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동물쇼체험시설 ‘퍼시픽 리솜’(옛 퍼시픽랜드)이 사육 중이던 돌고래 3마리 중 2마리를 최근 경남 거제 체험시설 ‘거제씨월드’로 반출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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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돌고래 방류를 발표했던 제주 동물쇼체험시설 ‘퍼시픽 리솜’이 돌고래 3마리 중 2마리를 경남 거제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로 반출했다. 거제씨월드는 돌고래나
벨루가 등에 타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동물학대 비판을 받았던 곳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시설로의 반출만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4일 제주도 해양산업과는 “퍼시픽 리솜이 돌고래 3마리 중 2마리를 거제씨월드로 반출한 것을 확인했다. 타 시설로 이관된 동물은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고,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아직 시설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앞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시민 제보를 통해 돌고래 반출 정황을 파악하고 퍼시픽 리솜의 소유주인 호반그룹에 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제주도청에도 현장 조사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돌고래 반출을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와 신고 절차가 필요하지만 퍼시픽 리솜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해양보호생물인 돌고래를 다른 시설로 이관시키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의 허가와 환경부의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퍼시픽 리솜은 관련 절차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 제20조는 해양보호생물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하고, 관할 시도지사에게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퍼시픽 리솜은 제주도청에 관련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멸종위기종의 양도·양수에 앞서 환경부 환경유역청에 신고를 하도록(야생생물법 제16조 6항) 하고 있지만 관할인 영산강유역청의
양도 신고증이 발급되기 전 돌고래를 반출한 정황도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제주MBC는 3일 퍼시픽 리솜의 돌고래 2마리가 지난달 24일 제주항을 통해 반출되는 씨씨티브이(CCTV) 영상과 선사 관계자 등의 증언을 공개했다. 당시 영산강유역청은 아직 퍼시픽 리솜의 양도 신고를 처리하지 않은 상태였다.
경남 거제 돌고래체험시설 ‘거제씨월드’는 2020년 돌고래나 벨루가의 등에 타는 체험시설을 운영했던 것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거제씨월드 누리집
핫핑크돌핀스와 제주녹색당은 “호반그룹의 행정 무시와 초법적 행태가 도를 넘었다. 퍼시픽 리솜의 불법 돌고래 반출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4일 퍼시픽 리솜을 해양생태계법과 야생생물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제주경찰청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돌고래의 불법적인 양도·양수는 형사처분 대상이다. 법률 위반이 확인되면 사법당국은 두 곳을 처벌하고, 관련 법령에 따라 신속히 태지와 아랑이를 몰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돌고래들 다시 몰수해 현재 해양수산부가 구성 중인 ‘퍼시픽 리솜 돌고래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에 관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퍼시픽 리솜은 지난해 10월 사육 중이던 돌고래 ‘바다’가 폐사하자 남아있는 돌고래 비봉이, 태지, 아랑이의 방류를 서둘러 발표했다. 이후 돌고래 태지를 기증한 서울대공원과 시민사회단체들과 돌고래들의 보호 방안을 논의해 왔으나 단체들이 요구한
바다쉼터(돌고래 보호시설) 건립을 수용하지 않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였다. 이러한 논의 도중 지난 21일 거제씨월드로의 반출 시도가 알려지며 반대 여론이 일었지만, 그대로 강행한 것이다.
4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와 제주녹색당은 제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퍼시픽 리솜을 돌고래 무단 반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한편 거제씨월드는 2014년 개장 이래 11마리의 고래들이 폐사해 ‘고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시설로, 2015년 이후엔 매년 돌고래가 폐사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에는 돌고래나 벨루가의 등에 사람이 타고 수영장을 도는 강도 높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알려져 시설 폐쇄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곳은 현재도 고래를 타는 것 이외에 만지기, 입 맞추기, 돌고래 쇼 등의 체험과 공연을 운영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