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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이 도마뱀 보신 적 있나요?…봤다면, 나쁜 동물원입니다

등록 2021-06-17 16:01수정 2021-06-17 21:06

[애니멀피플]
귀없는왕도마뱀 150년 만의 재발견 뒤 확보 경쟁
반출 불법이지만 일본 등 16개 동물원서 전시
귀없는왕도마뱀은 보르네오 섬 고유종으로 분류학적으로 매우 독특한 파충류이다. 일찍부터 서식지에서 보호종으로 지정됐지만 동물원의 확보 경쟁을 막지 못했다. 리 치엔, 와일드 보르네오 제공
귀없는왕도마뱀은 보르네오 섬 고유종으로 분류학적으로 매우 독특한 파충류이다. 일찍부터 서식지에서 보호종으로 지정됐지만 동물원의 확보 경쟁을 막지 못했다. 리 치엔, 와일드 보르네오 제공

열대림으로 덮인 동남아의 보르네오 섬에서 귀없는왕도마뱀이 처음 보고된 것은 1878년이었다. 길이 40㎝의 몸집에 악어처럼 보이는 6줄의 비늘이 두드러진 이 도마뱀은 겉으로 드러난 귀가 없는(그러나 듣는 데는 문제 없는) 전혀 새로운 과의 파충류로 기록됐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 야생에서 관찰되지 않아 ‘파충류학의 성배’ ‘미니어처 고질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2년 인도네시아 쪽 보르네오에서 이 도마뱀이 재발견되면서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렀고 동물원들은 이 진귀한 파충류를 먼저 들여오기 위해 막후 경쟁을 벌였다. 서식지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는 1970년대부터 보호종으로 지정해 거래를 중지했고 2016년에는 국제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현재 유럽과 일본, 미국 등의 16개 동물원에서 이 파충류를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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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즈 동물원 첫 전시

자생지에서 반출된 기록이 없는 희귀 도마뱀이 어떻게 야생동물의 불법 거래를 비판하고 멸종위기종 보호의 거점이라는 동물원에 흘러들게 됐을까. 빈센트 나이지맨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 교수는 과학저널 ‘자연 보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동물원이 암묵적으로 야생동물의 불법거래를 부추기는 실태를 귀없는왕도마뱀을 사례로 밝혔다. 옥스퍼드 야생동물 거래 연구그룹을 이끄는 나이지맨 교수는 논문에서 “동물원은 높은 기준을 세워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현재 일부 동물원은 그런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감형 동물원’을 표방하는 일본 이즈 동물원 누리집은 “지구에서 가장 진귀한 귀없는왕도마뱀을 세계에서 처음 전시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체감형 동물원’을 표방하는 일본 이즈 동물원 누리집은 “지구에서 가장 진귀한 귀없는왕도마뱀을 세계에서 처음 전시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논문을 보면 진귀한 파충류 수집 경쟁에 가장 앞서 나간 동물원은 일본 시즈오카 현의 이즈(iZoo) 동물원이었다. 이 동물원은 재발견 이듬해인 2013년 5월 귀없는왕도마뱀 2마리의 전시에 나섰다. 나이지맨 교수는 “이 동물원은 국제적인 인증을 받지 못한 곳으로 도마뱀을 어떻게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헝가리, 오스트리아, 러시아, 체코, 독일 등이 앞다퉈 이 도마뱀을 도입했다. 동물원들은 이 파충류를 개인이나 증식에 성공한 마니아로부터 얻었다고 밝혔다. 체코의 프라하 동물원은 일본 이즈 동물원 등으로부터 이 도마뱀을 들여왔다.

나이지맨은 “일본에서 어떻게 유럽에 오게 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설사 합법적이라 해도 공식적인 수출 허가가 발급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귀없는왕도마뱀은 2016년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부속서 2에 등재돼 수출국의 허가 없이는 수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등 이 파충류가 서식하는 3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수출된 기록은 없다고 논문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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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떨어져 애완동물 될까 우려

인스타그램에 오른 귀없는왕도마뱀을 판매한다는 글. 5마리 확보했으며 가격은 마리당 3750달러라는 내용이다. 2015년 포스트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스타그램에 오른 귀없는왕도마뱀을 판매한다는 글. 5마리 확보했으며 가격은 마리당 3750달러라는 내용이다. 2015년 포스트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가장 최근에 이 도마뱀을 전시하기 시작한 곳은 지난 2월 미국 뉴올리언스 오듀본 동물원으로 프라하 동물원에서 도마뱀 10마리를 확보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도마뱀을 확보한 경로에 대해 나이지맨 교수는 “일부는 동물원 사이 교환으로, 일부는 개인으로부터 확보했고 밀수 때 압수한 개체도 일부 있다”며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도마뱀이 어느 시점에서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됐고 또 불법적으로 수입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원들이 이런 보호동물을 받아들인 것은 원산지 국가의 법정신뿐 아니라 국제적 야생동물 거래 규정과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불법적인 야생동물 거래를 막자는 국제 동물원계의 약속을 저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동물원에서 인기가 높자 귀없는왕도마뱀의 가격은 2014년 부다페스트 동물원이 1마리를 8167유로(약 1100만원)에 구입할 정도로 폭등했다. 그러나 워낙 구하기 힘들고 불법 논란 때문에 지난해에는 900유로(약 120만원)로 떨어졌다. 나이지맨 교수는 “이제 일반인도 이 희귀 동물을 애완동물로 기르려 들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귀없는왕도마뱀의 가까운 친척이다. 마크 듀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코모도왕도마뱀은 귀없는왕도마뱀의 가까운 친척이다. 마크 듀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귀없는왕도마뱀은 보르네오 고유종으로 열대우림의 습지나 하천 주변이 주 서식지이지만 논에 나타나기도 한다. 지렁이, 갑각류,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물속에서 꼬리로 돌 등을 감아 떠내려가지 않도록 고정하고 몇 시간씩 머물기도 한다.

정확한 서식지 조사가 부족해 얼마나 심각한 멸종위기 상태인지는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야자유 플랜테이션을 위해 산림을 벌채하면서 서식지를 잃고 있다. 러시아 등에서 인공증식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인용 논문: Nature Conservation, DOI: 10.3897/natureconservation.44.6512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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