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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지금 청소년은 ‘멸종위기 세대’...어른들은 뭐하는 거죠?”

등록 2019-12-12 10:55수정 2019-12-16 15:00

[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⑨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 김유진 활동가
청소년 기후활동가 김유진씨는 기후위기를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그는 지난 5월부터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며 지구 기후변화 위기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 기후활동가 김유진씨는 기후위기를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그는 지난 5월부터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며 지구 기후변화 위기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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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고등학생 김유진씨는 기후활동가다. 유진씨의 하루는 매일 새벽 6시15분에 시작된다. 내년이면 고3인 그의 하루는 여느 대한민국 입시생과 마찬가지로 눈코 뜰 새 없다. 오후 3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도 저녁 6시~8시 귀가 전까지 방과 후 수업이며 학원이며 할 일이 많다.

지난해부터는 입시준비와 숙제 외에도 과제가 더 생겼다. 바로 급격한 기후변화 위기를 알리는 일이다. 그는 올해만 세 차례 학교 결석을 감행했다. “학교에 있을 시간에 거리에 나온다는 건 정말 쫄리는 일이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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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를 거리로 불러낸 것은 무엇일까. 12월9일 서울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유진씨와 김보림씨만났다. 지난해 5월부터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로 활약하고 유진씨는 “이제 개개인의 실천만으로는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람씨는 미성년자인 청소년 활동가들의 집회 신고와 운영 전반을 맡은 20대 활동가다.

지난 9월20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 한국의 청소년기후행동을 대표해 참여한 김유진 활동가가 현지 언론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지난 9월20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 한국의 청소년기후행동을 대표해 참여한 김유진 활동가가 현지 언론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유진씨의 꿈은 동물생태학자다. 7살 때 세계적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책을 보고 자연 속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동물과 생태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멸종위기 생물 종들과 서식지 파괴로 이어졌고, 기후변화까지 넓어졌다.

10살 때부터 치킨과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어린이 기자단 활동을 하며 알게 된 공장식 축산농장의 동물들이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는 지 알게 된 뒤였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생명의 무게와 같은 어려운 개념까지 다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생명으로 태어났는데 저렇게 잔인하게 소모되다가 가는 생명이 있다는 게 굉장히 충격이었죠.”

어린 나이였기에 단번에 모든 육식을 끊거나 채식을 실천할 역량은 되지 않았다. 실천할 수 있는 만큼 행동하자고 마음먹었다. “딱 줄일 수 있는 두 가지 품목이라도 줄여보자 그런 생각이었어요. 그날부터 치킨, 햄버거는 안 먹었어요.”

유진씨는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아는 만큼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전력소비를 줄이려 노력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개인적인 실천만으로 변화가 오지 않을 거란 걸 깨달았다. “제가 기후변화에 대해 알게 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관련 기사나 통계들을 보면 그 시간 동안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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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은 왜 등교를 거부했나

그에겐 당장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였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는 막막했다. 두려웠다. “어른들은 기후재앙이 남의 일 같이 굴어요.”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지난해 8월 꾸려진 ‘청소년기후소송단’(현재 청소년기후행동)을 알게 됐다. 5월24일 처음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결석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927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마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927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마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결석시위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처음 시작했다. 그레타는 지난해 8월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국회 앞에서 ‘등교거부’ 시위를 벌였다. 2주 뒤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후위기를 핵심 의제로 올릴 것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매주 금요일 결석시위를 벌였다.

그 유명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forFuture)의 시작이다. 그레타의 1인 시위는 나비 효과처럼 퍼져나갔다. 그의 시위가 독일, 영국, 호주, 일본 등 130여 개국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 미래세대 160여만명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이하 기후행동)도 함께 했다. 현재 10대 청소년 80여 명이 참가하고 있는 기후행동은 올해만 모두 세 차례(3월15일, 5월24일, 9월27일) 대규모 ‘기후 파업’을 주도했다. 지난 9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담 기간에 서울 대학로에서 펼쳐진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가하며 큰 관심을 모았고, 특히 유엔 기후행동 주간 마지막 날인 9월27일 금요일에 벌인 결석시위가 여러 언론의 집중을 받았다.

지난 5월24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524 청소년기후행동’ 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정부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5월24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524 청소년기후행동’ 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정부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유진씨를 비롯한 청소년 500여 명은 이날 학교를 아예 결석하거나 조퇴했다. 대신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 모여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가을 운동회’를 벌였다. 종목은 짐볼을 이용한 ‘석탄 멀리차기’, 지구의 온도를 1.5도 이내로 지키자는 의지를 담은 ‘합동 제기차기’ 등 이었다. 청와대로 행진해 ‘대한민국 기후위기 대응영역’ 0점 성적표와 ‘무책임 끝판왕’ 상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멸종위기종’이라고 표현했다. 김보림 기후행동 활동가는 집회 전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이 됐을 때의 우리 모습을 그릴 수 없다. 전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위기를 인식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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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멸종위기종’

과학자들은 대재앙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 간 협의체(IPCC)회의에서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특별보고서가 발표됐다. 이를 위해서 전 세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앞서 2015년 파리협정에서 각국은 지구 기온상승을 2도 이하로 묶는 것은 물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구 기온이 산업화 시대(1850~1900년) 대비 섭씨 1.5도 이상 오르면 ‘기후재앙’이 오고, 2도 이상 상승하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급진적인 탄소 저감 없다면, 2030년이면 인류는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다.

‘청소년기후행동’은 10대와 20대로 구성된 환경단체다. 왼쪽부터 김보림(27), 김유진(17), 정주원(25) 활동가.
‘청소년기후행동’은 10대와 20대로 구성된 환경단체다. 왼쪽부터 김보림(27), 김유진(17), 정주원(25) 활동가.

그럼에도 유진씨는 ‘기후 행동은 대학 가서 하라’ 말을 자주 듣는다. 이미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도가 상승했고, 지금의 추세대로 탄소를 배출하면 1.5도 상승까지 남은 시간이 8년뿐인데도 말이다.

“한국 같은 입시경쟁 사회에서 거리로 나와서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를 외치는 메시지는 분명해요. 이대로라면 자신들이 꿈꾸는 모든 미래가 멸종에 처할 거라는 거죠. 북극곰 걱정이 아니라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차마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레타 툰베리와 청소년기후행동은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기후대응 정책 마련을 강조한다. 일상의 플라스틱프리와 탄소배출 절감으로는 획기적인 대응이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후행동은 지난 8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면담한 데 이어, 9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만나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했다. 정부에 전달한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지구온도 1.5도 상승 제한을 위한 2050년 탄소배출 순제로(0) 달성 △2050년 재생 가능 에너지 100% 달성 △2020년 신규 석탄화력 백지화 등이었다.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요구사항을 듣겠다는 태도가 반가웠다. 변화의 조짐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논의를 통해 성사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희는 시간을 쪼개 학생과 활동가로 두 가지 일하면서 기후위기를 알리고 있는데, 장관님께서는 결석하더라도 ‘너희들이 주체가 되어서 변화를 이끌라’는 무책임한 말만 하셨어요. 정부 차원의 행동이 있어야 하는데… 실망스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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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채식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

그의 지적처럼 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누적된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 고온, 대형산불, 홍수, 산사태 등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그리스에서 발생한 재난형 대형산불은 올해 여름 러시아에서도 발생해 남한 면적의 3분 1의 숲이 사라졌다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제공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제공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제공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제공

지난 8월 브라질 아마존에서는 한달 넘게 열대우림이 불타오르며 큰 논란이 됐다. 고의적인 화재였기 때문이다. 목초지와 사료용 곡식 재배지를 얻기 위해 기업농들이 계속 화전을 일삼았다. 2009년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파괴된 아마존 열대우림의 80%가 축산업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도 한 해 배출량의 20%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지구환경을 위해서 탈육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2011년부터 기후위기를 채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온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조길예 교수는 “비건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 대표는 “채식은 향후 10년간 빠르게 이뤄져야 할 기후변화대응 정책의 목표에 부합하는 가장 강력한 대응방식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학교, 행정기관 등의 공공 급식소에서 주1회 채식을 진행했던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채식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안을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광주시는 2016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권장하는 ‘녹색식생활 조례’를 제정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 인구 150만명 중 40만 명이 주1일 채식운동에 동참할 경우 연간 15만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가능하다.

지난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50차 회의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다. IPCC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22%가량이 가축 생산 및 소비 때문에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에너지 생산방식과 운송수단 전환만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으며, 육류 및 우유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육류 소비나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일상에서 채식을 실천하는 청소년도 늘어났다. 김보림 활동가는 “지난 여름 돼지농장으로 현장 답사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농장주가 분뇨를 통한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었는데, 우리로서는 공장식 축산 문제점과 현재 농장들이 직면한 문제를 볼 기회였다”고 전했다.

울산에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윤현정, 윤해영 활동가. 중학교 3학년인 이들 활동가는 매일 아침 8시부터 40분간 학교 교문 앞에서 기후변화 위기를 알리는 활동을 벌인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울산에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윤현정, 윤해영 활동가. 중학교 3학년인 이들 활동가는 매일 아침 8시부터 40분간 학교 교문 앞에서 기후변화 위기를 알리는 활동을 벌인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답사 이후 ‘페스코 비건’(생선, 유제품은 먹는 채식)으로서 채식을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길든 생활방식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낀 탓이었다. 유진씨도 차차 육류 섭취를 줄였다. 작년부터 주 2회 채식을 이어오다가, 올 4월부터는 일주일 내내 채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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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그레타’들

유진씨는 그레타 툰베리를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나보다 어린 친구가 매주 결석을 하고 행동을 강행하는 것에 굉장히 놀랐어요.” 3월 방과 후에 열렸던 상징적 ‘기후 파업’이 세 번 만에 참가 인원이 500여 명(최대 700여명)으로 늘어난 것도 그에겐 희망의 증거가 됐다. “이제 기후문제 문제에서 자신이 당사자라고 느끼는 또래가 많아진 것 같아요.”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상과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상과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금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는 이미 30년 전 배출된 오염물질이다. 지금 멸종을 걱정하고 행동하는 세대는 태어나기도 전에 발생한 것들이다. 지난 9월 전 세계에 큰 울림을 던졌던 그레타의 유엔 연설은 지구 6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학교 가기를 포기한 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우리 청소년들의 호소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지금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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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김지숙 신소윤 기자 suoop@hani.co.kr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은 먹이를 소화하며 트림과 방귀로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간주하고 ‘방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사진 픽사베이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은 먹이를 소화하며 트림과 방귀로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간주하고 ‘방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사진 픽사베이

트림과 방귀가 지구를 위협한다면… 김지숙의 비거니즘 일기

“요즘 들어 집에서 방귀를 정말 크게 많이 뀌고 있어.” 내밀한 고백이 튀어나왔다. 애피팀이 지난 10월 말 채식도시락 모임을 한 지 한달 남짓 된 어느 오후의 일이었다. 우리 모두 사회적 지위가 있으므로 실명을 밝히지는 못할 것 같다. 놀라운 사실은 내 뱃속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냄새는 비밀이지만, 소리만큼은 엄청났다고 할 수 있다.

출퇴근 길이 긴 모 기자는 방귀뿐 아니라 자동차도 걱정이었다. “지구에 자꾸 나쁜 가스를 뿜는 느낌이야.” 지구온난화와 각종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등이다. 이산화탄소는 석탄 및 석유 연료를 사용할 때 주로 발생하고, 메탄은 농업, 축산업 등 유기물이 분해되며 발생한다.

유해가스는 자동차와 인간만 내뿜는 게 아니다. ‘방귀세’라는 것이 있다. 2009년 에스토니아는 축산 농가에 방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덴마크나 뉴질랜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간주하고 세금을 물리는 갰다는 것이다.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은 먹이를 소화하며 트림과 방귀로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그게 얼마나 된다고 세금까지 물리나 싶겠지만, 실상은 엄청나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방출하는 메탄의 양은 47kg으로, 소 네 마리가 한 해 동안 내뿜는 메탄가스의 양은 차량 1대와 맞먹는다.

심지어 소 한 마리가 120kg의 메탄가스를 만들어 낸다는 통계도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3배나 더 큰 물질이다. 그래서 전 세계 15억 마리 사육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가 전 세계 차량이 내뿜는 배출가스의 온실효과보다 크다는 소리도 있다.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은 여기서 출발한다. “일주일에 하루만 육식을 채식으로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2009년 당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던 라젠드라 파차우리의 지적이다.

‘채식 방귀’는 그나마 괜찮은 걸까. 2010년 환경부의 ‘음식물의 에너지 소모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연구’를 보면, 불고기 백반의 탄소배출량은 콩나물백반의 8배에 가깝다. 방귀와 자동차로 유해가스를 내뿜고는 있지만 비건 지향을 하며 고기를 덜 먹어 지구를 지키고 있다니 죄책감이 좀 더는 느낌이었다.

사실 방귀는 채식 초반의 ‘명현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책 <나는 질병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하비 다이아몬드는 “우리 몸속에 항상 어느 정도의 쓰레기는 남아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갑자기 ‘장 청소’ 음식인 채소와 과일이 며칠째 들어온다면, 장벽의 불순물이 쓸려 내려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 그래도 방귀가 불편한 초보 채식 인이라면 ‘겨자씨’가 효험이 좋다고 한다. 모 기자가 지난밤 급히 공유해 준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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