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은 먹이를 소화하며 트림과 방귀로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간주하고 ‘방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사진 픽사베이
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 텀블벅 펀딩 바로가기: https://tumblbug.com/animalpeople_vegan
“요즘 들어 집에서 방귀를 정말 크게 많이 뀌고 있어.”
내밀한 고백이 튀어나왔다. 애피팀이 지난 10월 말 채식도시락 모임을 한 지 한달 남짓 된 어느 오후의 일이었다. 우리 모두 사회적 지위가 있으므로 실명을 밝히지는 못할 것 같다. 놀라운 사실은 내 뱃속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냄새는 비밀이지만, 소리만큼은 엄청났다고 할 수 있다.
출퇴근 길이 긴 모 기자는 방귀뿐 아니라 자동차도 걱정이었다. “지구에 자꾸 나쁜 가스를 뿜는 느낌이야.” 지구온난화와 각종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등이다. 이산화탄소는 석탄 및 석유 연료를 사용할 때 주로 발생하고, 메탄은 농업, 축산업 등 유기물이 분해되며 발생한다.
유해가스는 자동차와 인간만 내뿜는 게 아니다. ‘방귀세’라는 것이 있다. 2009년 에스토니아는 축산 농가에 방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덴마크나 뉴질랜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간주하고 세금을 물리는 갰다는 것이다.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은 먹이를 소화하며 트림과 방귀로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그게 얼마나 된다고 세금까지 물리나 싶겠지만, 실상은 엄청나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방출하는 메탄의 양은 47kg으로, 소 네 마리가 한 해 동안 내뿜는 메탄가스의 양은 차량 1대와 맞먹는다.
심지어 소 한 마리가 120kg의 메탄가스를 만들어 낸다는 통계도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3배나 더 큰 물질이다. 때문에 전 세계 15억 마리 사육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가 전 세계 차량이 내뿜는 배출가스의 온실효과보다 크다는 소리도 있다.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은 여기서 출발한다. “일주일에 하루만 육식을 채식으로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2009년 당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던 라젠드라 파차우리의 지적이다.
‘채식 방귀’는 그나마 괜찮은 걸까. 2010년 환경부의 ‘음식물의 에너지 소모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연구’를 보면, 불고기 백반의 탄소배출량은 콩나물백반의 8배에 가깝다. 방귀와 자동차로 유해가스를 내뿜고는 있지만 비건 지향을 하며 고기를 덜 먹어 지구를 지키고 있다니 죄책감이 좀 더는 느낌이었다.
사실 방귀는 채식 초반의 ‘명현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책 ‘나는 질병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하비 다이아몬드는 “우리 몸속에 항상 어느 정도의 쓰레기는 남아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갑자기 ‘장 청소’ 음식인 채소와 과일이 며칠째 들어온다면, 장벽의 불순물이 쓸려 내려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 그래도 방귀가 불편한 초보 채식 인이라면 ‘겨자씨’가 효험이 좋다고 한다. 모 기자가 지난밤 급히 공유해 준 정보다.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