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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나누고 희생하고…왜 우린 개미같지 못할까요”

등록 2019-05-13 17:21수정 2019-05-13 18:12

[애니멀피플] 신소윤이 만난 애니멀피플
‘어린이 개미 이야기’ 시리즈 완간한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흙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줄지어 가는 개미를 골똘히 들여다보던 소년은 세월이 흘러 ‘개미 박사 할아버지’가 되었다. 최근 <최재천 교수의 어린이 개미 이야기> 15권을 완간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를 지난 7일 만났다.
흙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줄지어 가는 개미를 골똘히 들여다보던 소년은 세월이 흘러 ‘개미 박사 할아버지’가 되었다. 최근 <최재천 교수의 어린이 개미 이야기> 15권을 완간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를 지난 7일 만났다.
흙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줄지어 가는 개미를 골똘히 들여다보던 소년은 세월이 흘러 ‘개미 박사 할아버지’가 되었다. 최근 <최재천 교수의 어린이 개미 이야기> 15권을 완간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이 시리즈에서 개미의 나눔, 창의성, 지혜 등으로 나눈 주제로 아이들에게 개미 이야기를 전했다.

쇠뿔아카시아나무에게서 먹을 것을 얻는 대신 나무를 갉아먹는 곤충을 잡아먹고, 잡초를 뽑으며 쇠뿔아카시아나무가 잘 자랄 수 있게 돕는 수도머멕스개미, 태양의 각도를 계산하며 망망대해 같은 사막에서 먹이를 구해 집으로 정확하게 돌아가는 사하라개미의 이야기 등은 어른이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최 교수는 이번 작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개미의 생태와 인간의 삶을 연결해 설명하고, 생명의 가치를 전하고자 애썼다”고 밝혔다. 이는 그가 일평생 과학과 대중을 연결하며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난 7일 오전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에 있는 행동·생태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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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에 뛰어드는 개미들의 삶

―아홉살에 종이 다발을 들고 시를 쓰겠다고 뒷동산을 올랐던 소년이, 십수 년 뒤 생물학도가 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제가 1972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그때는 제 희망과 상관없이 담임 선생님이 어디 가라 그러면, 그냥 그대로 가야 했어요. 그런 구조조정의 희생물이 아니었으면 전 아마 사회학과에 갔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쨌든 생물학자가 되기로 했으니까 대학을 가고 유학을 갔죠. 사회생물학이라는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이 일개미가 왜 자기 나라를 지키려고 스스로 희생하는 줄 아냐고 묻더라고요. 이게 사회생물학이 설명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거든요. 그 순간 10년도 전에 읽었던 이야기 하나가 ‘퍽’하고 떠올랐어요. 학창시절 읽었던 솔제니친의 ‘모닥불과 개미’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그 수필이 유독 머리에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솔제니친이 아무 생각 없이 커다란 나무 조각을 모닥불에 던졌는데, 거기에 집을 지어 살고 있던 개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놀라서 나무 조각을 모닥불에서 꺼내요. 그런데 불길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개미들을 구하러 나머지 개미들이 달려가거든요. 그걸 본 솔제니친 선생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다’고 쓴 건데, 저도 당시에 읽고선 ‘개미들은 참 대단해’ 이러고 넘어갔죠. 그런데 한때 문학청년이던 그 시절 읽었던 다른 글들은 많이 잊었는데, 이 짧은 수필은 기억이 나더라고요. 이걸 가르쳐주겠다고 하니까 너무 열심히 수업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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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가 왜 티비에 나오지?’

―그렇게 공부하고 귀국해서 1999년 펴낸 <개미 제국의 발견>은 과학 대중서로서 1세대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잖아요. 이 책을 계기로 과학의 대중화에 힘을 쏟아야겠다 생각하신 건가요?

“아니죠. 그 책이 이미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쓴 책이에요. 제가 미국서 공부할 때는 과학을 대중에게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고했어요. 한때는 미국과학재단이 연구비를 주면 그 가운데 1%를 꼭 그 내용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쓰게 했어요. 과학이라는 건 끊임없이 알리지 않으면 연구가 이어지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저한테 기회가 오길래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내는데, 어느 날 한 선배가 저에게 그러는 거예요. ‘하버드에서 박사 했다고 연예인인 줄 아나 봐. 텔레비전에나 나오고 말이야.’ 그래서 ‘아,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이러면 안 되나, 그만해야겠다’ 생각하고 건물을 나와서 자연대 쪽으로 걸어가면 다른 교수님들이 제 손을 잡고 ‘당신 정말 고마워, 자연과학을 사람들에게 잘 알려줘서’라고 말하는 거예요. 굉장히 혼란스러웠지만 어느 순간, 이건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하라개미는 태양의 각도를 계산해 사막에서 집을 정확히 찾아서 돌아간다. 게티이미지뱅크
사하라개미는 태양의 각도를 계산해 사막에서 집을 정확히 찾아서 돌아간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 개미이야기>를 비롯해서, 어린이 과학책 감수에도 많이 참여하신 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는 미래 세대 과학자를 염두에 둔 작업이기도 한 거죠?

“그렇죠. 두 가지 이유를 들 수가 있는데요, 하나는 과학자가 되는 사람은 어린 시절 과학에 빠져든 경험이 남아 있더라고요. 저도 어린 시절 동물들이랑 열심히 살았고, 그런 일을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 아이들을 염두에 둔 작업이죠. 또 하나는 제가 과학책을 쓰다 보니 출판사와 용어로 싸울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를테면 어떤 용어의 번역이 잘못됐다고 지적해도 그 용어가 이미 인터넷에 이렇게 저렇게 번역이 돼 있다고 하는 거예요. 근데 이게 어린이 책에서부터 잘못된 번역 작업이 일어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이건 진짜 안된다 싶어서 사명감을 갖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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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눈 앞 작은 이득에 눈이 머는 동물”

―어느 책에서 동물의 삶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죠. 예를 들어본다면요?

“동물의 행동을 보면 배울 게 정말 많아요. 많은 동물이 다친 동료를 공격하거나 버리기도 하지만 고래는 다친 친구를 물속에서 업고 다녀요. 몸이 힘든 친구가 숨을 쉬어야 하니까 다 같이 걔를 수면 위로 들었다 내렸다 하는 거죠. 흡혈박쥐는 또 어떻고요. 박쥐는 신진대사율이 워낙 높은 동물이어서 사나흘 피를 못 먹으며 동굴에 매달려 있다가 툭 떨어져서 죽어요. 피를 많이 먹은 애가 동굴에 돌아오면 토를 해서 친구들한테 나눠줘요. 형제자매들끼리는 수시로, 서로 별 관계가 없는 애들끼리도 나눠 주고 기억하고 다시 갚고 그러죠. 동물들도 그런데, 우리는 왜 나눌 일이 있으면 도망부터 가는지 생각해보게 되죠.”

―동물행동을 연구한 학자로서,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동물을 끝없이 소비하는 지금의 세태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생물학자로서 진지하게 인간이 빨리 멸종할 거라고 예측하는 쪽이에요. 인간은 굉장히 똑똑한 동물인데도 바로 앞에 놓인 약간의 이득에 눈이 머는 동물인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제가 알면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열심히 하는데요. 사람이 조금 불편하게 살기로 각오하면, 저도 좋고 지구도 좋아요. 엘 고어가 얘기한 ‘불편한 진실’보다 지금은 더 불편한 진실에 와 있어요. 엄청 불편한 진실을 이겨내는 방법은 우리가 조금 불편해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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