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사역견 ‘메이’의 비극과 정부의 복제견 사업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비글구조네트워크 회원들이 세계 실험동물의 날인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윤리적 복제 관련 연구와 사업을 원천 취소하고 서울대 이병천 교수를 즉시 파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비글 복제견 ‘메이’의 비극 메이가 태어난 건 지난 2012년 이병천 교수의 연구실에서였다.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서 2011년부터 2015년에 걸쳐 진행한 1차 검역견 복제 프로젝트 ‘우수 검역탐지견 복제 생산 연구’를 통해서다. 이때 복제된 메이, 페브, 천왕이는 지난해 은퇴하기 전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으로 농수산물 검역 탐지견으로 활약했다. 6살 메이의 짧은 생은 결국 태어난 곳에서 끝났다. 이 교수는 지난해 3월 농식품부의 2차 검역견 복제 프로젝트인 ‘검역기술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를 위해 복제견 세 마리를 다시 서울대로 데려갔고, 2018년 11월 검역본부로 잠깐 돌아왔을 때 찍힌 메이의 처참한 모습이 지난 15일 KBS의 보도를 통해 폭로됐다. 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메이는 지난 2월27일 이미 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역탐지견으로 일하다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에게 불법 동물실험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는 비글 ‘메이’. 아래 왼쪽 ‘페브’, ‘천왕이’.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식용견으로 실험했던 이병천 이병천 교수의 복제견 연구가 논란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1년 9월 국정감사에서 은퇴 마약탐지견을 공혈견 및 동물실험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고, 2017년에는 식용견 농장에서 난자채취용 실험견 100여 마리를 들여와 실험 중 동물 학대가 만연했다는 제보자의 증언이 나와 큰 논란을 빚었다.(관련기사 : “서울대, 식용견 농장 개로 복제실험”) 그런데도 이 교수는 ‘제2의 황우석’으로 불리며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10여 년째 정부 주도의 복제견 사업을 독식해오고 있다. 2017년 당시 이 교수와 식용 개농장의 ‘검은 커넥션’을 제기했던 동물권행동 카라는 현재까지 농촌진흥청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 중이다. 카라는 “농진청에 이 교수가 참여한 ‘정부 3.0 우수 특수목적견 복제 생산 및 보급’ 사업의 실험 과정과 복제견들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_______
정부 복제견 사업은 ‘이병천 맞춤형’ 2012년 11월 우수 인명구조견 ‘백두’의 복제로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총예산 19억원으로 정부 7개 부처가 업무협약을 맺고, 60여 마리의 복제견을 특수목적견 운영기관 다섯 곳(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관세청, 경찰청, 소방방재청)에 인계하는 사업이다.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는 “농진청이 개복제사업에 정신없이 매달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61마리의 복제견을 탄생시켰다. 메이를 탄생시킨 농식품부에서 20마리, 농진청에서 61마리. 지금 그 개들이 어디에 있는지, 살아있는지 안위조차 알 수가 없다. 농진청에 소송을 통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지만 여전히 자료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병천 교수는 2017년에도 식용견 농장에서 데려온 개를 복제견 실험을 이용하며 동물학대 논란을 빚었다. 사진 최우리 기자
대학 실험실에 동물복지는 없다 ‘메이 사태’는 대학 연구실이 동물복지의 사각지대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실험에 쓰인 동물은 약 10만 마리로 국내 실험동물의 34%를 차지했지만 대학 등 교육기관은 ‘실험동물에 관한 법’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병천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비글구조네트워크의 법률 대리를 맡은 권유림 변호사는 “동물실험을 하는 단일 기관 중 가장 큰 곳이 대학교다. 유기동물이나 사역견의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도, 연구를 위한 실험은 가능케 하는 예외조항을 둬서 법의 사각지대가 계속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동물실험을 하는 곳이면 어떤 곳이든 실험동물법의 적용을 받게 법을 개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실험을 사전 심의하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실효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008년 동물실험윤리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7년 기준 384개 기관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만, 실험이 미승인되는 경우는 고작 4.6%에 그쳤다. 24일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외부위원 활동을 위한 강연회 ‘3R의 실현과 시민의 역할’을 연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메이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대학이나 여러 기관 내 실험은 연구자료라는 이유로 공개가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반복되는 문제는 없는지 따져보고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날 강연회에 앞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외부위원 활동을 목표로 하는 비전문가를 위한 교육 자료집을 펴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