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갯벌 녹색 경관 담당하지만 먹이망 단절 ‘주범’
연 50% 성장…퇴치 어려워 세계적 골칫거리
문제는 시간싸움, 미국에선 제초제 살포 결단
갯벌 녹색 경관 담당하지만 먹이망 단절 ‘주범’
연 50% 성장…퇴치 어려워 세계적 골칫거리
문제는 시간싸움, 미국에선 제초제 살포 결단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해양환경공단 직원들이 7일 충남 서천군 송림갯벌에서 갯끈풀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갯끈풀의 성장속도가 워낙 빨라 시급한 대책이 요청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대서양 원산 갯끈풀, 애초 해안 침식 방지용 도입 갯벌에서 간척이 줄어들고 보호구역이 늘어난 것은 중요한 성과이다. 하지만 최근 갯벌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도 나타났다. 그 손님은 아쉽게도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외래생물 100종’에 이름을 올린 종이다. 바로 갯끈풀이다. 이미 작년부터 우리 언론에도 종종 등장하던 이 생물은 영국갯끈풀(Spartina anglica)과 갯줄풀(Spartina alterniflora) 두 종인 것으로 확인된다. 본래 대서양 연안에 자생하던 종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까지 분포한다. 뿌리가 깊고 기수 지역에 밀집해 분포하는 특성 덕분에 영국이나 중국에서는 해안 침식을 방지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들여오기도 했다.
원산지인 영국의 갯끈풀. 다른 나라에서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키는 침입종이 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갯줄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하급수적인 확산속도와 끈질긴 생명력 갯끈풀은 얼마나 빠르게 번질까? 갯끈풀이 처음 보고된 진도에서 진행된 박정원 외(2015)(주 1)의 연구를 보면, 2008년 처음 나타난 갯끈풀의 면적은 11.5㎡였는데, 2009년 21.85㎡, 2011년 239㎡이다가 2015년에는 약 6400㎡로 늘어났다. 강화 화도면 동막리 앞 갯벌에서도 2015년 400여㎡가 발견되었는데, 이후 2년 사이 1만9791㎡로 늘었다. 가히 기하급수적이다(주 2). 갯끈풀은 씨앗을 바람에 날려 먼 지역까지 퍼트리기도 하고, 제자리에서는 대나무처럼 뿌리를 옆으로 뻗어 개체를 늘려 간다. 때문에 갯끈풀의 뿌리까지 제거하지 않고 잎만 잘라내면 곧 살아남은 뿌리에서 잎이 올라온다. 갯끈풀을 뽑아내더라도 이를 태우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처리하지 않고 해안가에 그대로 두었다가는 밀물에 휩쓸려 더 먼 곳에 정착하기에 십상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돈을 들여 일일이 제거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막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_________
캘리포니아, 2000년대 이후 갯끈풀 제거에 총력 갯끈풀이 우리에게는 최근에 유입한 외래종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 갯끈풀이 비록 미국에 접해 있는 대서양 연안이 원산지이지만, 북미 대륙 반대편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는 갯끈풀이 외래 침입종에 해당한다.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연안에 본래 있던 생물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00년 주 내의 관련된 정부 및 비정부 기구들이 모여 ‘침입 갯끈풀 프로젝트(Invasive Spartina Project, ISP)’를 시작했다. 종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주 내 전 지역에서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재원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만과 삼각지 프로그램(CALFED Bay-Delta Program)’이나 미 연방 해양대기국(NOAA) 산하의 ‘어류 및 야생 생물국(US Fish and Wildlife Service Coastal Program)’을 비롯해 ‘캘리포니아 연안보전 단체(California State Coastal Conservancy)’ 등 여러 기관에서 확보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연방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광범위한 업무를 위임받아 갯끈풀의 확산범위를 모니터링하거나, 제거 방식별로 환경 영향을 검토하고, 이에 따라 연간 방제 계획을 수립해 갯끈풀을 제거하고 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주로 해역별로 어떤 종이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조사해 이를 지도에 표시하는 모니터링 활동에 주력했다. 아래 그림처럼 샌프란시스코만을 대상으로 출현하는 종과 서식밀도까지 포함된 상세한 모니터링 결과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그 결과 갯끈풀 모니터링을 처음으로 완료한 2005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만 안에는 132개 사이트, 1200에이커(약 4.9㎢)에서 갯끈풀 군락이 확인됐다. 캘리포니아 만에서 갯끈풀 분포를 모니터링하는데 약 3년간 160만 달러, 한화 약 2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주 3).
<그림> 2004 샌프란시스코 하구 갯끈풀류 분포 지도. 붉은 부분이 갯끈풀 분포 지역. 침입 갯끈풀 프로젝트 제공.
뜻밖의 평가 결과, 제초제 사용이 환경 영향 더 적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는 물리적인 제거방법과 함께 화학적인 방법도 고려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물론 캘리포니아 살충제 규제부서(California Department of Pesticide Regulation, CDPR)에서는 갯끈풀 방제용으로 국내에서도 사용 중인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와 이마자피르를 허가했다(우리나라에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다)(주 4). 이 두 제초제는 모두 잎을 통해 뿌리까지 성분이 전달되고, 갯끈풀의 특정 효소와 단백질 합성을 막아 세포 성장을 방해한다. 갯끈풀에 미치는 효과는 비슷하지만 제초제가 잎에 잘 도달하는지에 따라 갯끈풀 제거율에 차이가 난다. 이마자피르는 차량에서 뿌리거나 헬기로 뿌려도 약 80%의 제거율을 보이지만, 글리포세이트는 헬기에서 뿌리면 제거율이 30%까지 크게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갯끈풀의 확산속도를 연간 50%까지 잡는 것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어떤 제거방법을 쓸지 결정하기 전에 제거방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주 5). 특히 지역 대표 생물인 캘리포니아 뜸부기에 끼치는 영향을 제거방법별로 살펴보면서 갯끈풀 확산속도와 비교하여 제거방법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평가 결과는 필자의 예상과 달리, 아니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화학적인 방법이 물리적 방법보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오히려 적다는 것이다. 제초제를 뿌리면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으나, 갯끈풀의 빠른 확산속도를 줄여 장기적인 영향을 제거하는 이득이 더 크다고 봤다. 또한 물리적 방법으로 갯끈풀을 제거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인 교란이 갯벌에 더 크고 오래 영향을 준다는 점, 그리고 물리적 방법으로는 제거 속도에 한계가 있어 갯끈풀의 확산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캘리포니아의 환경이나 관리여건이 우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는 갯끈풀 제거방법의 환경 영향을 검토하면서 지형과 수문학적 영향, 수질, 생물자원, 대기질, 소음, 인간 보건, 경관, 토지이용, 문화 자원, 사회경제학, 환경정의, 누적영향 등을 분야별로 고려하여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갯끈풀 제거의 기본전략은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전 영역에서 동시에 제거한다는 것이다. 갯끈풀은 연간 50% 이상 분포범위가 늘어나고 심지어 초기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갯끈풀의 확산속도에 주목해 갯끈풀을 ‘생물학적 오염’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어떤 방법이건 갯끈풀을 즉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갯끈풀의 공간분포, 그 영향을 고려한 제거 전략, 환경 영향을 고려한 제거방법을 확정하고 난 후 지역별로 상세한 제거 계획을 세워 실제 제거 작업을 시행했다. 특히 갯끈풀의 분포 외곽지역이나 갯끈풀이 다른 바다로 퍼져 나가는 병목 지점을 우선 고려했다. 또한 제거 계획에는 지역별로 어떤 방법을 쓸지도 고려했는데 제초제를 살포하는 화학적 방법이 전체의 90% 이상에서 적용되었고, 일부 보호 생물이나 민감한 환경에서만 물리적 제거방법을 사용했다. _________
우리나라에 침입한 갯끈풀, 확산경로와 공간 분포도 불분명
강화도 남단 동막리 갯벌에 갯끈풀이 번성한 모습. 지난해 7월 촬영한 사진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수작업으로 갯끈풀을 제거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갯끈풀의 확장 속도가 제거 속도를 앞지른다면 갯벌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지 모른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쉽지 않은 제거방법, 갯벌을 갯끈풀에 내줄 것인가?
강화도 갯벌에 점점이 분포하는 갯끈풀. 정확한 실태조사가 먼저다. 해양수산부 제공.
(주 1) 박정원, 김하송, 장성건, 천숙진, 육관수, 2015, 지상라이다를 이용한 미기록 외래종 갯쥐꼬리풀(Spartina alterniflora)의 분포특성과 관리방안 연구, 한국도서연구, 27(3): 161-177.
(주 2) 해양수산부 바다생태정보나라(유해교란생물)
(주 3) https://nrm.dfg.ca.gov/FileHandler.ashx?DocumentID=5221
(주 4) 글리포세이트와 이마자피르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상 ‘농약 잔류허용기준’과 ‘축수산물의 잔류물질 잔류허용기준’ 등에 포함돼 있으며, 작물의 종류에 따라 글리포세이트는 0.05~20ppm까지, 이마자피르는 대두에 3.0ppm까지 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주 5) http://www.spartina.org/Spartina_Final_EIR/Spartina_Final_EI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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