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강원 고성서 고래상어 두번 방생한 ‘은인’
이종범 북양호 선장 “그물 보상해주면 방생 늘 것”
기후변화로 열대어종 고래상어 발견 늘어
지난 9월 강원도 고성 앞 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고래상어. 이종범 선장과 선원들이 바다로 돌려보냈다.
이종범(33) 북양호 선장은 고래상어를 두번이나 풀어준 고래상어의 ‘은인’이다. 지난해 8월과 올해 9월12일 같은 장소에서 고래상어를 두번이나 잡았다가 풀어줬다.
이 선장은 선원들과 강원도 고성 바다에서 정치망(일정한 곳에 그물을 두고 물고기를 잡는 어망)으로 방어나 오징어, 도미 등을 낚는다. 새벽 5시 무렵 바다로 나가 3~4시간씩 조업을 하고 육지로 돌아온다. 고래상어를 본 시간은 두번 모두 아침 7~8시쯤으로, 고래상어는 밤 사이 물고기를 따라 어망으로 들어온 걸로 추정된다.
고래상어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열대어종이다. 플랑크톤이 주식이나 물고기의 알이나 치어도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수족관에서는 전시동물로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2년 7월 아쿠아플레닛 제주에서 정치망에 걸린 고래상어를 전시하려다 동물보호단체와 여론의 반대로 방생한 적이 있다.
기후변화로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동해안에서 고래상어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17일 ‘애니멀피플’과의 통화에서 이 선장은 그물 손실을 보전해준다면 많은 어민이 혼획된 고래상어나 고래류를 방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그물에 걸린 고래류를 발견한 신고자나 고래 구호자에 대한 포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고래상어가 잡힌 상황이 어떠했나?
“지난해 8월에 그물에 걸린 고래상어는 크기가 6m였다. 올해 9월 12일에 잡힌 고래상어는 크기가 13m는 됐다. 두 마리 다 고성 해안에서 3~4㎞ 떨어진 바다에 둔 정치망에서 발견했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친 어망에 큰 동물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고래상어를 풀어줄 수 있었나?
“배에 큰 수조가 있어 일단 배 위로 옮겼다. 꼬리에 줄을 걸어서 배 위로 들어 올렸다가 다시 먼 바다로 나가 풀어줬다. 올해는 특히 크기가 컸다. 오래 작업하신 분들도 이렇게 큰 건 처음 본다고 했다. 그물에서 꺼내는 데 1시간은 걸렸다. 꼬리에 줄 거는 데만도 30분이 걸렸다. 꼬리가 성인 남자 키만 했기 때문에 꼬리에 맞으면 위험했다. 다칠 수 있으니 조심히 작업했다. 풀어주자 고래상어가 꼬리를 팔락거리면서 바닷속으로 들어가더라.“
지난달 12일 이종범 북양호 선장과 선원들은 합심하여 그물에 걸린 고래상어를 바다로 돌려보냈다.
-고래상어가 왜 잡히는 걸까?
“어떻게 그물망 안으로 들어오는지까지는 모르겠다. 정치망이 고기를 유도하는 길 그물이라 고기가 들어오면 갇힐 수 있다. 고래상어도 실수로 들어온 거다.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 힘들다.”
-고래상어는 수족관 인기 어종이다. 포획해서 팔 수도 있다는 말 못 들었나?
“발견했을 때 어떤 물고기인지 몰랐다. 대학에서 수산을 전공해서 지인들에게 생김새를 알려주고 물어봤더니 고래상어라고 하더라. 보호대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살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죽은 게 아니고 살아있었기 때문에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아가미 쪽으로 숨 쉬는 것도 보이고 꼬리도 살랑살랑했다.”
지난해 8월 그물에 걸린 고래상어. 바다로 돌아갔다.
-혼획이 많이 된다. 어민들이 살아있는 고래상어나 고래를 풀어주도록 유도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어민 입장으로 말하면, 이렇게 큰 생물을 방생하는 과정에서 그물이 손상되는 게 가장 우려된다. 우리는 두번 다 그물 손실은 크게 없어 다행이었다. 고래상어가 포악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손상된 그물을 보상해준다면 다른 분들도 많이 방생할 거로 예상한다.”
-주변에서 좋은 일 했다고 하나?
“그런 편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영상 이종범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