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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 비명 없는 ‘칠성시장의 봄’이 오기를...

등록 2019-07-22 14:11수정 2019-07-22 14:32

[애니멀피플] 동물의 친구들
대구 칠성시장, 개 도살 철폐·개 식용 종식 집회
대구 칠성시장의 개들
대구 칠성시장의 개들
중년 남성 두 명이 누렁이 한 마리를 흠씬 두들겨 패고는 가마니에 넣어 불을 질렀다. 숨이 끊어지지 않은 개는 가마니 안에서 요동을 치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가마니 속의 개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산에 놀러 갔다가 본 충격적인 광경이다.

그 어린아이는 그로부터 오십여 년이 훌쩍 지나 부산 구포시장에서 죽음의 문턱에 있던 개들을 구조하며 ‘다음 차례는 대구 칠성시장, 개 도살 철폐·개 식용 종식’을 목 놓아 외쳤다.

지난 7월1일 부산시와 부산 북구청 그리고 부산 구포시장 가축시장 상인들이 구포시장에서 동물을 도살하지 않는다는 협약을 했다. 이후 시장정비사업에 의해 구포에서는 개 도살 및 개 지육 판매는 말끔히 사라지게 됐다.

대구 칠성시장의 개들
대구 칠성시장의 개들
지자체와 상인들 간의 공식 협약 이전에 동물단체들은 사전 조기 폐업을 유도해 본 협약 열흘 전에 상가 18개 중 7개 업소가 조기 폐업을 했다. 그 직후 재래시장의 개 도살 종식이 가지는 의미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협약하자마자 구포시장에 버려지거나 도살해달라고 개인이 데려오는 개들을 즉시 구조하였는데, 일주일 동안 그 수가 무려 30여 마리에 달했다.

그중에는 작은 품종견을 비롯해 어린 강아지도 상당수 있었다. 심지어 ‘뽀삐’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키운 누렁이를 잡아먹겠다고 데려오는 이도 있었다. 며칠 동안 그런 개들이 개 도살장으로 흘러오는 것을 볼 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래시장의 개 도살장을 폐쇄한다는 것은, 일상의 상식을 넘은 비정한 잔인성도 함께 묻어버리는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조기 폐업을 한 업소의 개들을 살펴보니 그중의 몇몇 개들은 건강이 심상치 않았다. 곧바로 검사를 해보니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도 높은 홍역과 호흡기 질환에 걸려 있었다. 시장에 전시되었던 모든 개의 건강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어서 구조 직후 집중 관리를 하며 체력과 건강을 호전시켰다. 일부 개들은 아직도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며, 일부는 홍역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을 감는 안타까운 일도 생겼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된 후 중개상을 거쳐 시장에서 도살을 대기하는 개들에게서 질병이 발견되는 것은 놀라울 일도 아니다.

7월12일 동물단체들의 칠성 개시장 철폐 요구 집회 이후 권영진 대구시장은 17일 간부회의를 통해 개시장 정리 방안을 지시했다.
7월12일 동물단체들의 칠성 개시장 철폐 요구 집회 이후 권영진 대구시장은 17일 간부회의를 통해 개시장 정리 방안을 지시했다.
동물자유연대가 2017년에 건국대학교에 의뢰해 전국 12개 지역에 분포한 재래시장의 업소들에서 채집한 93개의 개 지육 샘플 중 61개(65.4%)에서 8종의 항생제가 검출된 바 있고 미생물 배양검사에는 다양한 세균이 검출되었다. 농장에서 동물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은 질병 발생과 연관이 있다. 따라서 항생제 검출률이 높은 것은 동물 질병율도 높다는 방증이다. 구포에서 구조한 개들의 상태를 보며 개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말하기엔 참 불편한 것이라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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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시장에도 봄이 오기를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긴 하지만, 후련하다. 자식에게 대물림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잖은가”

폐업을 한 상인 몇몇과 인터뷰를 해보았다. 대부분 이와 같은 말을 하며 후련하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전업을 앞두고 새로운 사업에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엿보이는 상인도 다수가 있었다.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 상인들이 이 길에 되돌아오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초복 날 대구 칠성시장에서 개시장 철폐 집회를 했다.

칠성시장은 국내 재래시장의 3대 개시장 중 하나로 유일하게 개 도살이 남아있는 시장이다. 동물단체들의 집회가 꾸준하게 이어온 곳인데 상인들의 맞대응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하지만 구포 개시장 폐쇄에 이은 칠성시장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개들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상인들이 눈에 띄지 않도록 안에 들여놓는 조치를 하며 집회 참가자들과의 마찰을 스스로 피했다.

7월12일 동물단체들의 칠성 개시장 철폐 요구 집회 이후 권영진 대구시장은 17일 간부회의를 통해 개시장 정리 방안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시대적 흐름과 사회 정서를 고려했다고 한다. 누렁이들의 비명이 더는 들리지 않는 곳, 칠성시장의 봄을 기대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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