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크릴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크릴어업체연합이 남극해에서 어업 활동을 자발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크릴은 새우처럼 생긴 작은 갑각류로, 펭귄과 고래나 바다표범, 오징어 등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마구 잡아들이면 생태계 붕괴를 부를 수 있다.
그린피스는 크릴어업체연합에 속한 기업들이 2020년부터 남극해에서 크릴을 잡는 어업활동을 중단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연합에 속한 기업은 노르웨이의 에이커 바이오마린(Aker BioMarine), 림프로스트(Rimfrost), 한국의 인성(Insung), 중국 씨엔에프씨(CNFC), 칠레 페스타칠레(Pescachile) 등 5곳이다. 이들 기업은 남극해 크릴 시장의 85%를 차지한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어업을 제한한다. 시기와 구역을 정했다. 남극반도(
Antarctic Peninsula)에서는 연안 40Km 이내에서 10월1일부터 2월1일까지 어업을 중단한다. 겔라쉐해협(Gerlache Strait)은 연안 30Km 이내에서 10월15일부터 2월15일까지 중단한다. 사우스쉐틀랜드제도(South Shetland Island)에서는 연안 40Km 이내 11월1일부터 3월1일까지 쉰다. 엘리펀드섬과 브렌스필드해협에서는 제한하지 않는다.
이번 결정은 그린피스와 35개 나라 170만명의 시민들이 남극 생태계 보호를 요구해 이뤄졌다. 세계 최대 크릴 어업 회사인 노르웨이 에이커 바이오마린에서 일하는 크리스틴 하트만은 “과학자, 그린피스를 포함한 환경단체의 노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우리의 노력으로 크릴이 질좋은 오메가3의 지속가능한 원료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릴 오일은 대표적인 동물성 오메가3 원료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
스페인의 배우 카를로스 바르뎀이 턱끈펭귄을 보고 있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단체와 기업들의 움직임이 국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올해 10월 세계25개 회원국 정부가 모이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Commission for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에서 웨들해(코츠랜드와 남극 반도 사이의 남극해 해역) 근처 180만㎢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지를 논의한다.
크릴어업 기업들은 남극해에서 1970년대부터 오메가3 오일과 건강보조식품으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으로 크릴을 잡아왔다. 크릴은 대왕고래부터 오징어까지 남극 생물들의 먹이사슬 가장 끝에 있는데, 상업적 어획으로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있어왔다. 세계자연기금(WWF·World Wildlife Fund)의 남극캠페인 담당 크리스 존슨은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하기 위해서는 남극에서 (어업활동을 하지 않는) 해양보호구역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네트워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릴어업체연합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크릴 어업을 목표로 2012년 구성됐다. 한국의 인성도 소속 업체다.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크릴을 많이 잡는 나라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그린피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