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첫 방송 된 tvN의 ’식량일기 닭볶음탕’편의 한 장면. 동물권단체 제공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닭볶음탕, 한 그릇의 닭볶음탕을 위한 6개월간의 기록, 지금 시작합니다”
가수 보아가 부화기에서 태어난 병아리를 발견하고 ‘대박’이라고 외친다. 바로 닭다리를 중식칼로 내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30일 오후 첫 방송 된 tvN ‘식량일기 닭볶음탕’(식량일기)편이다. 동물권단체는 이를 두고 살아있는 동물을 동원하는 비윤리적이고 편파적 방송이라며 즉각 폐지를 요구했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권 운동단체 MOVE 등 8개 단체는 1일 “식재료인 닭을 직접 키워 죽이고, 먹는다는 제작진의 기획 의도를 강력 비판하며 tvN ‘식량일기’의 즉각 폐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취지를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노력과 과정으로 식탁에 오르는지 몸소 알아보기 위함이라 밝혔으나, 공장식 축산에서 길러지는 닭으로 만들어지는 닭볶음탕에서 해당 취지는 결코 실현 가능하지 않다. 현재 소비되는 닭은 닭장에서 빡빡한 밀도로 사육되며,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게끔 개량되어 생후 한 달 만에 도축되고 있다”라고 프로그램과 다른 상황에 놓인 농장동물로서의 닭에 대해 설명했다. 또 “탄생부터 도살까지 이윤 극대화로 점철된 닭의 일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식량일기’가 보여주는 닭 키우기의 수고로움은 전원생활과 자급자족을 내세운 판타지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tvN이 제작을 승인한 것은 (중략) 그동안의 동물 마케팅을 극대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시민들도 프로그램 취지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는 한 시민은 “오락채널이면 오락채널답게 솔직하게 재미 추구에만 골몰했으면 좋겠다. ‘우리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알아본다’는 식으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또 다른 시민은 “직접 닭을 키워서 잡아먹는 농민과는 상황이 다르지 않냐. 시청자들도 출연자가 키운 동물을 잡아먹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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