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김지숙이 만난 애니멀피플/테리 라이언·이순영
긍정강화 위해 닭 트레이닝…동물원 사육사 등 참가
“닭은 영리한 동물, 과학적·긍정적 방식에만 반응해”
긍정강화 위해 닭 트레이닝…동물원 사육사 등 참가
“닭은 영리한 동물, 과학적·긍정적 방식에만 반응해”
![16일 경기 고양시 씨티평생교육원에서 진행된 ‘치킨캠프’에서 이순영 교수가 트레이닝 시범을 보이고 있다. 16일 경기 고양시 씨티평생교육원에서 진행된 ‘치킨캠프’에서 이순영 교수가 트레이닝 시범을 보이고 있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72/imgdb/original/2021/1021/20211021503001.jpg)
16일 경기 고양시 씨티평생교육원에서 진행된 ‘치킨캠프’에서 이순영 교수가 트레이닝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뷰 구독하기(모바일용) https://bit.ly/3Ae7Mfn 탁자 위에 닭이 올라왔다. 60초 타이머가 눌렸다. 참가자가 붉은 점이 그려진 타깃봉을 제시하자 닭이 관심을 보이며 머리를 숙였다. 그때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닭에게 모이가 주어졌다. 닭이 모이를 쪼아 먹자 그릇은 재빨리 치워졌다. 아쉬운 듯 두리번거리는 닭의 머리 앞에 다시 타깃봉이 등장했다. 닭은 자연스레 먹이를 숙였고 다시 딸깍 소리와 함께 먹이가 주어졌다. 같은 동작이 두어 번 반복되자 이제는 닭이 먼저 움직였다. 닭은 고민 없이 타깃봉의 붉은 점을 쪼았다. 딸깍! 붉은 점을 쪼면 먹이가 나온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우아~’ 참가자들 사이에서 낮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고작 1분 사이에 닭이 ‘클리커 트레이닝’(동물에게 특정 행동을 유도하고 보상하는 방식의 훈련법)을 완벽히 이해하고 수행한 것이다. _______
3일 만에 타깃 적중…“너무 빠른 닭들” 지난 16일 경기 고양시 반려동물 전문교육기관 씨티평생교육원에서 열린 ‘치킨캠프’를 찾았다. 치킨캠프는 미국 워싱턴 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세계적인 동물행동 전문가 테리 라이언(Terry Ryan) 트레이너가 1980년대부터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동물행동 교육 프로그램이다. 국내서 처음 열린 이번 코스는 씨티평생교육원 이순영 교수의 지도로 14~17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닭들은 특정 색을 쪼는 것뿐 아니라 링이나 장애물 통과, 신발끈 풀기 등의 고난이도 훈련도 소화해낸다. 테리 라이언 제공 닭들은 특정 색을 쪼는 것뿐 아니라 링이나 장애물 통과, 신발끈 풀기 등의 고난이도 훈련도 소화해낸다. 테리 라이언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997/imgdb/original/2021/1021/20211021502999.jpg)
닭들은 특정 색을 쪼는 것뿐 아니라 링이나 장애물 통과, 신발끈 풀기 등의 고난이도 훈련도 소화해낸다. 테리 라이언 제공
![닭들은 보통 30~60초 가량 케이지 밖에서 트레이닝을 받는다. 이순영 제공 닭들은 보통 30~60초 가량 케이지 밖에서 트레이닝을 받는다. 이순영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728/imgdb/original/2021/1021/20211021502997.jpg)
닭들은 보통 30~60초 가량 케이지 밖에서 트레이닝을 받는다. 이순영 제공
왜 닭인가 이날 타깃봉을 쪼는 데 성공한 닭들에게 다음 목표로 제시된 것은 각기 색이 다른 디스크 주 빨간색을 쪼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리 만들어 둔 상자 터널을 오가는 것도 추가됐다. 과연 닭들이 이런 고난이도의 훈련을 해낼 수 있을까. 라이언 트레이너와 이순영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닭들은 이보다 더 어려운 동작도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가령 공중의 링을 통과하거나 운동화 끈을 푸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세계적인 동물행동 전문가 테리 라이언(Terry Ryan) 트레이너(왼쪽)는 1980년대부터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치킨 캠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세계적인 동물행동 전문가 테리 라이언(Terry Ryan) 트레이너(왼쪽)는 1980년대부터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치킨 캠프를 운영해 오고 있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373/imgdb/original/2021/1021/20211021503002.jpg)
세계적인 동물행동 전문가 테리 라이언(Terry Ryan) 트레이너(왼쪽)는 1980년대부터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치킨 캠프를 운영해 오고 있다.
![트레이닝을 받는 닭들은 산란계, 관상용 닭 등 여러 종이다. 평소에는 농장 등에서 지내다가 교육 기간에만 씨티교육원에서 닭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닭 보금자리’로 와서 지낸다. 트레이닝을 받는 닭들은 산란계, 관상용 닭 등 여러 종이다. 평소에는 농장 등에서 지내다가 교육 기간에만 씨티교육원에서 닭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닭 보금자리’로 와서 지낸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40/imgdb/original/2021/1021/20211021503000.jpg)
트레이닝을 받는 닭들은 산란계, 관상용 닭 등 여러 종이다. 평소에는 농장 등에서 지내다가 교육 기간에만 씨티교육원에서 닭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닭 보금자리’로 와서 지낸다.
“중요한 건 터널 통과가 아니다” 이순영 교수는 얼마 전 119구조센터를 통해 구조한 산란계 ‘일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습득은 일구가 가장 빨라요. 산란계이다 보니 먹는 걸 좋아하죠. 식욕은 여러 가지 훈련 동기 중에 활용하기 좋은 요소입니다.” 그는 재학생과 함께 일구의 트레이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흔히 ‘삼계탕의 재료’로만 여겨지는 닭도 느끼고, 생각하고, 자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재란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테리 라이언은 “물리적으로 훈련할 수 없는 닭을 훈련해봄으로써 다른 동물들에게도 강압이나 외압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테리 라이언은 “물리적으로 훈련할 수 없는 닭을 훈련해봄으로써 다른 동물들에게도 강압이나 외압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728/imgdb/original/2021/1021/20211021502995.jpg)
테리 라이언은 “물리적으로 훈련할 수 없는 닭을 훈련해봄으로써 다른 동물들에게도 강압이나 외압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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