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신소윤이 만난 애니멀피플
“사람과 동물의 건강, 복지는 큰 틀에서 하나”…수의인문학자 천명선 교수
“사람과 동물의 건강, 복지는 큰 틀에서 하나”…수의인문학자 천명선 교수
3월26일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실에서 천명선 교수가 애니멀피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간은 우주에 혼자 떠 있지 않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원헬스 개념이 언급되는데, 원헬스란 무엇인가요? “그동안 질병이나 건강을 굉장히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했는데, 이걸 좀 한걸음 떨어져서 본다고 생각하면 돼요. 인간이 우주에 동동 떠서 혼자 있는 게 아니라, ‘환경’이라고 생각했던 아주 많은 존재랑 접하고 있는데, 그 접점에 건강·질병 문제가 있는 거죠.” ―관점의 전환 같은 거네요. “예전에는 인간에게 해를 줄 수 있는 병원체가 있다면 이걸 싹 없애면 끝이었어요. 발원지가 숲이었으면 숲을 태워버리고, 동물이면 동물을 죽여버리는. 그렇게 인간 중심적으로 했더니 우리가 놓치는 게 많고, 우리가 사는 이 공간에 우리만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원헬스란 굉장히 좋은 그림이에요. 그런데 실현이 잘 되고 있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이게 왜 사회문화적으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보고 있어요.”
천명선 교수는 5년 차 ‘캣맘’이기도 하다.
인간과 동물을 ‘접점’이 중요 ―원헬스가 미리 도입됐다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도 하던데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수의사들이 증거로 내놓는 게 사람 피해가 확 퍼지기 전에 반려동물에게서 먼저 보였다는 건데요. 동물 사례를 들여다보면 데이터가 더 풍부해져요. 예를 들어 사람의 경우에는 아이들과 같이 있었던 그룹, 아닌 그룹을 나눠서 분석하기도 했잖아요. 여기에 위험에 노출된 반려동물도 들어간다면 훨씬 풍부한 데이터로 사건을 재구성해볼 수 있는 거죠. 환경 위해는 딱 사람만 집어서 발생하지 않거든요. 인간 말고 다른 존재도 봐야 하죠. 그런 점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더 조사해야 한다고 봐요.” ―원헬스로 인수공통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생각나는 질병을 말해보세요.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잖아요. 우리에게 최근에 문제가 됐던 게 스와인인플루엔자(신종플루)와 a, b형 인플루엔자가 있죠. 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은 동물에게는 별문제가 없다가 사람에게 넘어오면서 심각해진 거예요.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왜 중요하냐면, 예전에 자주 만나지 않았던 인간과 야생동물이 가진 바이러스가 서로 만나면서 변종이 일어나고, 이게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인간이 야생동물 서식지를 없애고, 거기에 사람이 들어가서 산다거나 가축을 풀어서 살게 하면 야생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던 질병이 심각한 전염병이 되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원헬스에서는 동물에게서 질병이 퍼졌을 때 잘 감시하라고 해요. 그러려면 야생동물, 가축, 사람의 질병을 각각 모니터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통해야 하고 서로 이어져 있어야 하는데, 쉽게 말하면 이게 원헬스 시스템인 거죠.” ―이걸 잇는 작업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죠? “가장 많이 하는 게, 인수공통전염병 협의체 같은 걸 꾸리는 거예요. 한국도 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가 정기적으로 만나 각자의 영역에서 이상 징후는 없는지 공유하는 거죠. 그래서 원헬스는 아래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보다 탑다운 방식이어야 해요. 틀을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하거든요. 정부 차원에서 큰 범주 안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정책을 짜서 아래로 내려가야 해요.” _______
생각의 범주가 넒어지는 것 ―원헬스가 정책적으로 잘 반영되면 동물이나 환경에도 이득이 있는 거죠? “당연히 이득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요. 지금까지는 혹시 동물한테 위험이 생기면 사람에게도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바꿔놓고 생각하면 동물이 위험하지 않으면, 사람도 그럴 수 있다는 얘기예요. 동물이 왜 위험에 빠졌는지, 동물이 왜 질병에 걸렸는지, 사람이 서식지를 파괴했을 때 얘네들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있는지, (인간이 벌이는) 활동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야 하는 거죠. ―인간을 생각하는 게 동시에 동물을 생각하는 거네요. “인간이 생각해야 하는 범주가 아주 넓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전염병에서 시작된 이 개념이 동물 복지까지 확장되고 있어요. 보건 쪽에서 생각하다 보니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요소들이 보이고,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는 거예요. 이를테면 동물과 같이 사는 저소득층에 맞춤한 복지 서비스가 들어간다든지, 동물과 함께 살면서 인간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 다만 이것도 동물을 단순히 이용하는 대상이라고 치부하지 않는 선에서요.” 글·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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