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해안에서 알에서 깬 푸른바다거북 새끼가 바다로 달려가고 있다. 이 거북 알은 계절 별미로 인기가 커 불법 채집이 성행한다. 파소 파시피코 제공
입체(3D) 프린터로 만들어 겉모습은 진짜와 똑같고 안에는 위성 위치추적 장치를 넣은 가짜 거북 알이 개발돼 불법 채취꾼을 잡고 유통망을 파악하는 데 쓰일 수 있게 됐다.
중미 코스타리카의 환경단체 파소 파시피코는 이 모조 거북 알을 만들어 현장시험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내용은 이날 발간된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자들은 이 모조 거북 알을 코스타리카 4개 해안의 바다거북 둥지 101곳에 하나씩 배치했는데 이 가운데 25%가 불법 채취꾼의 손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5개의 모조 알이 어떤 유통경로를 거쳐 소비자에게 팔려나갔는지가 매시간 보내오는 위치정보를 통해 드러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가짜 거북 알의 모습. 탁구공처럼 생겼고 안에는 위성 위치추적 장치가 들어있어 1시간마다 위치정보를 보내온다. 파소 파시피코 제공
가장 짧은 유통경로는 해안에서 불과 25m 떨어진 사유지로 간 것이었고 2㎞ 떨어진 술집으로 향한 것도 있었다. 알은 대부분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소비됐다.
가장 멀리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유통경로가 샅샅이 밝혀진 것은 내륙으로 137㎞ 떨어진 곳에 이르는 경로였다. 해변에서 이틀에 걸쳐 한 슈퍼마켓 하역장으로 옮겨진 알은 이튿날 한 주거지에서 마지막 신호를 보냈다.
연구자들은 “코스타리카에서는 행상이 집집이 다니며 거북 알을 팔기 때문에 이 슈퍼마켓이 불법 채집자와 판매자를 잇는 거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가짜 거북 알과 위치 추적 결과. A는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의 알과 구별이 어려운 가짜 알(아래 왼쪽)을 보여준다. F는 최장거리 유통 경로, I는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의 산란 모습이다. 헬렌 페지 외 (2020)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거북 알 채집은 불법으로 둥지를 훼손하면 530달러의 벌금을 물리지만 이 지역에서는 식당과 술집, 개인에게 계절 별미로 팔린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불법 유통망에 관한 정보와 단속의 증거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모조 알로 직접 얻는 정보 말고도 주민의 제보도 얻을 수 있었다. 해변에서 43㎞ 떨어진 개인 집에서 마지막 신호가 온 한 모조 알을 분해한 사진이 11일 뒤 연구자에게 왔는데 어디서 거북 알이 얼마나 거래되는지를 알 수 있는 사진 자료도 첨부됐다.
연구 책임자인 헬렌 페지 영국 켄트대 생물학자는 “대부분의 알이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데서 보전 노력이 지역사회의 인식 증진과 단속 강화에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모조 알이 다른 나라의 거북은 물론 악어와 새 등의 보전에도 응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0.08.065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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