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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S모양 턱’ 물고기, 짝짓기 잠자리 골라 한입에…끄리의 사냥

등록 2022-10-14 10:31수정 2023-11-28 16:40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강과 호수의 물고기 포식자, 가을철 수면 접근하는 잠자리 노려
뛰어난 유영력, 물 밖 사냥…물잠자리는 있어도 거들떠보지 않아
수면에 접근하는 깃동잠자리를 물 밖으로 뛰어올라 낚아채는 끄리. 잠자리의 머리를 정확하게 물었다. 김철용 사진가 제공.
수면에 접근하는 깃동잠자리를 물 밖으로 뛰어올라 낚아채는 끄리. 잠자리의 머리를 정확하게 물었다. 김철용 사진가 제공.

지난달 28일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가산리 장양천을 찾았다. 포식성 물고기인 끄리가 잠자리를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장양천은 진천군 광혜원면과 이월면 신계리 옥정현에서 발원하여 장양리에서 합수하는 자연이 살아있는 하천이다. 끄리는 잉어과에 속하는 대형 민물고기로 공격성과 육식성이 매우 강해 물고기를 쫓아다니며 잡아먹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양천 상류 방향. 고요한 수면 아래 잠자리를 노리는 물속의 폭군 끄리가 있다.

끄리가 사는 장양천의 모습. 끄리는 유량이 많고 잔잔한 강의 중·하류나 댐, 대형 저수지에 주로 분포한다.
끄리가 사는 장양천의 모습. 끄리는 유량이 많고 잔잔한 강의 중·하류나 댐, 대형 저수지에 주로 분포한다.

그러나 사냥이나 산란 때 여울로 이동한다. 여울에 몸을 숨기고 사냥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사냥이나 산란 때 여울로 이동한다. 여울에 몸을 숨기고 사냥 기회를 노린다.

강바닥과 같은 보호색을 띠고 잠자리 사냥을 위해 은밀하게 기다리는 끄리 무리.
강바닥과 같은 보호색을 띠고 잠자리 사냥을 위해 은밀하게 기다리는 끄리 무리.

끄리가 장양천에서 깃동잠자리 사냥에 나선다. 깃동잠자리는 알을 낳기 위해 강가로 낮게 날아든다. 올해는 폭풍과 홍수로 인해 흔했던 잠자리의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 잠자리를 사냥하는 모습을 매우 보기 힘들었다.

짝짓기 중인 깃동잠자리. 산란을 위해 강가로 날아든다.
짝짓기 중인 깃동잠자리. 산란을 위해 강가로 날아든다.

특히 짝짓기하는 잠자리는 끄리의 단골 사냥감이다. 혼자 나는 잠자리보다 덜 민첩하고 물에 더 가까이 접근하기 때문일 것이다.

끄리는 납작하고 긴 몸매로 제법 유속 있는 물살이라도 쉽게 거슬러 오를 만큼 유영력이 뛰어나다. 잠자리가 나타나면 재빨리 쫓아가 잠자리가 낮게 나는 순간 수직 혹은 대각선으로 뛰어올라 낚아챈다. 잠자리는 영문도 모른 채 당한다. 어떤 이유에선지 물잠자리는 사냥하지 않는다.

물잠자리는 늘 물가를 돌아다니고 동작도 느리고 눈에 띄지만 끄리의 식단에는 올라 있지 않다.
물잠자리는 늘 물가를 돌아다니고 동작도 느리고 눈에 띄지만 끄리의 식단에는 올라 있지 않다.

잠자리 사냥은 열 번 시도해 한두 번 성공하는 정도로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잠자리가 활발하게 비행에 나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사냥에 가장 적합한 시간이다. 끄리는 물속에서 잠복하여 잠자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물 밖의 잠자리를 향해 솟구치는 끄리. 혼자 나는 잠자리 사냥은 쉽지 않다.
물 밖의 잠자리를 향해 솟구치는 끄리. 혼자 나는 잠자리 사냥은 쉽지 않다.

잠자리가 어디로 갔지? 또 실패다.
잠자리가 어디로 갔지? 또 실패다.

끄리는 피라미와 닮았으나 체구가 훨씬 커 다 자라면 보통 30㎝에 이른다. 머리가 둥글고 크며 눈이 작다. 끄리의 특징은 험상궂은 입 모양이다. 입을 다문 모양이 수평이 아니라 에스 자를 눕혀놓은 것처럼 구불구불하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고안한 특수한 입 모양이다.

위·아래 턱이 구부러진 채 맞물려 험상궂어 보이는 끄리의 입.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위·아래 턱이 구부러진 채 맞물려 험상궂어 보이는 끄리의 입.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잠자리를 향해 두 마리의 끄리가 뛰어올랐지만 서로 경쟁하는 바람에 모두 놓쳤다. 왼쪽 아래 물에 빠진 잠자리가 보인다. 김철용 사진가 제공.
잠자리를 향해 두 마리의 끄리가 뛰어올랐지만 서로 경쟁하는 바람에 모두 놓쳤다. 왼쪽 아래 물에 빠진 잠자리가 보인다. 김철용 사진가 제공.

등 쪽은 암갈색에 가깝고 옆구리는 옅은 빛, 배 쪽은 은백색이다. 다 자란 끄리는 힘이 세고 공격적이어서 ‘폭군’으로 불린다. 육식성이 강해 수서곤충류·갑각류부터 크고 작은 어류까지 잡아먹는다.

끄리가 물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끄리가 물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탄력을 이용해 몸을 쭉 펴고 가속을 높여 사냥감을 향해 날아가는 끄리.
탄력을 이용해 몸을 쭉 펴고 가속을 높여 사냥감을 향해 날아가는 끄리.

산란기는 5~7월로 자갈이 깔리고, 물살이 센 큰 하천의 여울에서 알을 낳는다. 번식기에 수컷은 머리에서 배까지 주황색을 띠고 가슴지느러미, 배지느러미, 뒷지느러미의 일부도 주황색을 보이며 등 쪽은 청자색을 띤다.

최선을 다했지만 사냥에 실패하고 허무하게 물 위로 곤두박질치는 끄리.
최선을 다했지만 사냥에 실패하고 허무하게 물 위로 곤두박질치는 끄리.

끄리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강, 금강, 임진강 등 주로 서해로 흐르는 하천에 서식한다. 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과 낙동강에는 애초 살지 않았다. 그러나 댐을 건설하면서 원래 서식지인 중·하류가 아닌 상류에까지 분포지가 확장됐고 최근에는 낙동강에도 유입되어 낙동강에 살던 토종 물고기들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한강에서 놀던 강준치·끄리, 낙동강을 점령하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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