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일했던 비글견 8마리가 새 가족을 찾는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검역 탐지견 은퇴 뒤 서울대 동물실험에 동원돼 안타까움을 샀던 복제 탐지견 ‘페브’와 ‘천왕이’가 새 가족을 찾는다.
농림축산검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는 지난달 29일 검역 탐지견 8마리의 가정분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분양 신청은 오는 10일까지로, 신청 기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접수된 입양 신청서류는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검역본부 관계자는 “일주일 전 분양공고를 냈는데, 어제까지 접수된 서류는 없었다. 서류 접수는 없었지만, 전화 문의는 많이 주셨다. 입양을 희망하는 개들의 성격이나 특성, 경력 등을 설명해 드렸다”고 말했다.
이번에 분양되는 검역 탐지견은 노후견 2마리와 은퇴견 6마리로 총 8마리다. 모두 비글 견종으로, 노후견 2마리를 제외한 6마리는 모두 복제견들이다. 특히, 페브와 천왕이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일하다 서울대 수의대에 이관돼 실험에 이용됐다.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 복제견 연구에 동원됐던 ‘메이’가 결국 폐사하며 불법 동물실험 논란이 가열되자, 페브와 천왕이는 다시 검역본부로 돌아왔다.
검역탐지견으로 일하다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에게 불법 동물실험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비글 ‘메이’. 아래 왼쪽 ‘페브’, ‘천왕이’. 메이는 지난 2월 폐사했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검역본부 관계자는 “두 마리는 지난해 검역본부에 돌아와 안정을 취하고 있다. 현재는 건강한 상태로, 살도 많이 쪘고 성격도 더 활달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가정분양은 페브, 천왕이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역견들이 은퇴 뒤에는 반려동물로서의 안락한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검역본부는 서류 심사 후 대상자를 선정한 뒤, 실사를 통해 7월27일 대상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검역본부는 지난달 공고문을 통해 분양일정, 선정방법, 주의사항, 분양 대상견 프로필들을 안내하며 탐지견을 특성을 잘 이해하고 신청할 것을 당부했다. 검역본부는 “탐지견은 보통 사람을 물거나 공격적이지 않지만 짖는 소리로 인해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매우 활발한 성격으로 정원, 잔디, 조형물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입양 공고에 은퇴견 중 일부가 복제견이라는 정보가 빠져있고, 입양 공고 기간이 단 열흘이란 점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는 “입양 공고문의 개체 프로필이 많이 빈약해 아쉽다. 분양견들의 성격이나 경력 등 상세한 정보가 없고, 홍보가 제대로 안된 점도 안타깝다. 일반적으로 새 식구를 들이는데 열흘 안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에서는 1차 공고에서 입양이 추진이 안 된다면, 2~3차 분양공고도 요청할 예정이다.
또한 비구협에서는 복제견들의 가정분양을 독려하기 위해 입양 뒤 질병 치료비를 무상지원할 계획이다. 유영재 대표는 “복제견들은 간질, 발작 등 공통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입양자가 희망할 경우, 치료비 전액을 비구협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모쪼록 은퇴 탐지견들의 제 2견생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비구협은 검역본부와의 3차례 걸친 비공개 협상을 통해 복제견들의 동물단체 이관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