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킨 경남 거제씨월드의 ‘벨루가 라이딩’과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금지된다. 사진 거제씨월드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킨 경남 거제씨월드의 ‘벨루가 라이딩’과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수족관에서 새로운 고래를 들여와 사육·전시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기존 수족관 등록제도 허가제로 기준이 강화된다.
해양수산부는 21일 해양동물 학대 방지와 수족관 관리를 개선하는 내용의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2021~2025)를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2018년 동물원·수족관법(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처음으로 마련되는 수족관 종합 관리기준이다.
해수부는 우선 기존 등록제로 운영되던 수족관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전문검사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경부와 공동으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추진해 해양생물의 종별 서식환경 기준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는 사육시설, 실내외 환경, 건강 질병 관리 등에 있어 이 기준을 충족한 수족관만 운영을 허용된다. 또한 수족관 점검시 환경이 적합한지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를 검사관으로 지정해 감독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 ‘제2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 해수부 제공
특히, 수족관 체험프로그램의 동물학대 지적을 반영해 동물원·수족관법에 ‘동물복지’ 조문을 신설하기로 했다. 동물의 종별 특성을 고려해 복지를 저해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 등을 물게 하겠다는 것이다. 돌고래 등 올라타기, 손으로 만지기, 먹이주기 등이 동물복지 차원에서 금지될 수 있다. 해수부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올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수족관에서는 기존에 보호 중인 개체 외에 새로운 고래를 들이는 것이 금지된다. 해수부는 법 개정을 통해 신규 수족관의 고래류 사육·전시·관람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202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대신 수족관 해양동물 전시·체험 방식은 가상현실 방식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양생물 보전과 연구 기능도 강화한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현재 국내 수족관이 보유한 생물 종 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개체 관리가 시급한 해양보호생물에 대해서는 혈통과 개체 정보가 담긴 ‘혈통등록부’ 등을 만들어 증식이나 복원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동물권행동 카라, 환경운동연합 등 10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돌고래 서핑 체험’으로 동물학대 논란을 빚은 경남 거제시의 테마파크 ‘거제 씨월드'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해수부는 이번 종합계획 수립에 앞서 지난해 8월 민간 수족관 업체와 시민단체 등과 함께 ‘수족관 돌고래 복지향상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 왔으며, 법 개정을 위해 앞으로도 협의체를 통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이날 논평을 통해 “해양수산부의 이번 계획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던 고래류 수족관 사육에 대해 처음으로 종합적인 관리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계획에는 신규 고래의 사육금지 뿐 아니라 수족관 내 고래류 번식 금지 조항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