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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쌓고 뗏목 만들고…붉은불개미 장거리 이주 전략

등록 2017-10-10 14:33수정 2017-10-10 15:47

[애니멀피플] 사람과 동물
홍수로 둥지 잠기면 장거리 이주
수십만 마리가 100초에 방수 뗏목 이뤄
육지 닿으면 ‘살아있는’ 에펠탑 건조
끊임없이 무너지고 재건하면서 자기 몸길이의 30배 높이 탑을 유지하는 외래붉은불개미. 조지아공대 제공.
끊임없이 무너지고 재건하면서 자기 몸길이의 30배 높이 탑을 유지하는 외래붉은불개미. 조지아공대 제공.
부산 감만부두에서 발견돼 물의를 빚고 있는 외래종 불개미(외래붉은불개미, Solenopsis invicta)는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 북아메리카를 거쳐 호주와 아시아로 퍼져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침입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불개미를 ‘세계 100대 침입종’의 하나로 꼽았다. 사람에 의한 환경교란과 국제 물동량 증가가 근본 원인이지만, 이 생물 자체의 끈질긴 적응력도 이런 확산에 작용했다.

홍수가 잦은 범람원이 서식지인 이 불개미는 둥지에 물이 차오르면 ‘뗏목’을 만들어 떠다니며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기까지 장기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입종의 기본 요건인 장거리 이주 능력을 보유했다.

물에 떠있는 불개미 뗏목. 물상이 일거나 막대기로 밀어넣어도 흩어지지 않는 탄력과 점성을 보인다. 나탄 음롯과 팀 노워크 제공.
물에 떠있는 불개미 뗏목. 물상이 일거나 막대기로 밀어넣어도 흩어지지 않는 탄력과 점성을 보인다. 나탄 음롯과 팀 노워크 제공.
나탄 음롯 미국 조지아공대 기계공학자 등은 2011년 이 불개미가 홍수 때 무리를 이뤄 ‘방수 뗏목’을 형성해 이주한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미 국립 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불개미들은 불과 100초 안에 수십만 마리가 모여 마치 방수 실로 짠 것 같은 뗏목을 형성했다. 발톱과 턱, 그리고 끈끈한 발바닥으로 연결된 이 뗏목은 길게는 몇 주일 동안 다음 정착지에 도달할 때까지 떠다닐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뗏목 안쪽에는 여왕개미와 갓 태어난 애벌레와 알 등이 자리 잡는다(■ 관련 기사: 불개미, 여왕 모시고 공처럼 뭉쳐 '뗏목' ).

홍수에 떠내려가던 불개미 뗏목이 육지에 상륙한 직후 불개미 떼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 식물체를 기둥으로 삼아 종을 엎어놓은 모양의 탑을 형성하는 것이다. 조지아공대 연구자들은 탑을 쌓는 불개미의 집단행동을 분석해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7월호에 관련 논문을 실었다.

미국 루이지애나 습지에서 풀에 걸린 불개미들이 임시거처로 탑을 세운 모습. CC록우드 제공.
미국 루이지애나 습지에서 풀에 걸린 불개미들이 임시거처로 탑을 세운 모습. CC록우드 제공.
불개미들은 턱과 발톱, 발바닥을 이용해 개미 길이의 30배 높이 탑을 쌓았다. 탑의 바닥에는 몇 개의 굴을 파 그곳에 소중한 여왕개미와 애벌레, 알을 보관했다. 연구자들은 불개미가 뗏목을 개미 길이의 2.5배 높이로 만들고, 그보다 높으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관찰했기에 어떻게 이렇게 높은 탑을 만드는지 궁금했다.

조사 결과 놀랍게도 이 탑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었다. 탑을 이룬 개미들은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지만 동시에 계속 다시 짓고 있었다. 탑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구조물이었다. 불개미들이 아무런 사전 계획이나 지도자 없이 이런 구조물을 만드는 비결은 무얼까.

연구자들은 불개미들이 자기 체중의 2배 이상 하중이 걸리면 연결했던 부위를 푸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체였던 개미가 그 순간 액체처럼 바뀐다. 개미는 자기 체중의 3배까지 견딘다. 만일 30층 높이로 쌓인 개개의 불개미가 자기 체중의 2∼3배 무게를 똑같이 받는 구조라면 이런 높은 구조물이 가능해진다.

각각의 불개미가 2마리 체중의 하중을 고루 받는 얼개. 불개미 탑의 기본 구조이다. S. 포네커 외(2017)
각각의 불개미가 2마리 체중의 하중을 고루 받는 얼개. 불개미 탑의 기본 구조이다. S. 포네커 외(2017)
연구자들은 불개미 탑이 에펠탑처럼 각 부위에 가해지는 하중이 똑같은 구조임을 밝혔다. 탑의 중간에 있는 불개미도 다른 불개미와 똑같은 힘을 견디기만 하면 된다. 만일 그 이상이 힘이 가해지면 연결을 풀어 무너지면 된다. 규칙은 단순하지만,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무너지고 끊임없이 재건되는 살아있는 탑이 형성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탑이 빗방울과 강물을 피하고 지하에 항구적인 굴을 파기까지 집단을 보호하는 임시 거주지 구실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또 “불개미의 탑은 사람 피부와 같은 다세포 시스템을 연상시킨다”며 “무리 지어 행동하는 소형 로봇을 제조하는 데 이 연구가 영감을 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lot NJ, Tovey CA, Hu DL. 2011 Fire ants self-assemble into waterproof rafts to survive floods. Proc. Natl Acad. Sci. USA 108, 7669?7673. DOI:10.1073/pnas.1016658108

Sulisay Phonekeo, Nathan Mlot, Daria Monaenkova, David L. Hu, Craig Tovey, Fire ants perpetually rebuild sinking towers, Royal Society Open Science, Published 12 July 2017. DOI: 10.1098/rsos.17047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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