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상태에 따라 피부가 홍조를 띠는 청머코앵무(왼쪽). 눈동자 주변이 드러난 피부이다. 아리엘 베로우드 제공.
앵무새는 영장류 못지않은 지적 능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관련 기사:
새 대가리? 까마귀는 7살, 앵무새는 3살 아이 지능 드러나). 여기 한 가지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앵무새가 얼굴색을 변화시켜 감정 표현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린 베르탱 프랑스 투르대 연구원 등 프랑스 연구자들은 야생에서 포획돼 동물원 조련사가 길들인 청머코앵무 5마리를 대상으로 이 새들이 표정을 통해 시각적 소통을 하는지 조사했다. 청머코앵무는 정수리와 목 뒤를 화려한 깃털로 장식한 데다 뺨에는 호랑이 줄무늬가 난 깃털이 나 있고, 눈동자 주변에는 흰 맨살이 드러나 있어 표정의 변화를 살펴보기에 적당하다.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청머코앵무의 머리. 다양하고 화려한 깃털과 드러난 피부도 있어 표정 변화를 알기 쉽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놀랍게도 이 앵무는 조련사가 돌아서 있을 때보다 다가와 말을 걸고 눈을 맞추는 등 친밀하게 접근할 때 머리 깃털을 세우고 드러난 뺨의 피부를 재빨리 붉게 물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헤모글로빈에 의한 급격한 얼굴의 색깔 변화는 새에서는 처음 밝혀진 일”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얼굴의 혈관이 확장해 붉히는 것은 사람만의 독특한 행동인데,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황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앵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 상태에서 얼굴을 붉히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 책임자인 베르탱은 “얼굴 붉히기는 인간 만의 특징이 아닐 수도 있다. 청머코앵무의 깃털 없이 드러난 피부의 색깔은 감정과 관련된 상황에서 급격히 색깔이 바뀐다. 이 앵무의 얼굴은 매우 복잡한데, 깃털의 모양과 색깔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것 같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청머코앵무의 얼굴은 다양한 색깔의 깃털과 드러난 피부를 통해 영장류 못지않은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개코원숭이 같은 영장류는 얼굴의 다양한 색깔과 형태로 사회적·성적 지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얼굴 붉히기와 함께 머리 깃털을 세우는 것과 감정 상태를 반영한다. 왼쪽은 정수리깃, 오른쪽은 목뒤깃, 아래가 깃을 세운 상태이다. 아리엘 베로우드 제공.
조련사와 어울릴 때 앵무는 얼굴 붉히기와 함께 정수리 깃털을 세우는 행동을 자주 했다. 목 뒤 깃털을 세우는 행동도 조련사와 친밀하게 지낼 때 잦았다. 연구자들은 머리의 깃털을 세우는 행동은 낮은 흥분도와 긍정적 사회관계를 반영한다고 보았다.
베르탱은 “이 연구는 적은 수의 앵무를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앵무가 내면의 주관적 느낌을 표정으로 드러낸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 새의 복지를 향상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플로스 원’ 22일 치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ertin A, Beraud A, Lansade L, Blache M-C, Diot A, Mulot B, et al. (2018) Facial display and blushing: Means of visual communication in blue-
and-yellow macaws (
Ara Ararauna)?
PLoS ONE 13 (8): e020176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