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사체 속에 살아있는 개가…보성군 유기견 불법 안락사

등록 2020-08-11 16:46수정 2020-08-11 22:21

[애니멀피플]
유기견 21마리 안락사하며 마취제 사용 안해
사체 담은 포댓자루서 숨 붙어있는 개 구조돼
10일 전남 보성군 유기동물센터가 보호 중인 유기견 20여 마리에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안락사를 시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개들의 사체가 담긴 포댓자루에서는 아직 살아있는 개가 구조되기도 했다. 현장 영상 갈무리
10일 전남 보성군 유기동물센터가 보호 중인 유기견 20여 마리에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안락사를 시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개들의 사체가 담긴 포댓자루에서는 아직 살아있는 개가 구조되기도 했다. 현장 영상 갈무리

전남 보성군 유기동물센터가 보호 중인 유기견 20여 마리에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불법 안락사했다.

10일 오후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전국 시 보호소 전수조사 중 보성군 유기견 보호소에서 불법 안락사 현장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이날 오후 ‘보성군 보호소 불법 안락사 현장 급습’이란 카페 게시글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비구협 동물복지팀에 따르면, 이날 현장 조사는 보성군에서 90마리 개들이 안락사 될 거라는 소식(제보)을 통해 시작됐다. 정읍반려동물단체, 담양 활동가 등 지역 단체와 함께 현장을 찾은 이들은 당시 현장이 너무 참혹했다고 말했다.

_______
안락사 사체 가운데 살아남은 개가…

이들은 “수의사는 어디 갔는지 현장에 보이지 않고, (보호소 안에는) 개들 사체를 싣기 위한 불도저가 대기 중이다. 트럭에는 이미 안락사 된 사체들이 포댓자루에 실려있었는데, 사체들 사이로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개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몇몇 아이들은 아직도 피가 맺혀있고, 변을 지렸는지 몸에는 분변도 묻어있었다” 덧붙였다.

비구협이 제공한 현장 영상에는 트럭 뒤 칸에 개들의 사체가 담긴 포댓자루 두 개가 실려있고, 자루 안에는 개들의 사체가 가득 담긴 모습이 찍혀있다. 활동가가 포대 한쪽의 사체를 쏟아내자, 살아있는 강아지 한 머리가 힘없이 몸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루 속에서 살아남은 유기견은 현재 비구협이 구조해 보호 중이다.

안락사 당한 유기견 사체를 담은 포댓자루 안에서 아직 살아있는 개가 구조됐다. 현장 영상 갈무리
안락사 당한 유기견 사체를 담은 포댓자루 안에서 아직 살아있는 개가 구조됐다. 현장 영상 갈무리

보성군 유기견 보호소는 이날 유기견 90마리를 안락사할 예정이었으나, 안락사 도중 도착한 동물단체의 항의로 21마리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락사는 보성군 담당 공무원 2명의 입회하에 진행됐다.

보성군 관계자는 “유기견 20여 마리 안락사가 끝난 뒤 현장에 도착했다. 지난 4월 이후 처음 시행되는 안락사여서 시행 개체 수가 좀 많았다. 유기동물 공고 기간이 끝난 96마리가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안락사 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약품과 대형주사기가 발견됐다. 비구협 “개별 주사기도 없이 약물을 한꺼번에 넣고, 개들에게 주사한 것으로 추측된다. 마취제 없이 근육이완제로 안락사를 시행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안락사를 시행한 보호소 담당 수의사가 사용한 약물은 ‘석시콜린’이란 근육이완제로, 해당 수의사는 그 외 다른 마취제나 진통제를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동물보호법이 정한 안락사 절차를 위반한 것이다. 동물보호법 제22조 3항은 동물의 안락사는 반드시 마취를 한 뒤 심장정지·호흡마비를 유발하는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보성군 유기견 보호소 담당 수의사가 안락사에 사용한 약물은 근육이완제로, 안락사 시행 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마취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성군 유기견 보호소 담당 수의사가 안락사에 사용한 약물은 근육이완제로, 안락사 시행 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마취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보호법 제22조는 안락사 시행 때 마취를 시행한 뒤 심정지, 호흡마비를 유발하는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마취제나 진통제를 투여하지 않은 심정지는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동물병원 수의사 설명에 따르면, 석시콜린은 심정지 약물(KCL, 염화칼륨) 주입 전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여하는 약물로 보통 다른 여러 종류의 마취제, 진통제와 함께 사용되기는 하지만 단독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수의사는 “석시콜린을 사용하면 동물의 근육을 이완시켜 움직임은 멈출 수 있지만, 의식은 깨어있는 상태가로 만든다. 다량을 투여할 경우 심정지가 올 수도 있지만, 동물로서는 굉장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_______
“제발 보호소에서 뜬장을 없애달라”

비구협은 보성군 보호소가 다른 동물 앞에서 안락사를 시행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또한 실제로 행해졌다면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동물보호법 제8조 2항은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유영재 비구협 대표는 “이날 안락사는 단 20분 만에 이뤄졌다. 20마리를 안락사하는데 대략 1분이 걸린 것이다. 근이완제를 근육에 바로 주사한다고 하더라도 한 마리씩 견사 밖으로 데리고 나와 안락사를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또 “안락사 시행 당시 보호소 밖에는 이미 활동가들이 도착해 있었지만, 개들이 견사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동물단체들은 이날 안락사를 시행한 수의사, 위탁 보호소 소장, 보성군 담당 공무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개농장을 방불케 하는 전북 정읍시 유기동물 보호소 내부. 정읍시 유기동물보호소는 유기견을 개도살장에 넘긴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개농장을 방불케 하는 전북 정읍시 유기동물 보호소 내부. 정읍시 유기동물보호소는 유기견을 개도살장에 넘긴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센터의 동물학대, 열악한 환경이 잇따라 드러나며 이를 감독해야 할 지자체의 관리허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기준 전국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모두 293개소로,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단 40개뿐이고 대부분이 민간에 위탁하는 형태(253개소)로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는 사업을 수탁한 사업자가 운영하는 보호센터를 1년에 2회 이상 현장 방문하고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된 유기동물센터의 경우 몇 년째 열악한 상태로 방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7월 말에는 전북 정읍시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유기견들을 개도살 농장에 넘겨온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남·전북 지역 시 보호소를 조사 중인 김세현 비구협 이사는 “제발 시 보호소에서 뜬장을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김세현 이사는 지난달 정읍시 보호소를 시작으로 순창, 해남, 장성, 무안, 함평, 보성 등 모두 7곳의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아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영암을 제외한 6곳의 시 보호소가 모두 뜬장에 개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개농장과 다를 것 없는 현장이었다. 가족 같은 반려견이 잠시 가족의 손을 놓치면 갈 수 있는 곳이 시 보호소다. 당장 지자체 보호소 시설에 더 관심을 갖고,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_______
반복되는 시 보호소 논란…“직영 전환해야”

반복되는 위탁보호소 논란에 동물단체들은 지자체 직영 보호소를 늘리고, 비영리 목적의 동물단체가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영재 비구협 대표는 “대부분 지자체가 동물보호단체가 아닌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에 사업을 위탁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부 보호소 운영자가 마리당 지급되는 지원비로 보호소를 운영하며 관리 비용, 인건비 등을 줄이려다 보니 사료를 적게 급여하거나 뜬장을 설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추어탕 미꾸라지, 소금 비벼 죽이지 말라…세계적 윤리학자의 당부 [영상] 1.

추어탕 미꾸라지, 소금 비벼 죽이지 말라…세계적 윤리학자의 당부 [영상]

16m 고래 ‘사체’ 악취 풍기며 4천km 이동…보라, 인간이 한 일을 2.

16m 고래 ‘사체’ 악취 풍기며 4천km 이동…보라, 인간이 한 일을

지구 어디에나 있지만 발견 어려워…신종 4종 한국서 확인 3.

지구 어디에나 있지만 발견 어려워…신종 4종 한국서 확인

개미는 왜 ‘힘이 장사’일까 4.

개미는 왜 ‘힘이 장사’일까

세상 모든 개에 ‘잘라야 할 꼬리’는 없다, 웰시코기도! 5.

세상 모든 개에 ‘잘라야 할 꼬리’는 없다, 웰시코기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