라는 말을 들었다.
아이가 앵무새에게 먹이 주기를 체험하고 있다. 이 아이는 새를 험하게 다루지 않았다.
동물 좋아했지만 배울 게 없었다 모두 동물을 좋아해서 온 이들이었다. 일을 그만둔 가장 큰 원인은 사육사로서 보람을 느끼지 못해서였다. ㄱ씨는 “사육사로서의 본질을 다 하지 못하게 해서”라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팀장이 동물과 동물원을 대하는 태도가 존경스러워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했다. “사육사 일을 실내동물원에서 시작하면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절대 배울 수 없다”는 ㄱ씨는 사육사의 역할을 고민했다고 한다. 동물의 이름, 사는 곳 같이 책에도 나오는 단순한 정보를 알려주고 동물의 몸을 만지게 해주는 사람이 사육사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 “지금 동물원에서 보고 있는 동물들이 야생에서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 친구들을 사진으로만 보기 싫다면 쓰레기 만들지 말고 동물을 아껴주라고 (최대한) 말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실내동물원에서는 아이들이 오면 아이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단 만지라고 했다. 어떤 아이는 스스로 달려와 만졌지만 많은 아이들이 사육사와 선생님의 지시대로 행동했다. 만지기를 거부하는 아이도 있었다.
카피바라의 등을 솔을 이용해 만지고 있다. 아이들은 줄을 서서 카피바라를 쓰다듬었다.
전직 사육사들이 하고 싶은 말 전직 사육사들은 같은 실내동물원이라도 수준 차이가 있다고 했다. 시간이 갈 수록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점점 동물복지적으로 나아진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비판받을 지점이 너무나 많은 실내동물원이 ‘큰 변화 없이’ 이토록 순항 중인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ㄱ씨는 그 지점을 안타까워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 실내동물원을 오는 게 잘못됐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와서 대부분 사진만 찍고 간다. 생명의 소중함, 서식지의 중요성 등을 알아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햄스터를 던져서 죽인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옆에서 ’(햄스터 살)돈 줄 테니 아이에게 사과하라’라는 엄마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ㄴ씨는 아이들이 동물을 만질 때마다 불안했다고 한다. 물리거나 긁히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ㄷ씨는 “동물복지 인식 수준이 낮은 나라에나 있을 동물원이다. (앞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수도권의 한 실내동물원을 찾았다. 손이나 도구로 만질 수 있는 동물은 프레리도그, 토끼, 수달, 거북이, 앵무새, 카피바라 등이었다. 사육사들은 대부분 동물을 만지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몇몇 사육사들은 자신이 담당한 동물에 대해 친절하고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려 했지만 단체로 방문한 아이들의 집중력은 쉽게 흩어졌다. 동물과 ’안녕’하고 인사하는 아이도 있었고 촉감이 간지럽다며 즐거워하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무서워하며 동물 만지기를 거부하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 찍어주었다. 여우는 위험하지 않냐는 아이들 질문에 사육사가 (순치된 여우를 가리켜)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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