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철새도래지에서 분변 밀집지를 대상으로 긴급 AI 차단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는 예년보다 발생 건수가 적었다. 새들의 유입이 늦어져서다. 또 중부지역보다 남부지역에서 먼저 검출됐다. 겨울 철새가 남하하는 경로를 따라 중부지역에서 먼저 검출된 2016년과 달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검출 경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야생조류의 분변, 사체 등의 시료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8건이 검출됐다고 7일 밝혔다. 이는 2016년 같은 기간에 검출된 37건의 22% 수준으로 그 수가 적은 편이다. 또 처음 검출된 시점도 2016년보다 16일이 늦었다.
연구진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 빈도가 낮고 늦게 검출된 이유로 겨울 철새 유입이 늦어서라고 보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의 철새 종수와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0월에는 전년 같은 달의 186종 50만여 마리보다 약간 적은 176종 38만여 마리가 날아온 것으로 집계됐다. 11월에는 전년 같은 달의 195종 90만여 마리보다 줄어든 159종 60만여 마리였다. 12월에는 전년 같은 달의 195종 119만여 마리와 비슷한 189종 108만여 마리가 왔다.
정 팀장은 “올해는 철새들이 전반적으로 늦게 국내에 들렀다. 12월이 되어서야 100만마리가 들어왔기 때문에 1월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겨울 철새가 북상하기 시작하는 2월부터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찰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팀장은 “겨울 철새는 여름에 시베리아에 모이니 그때부터 국제협력을 통한 선제 조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추울 때만 생존하고 더운 곳에서는 사멸하기 때문에 주로 겨울 철새에게서만 나타난다.
또한 올해 조류인플루엔자는 예년과 다르게 순천, 제주 등 남부지역에서 먼저 검출되고, 한 달 후 천안, 용인 등 중부지역에서 검출된 점이 특징이다. 남부지역에서는 지난해 11월13일에 검출되기 시작했고, 중부지역에서는 12월13일부터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고방오리, 홍머리오리 등 남부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새들이 북극해에서 홍콩, 중국 남부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남부지역을 경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2016년과 달리 유전자형은 같고 유전적 계통이 다른 2종류의 H5N6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11월 이후 동시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에는 10월 이후 H5N6형만 검출되다 그해 12월 중순 H5N8이 함께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 정원화 팀장은 “유전자형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현 상황만으로는 의미를 찾기는 이르다. 아직 철새들이 오고 있어서 또 다른 유전자형이 검출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대응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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