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사회적 동물인 사자도 동료가 하는 하품을 따라 하며 행동을 일치시키는 계기로 삼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물고기나 뱀부터 사람까지 상당수 척추동물이 하품을 한다. 입을 크게 벌려 공기를 들이마시며 고막을 길게 확장한 뒤 숨을 크게 내쉬는 동작이다. 쩍 소리와 함께 눈물이 찔끔 맺히기도 한다. 대부분의 동물이 기지개 같은 스트레칭 동작을 곁들인다.
동물들은 왜 하품을 할까. 사람이라면 피곤하거나 지루할 때 또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 한다. 남이 하는 모습을 보거나 소리를 들을 때, 심지어 하품에 관한 글을 읽을 때도 한다.
하품의 생리적 기능은 두뇌로 가는 혈류량을 늘려 산소공급을 늘리고 뇌를 식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뱀은 큰 먹이를 삼킨 뒤 턱을 제자리에 보내기 위해, 개나 고양이는 동물병원에 가는 등 불안할 때도 한다. 싸움 물고기인 베타는 상대와 맞붙기 전 하품으로 전의를 다진다.
하품하는 뱀. 하품이 척추동물에서 오랜 진화 역사를 지닌 행동임을 보여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주목받는 것은 하품의 사회적 기능이다. 고도의 사회성 동물에게서 하품이 주변 개체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뿐 아니라 침팬지, 개코원숭이, 늑대, 개, 양, 아프리카코끼리, 코끼리물범, 사랑앵무, 돼지 등에서 그런 행동이 발견됐다. 그 목록에 최근 야생 사자가 추가됐다.
그라시아 카세타 등 이탈리아 피사 대 동물행동학자들은 남아프리카 마칼랄리 보호구역에서 두 무리의 사자 19마리를 비디오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 “사자도 하품을 옮기며 이를 통해 행동 통일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과학저널 ‘동물 행동’ 4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사자들이 다른 사자가 하품하는 모습을 볼 때 자기도 하품을 따라 할 확률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139배 컸다고 밝혔다. 하품 옮기기는 행동의 일치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사자 두 마리가 누워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하품하고 다른 개체가 따라 했다면 처음 하품한 사자가 일어날 때 다른 사자도 따라 일어나는 식이었다.
사회성 동물인 사자 무리는 행동 통일을 위한 수단으로 하품의 전파를 이용하는지도 모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자는 잠자리에 들거나 일어났을 때도 자주 하품했다. 이처럼 사회성 동물이 행동을 전환할 때 하품하는 것은 하품을 전파해 무리가 일치된 행동을 하기 위해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품이 ‘그만 자자’거나 ‘이제 일어나자’는 소통이라 뜻이다. 영역 순찰이나 사냥에 나설 때도 하품은 행동 통일을 위한 신호 구실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사자가 하품 전파를 통해 행동 통일을 이루는 것은 이 행동이 즉각적 진화적 이득이 있기 때문에 사람과 비인간 동물에 널리 진화했음을 시사한다”고 논문에 적었다.
사람은 친척이나 친구처럼 쉽게 공감하는 사람에게 하품을 더 잘 전파한다. 에드가 드가의 그림 ‘다림질하는 여인들’.
한편 하품은 성별과 나이에 따라 전파되는 정도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과 침팬지는 성숙한 나잇대일수록 동료의 하품을 잘 전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자폐증 아동은 하품을 덜 따라 했다. 또 낯선 사람이나 지인이 하는 하품보다 가족이나 친구가 하는 하품에 더 잘 따라 하는 현상도 밝혀졌다.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전파율이 높았다.
종 사이의 전파도 관찰됐다. 스웨덴 룬드대 연구자들은 개 35마리를 대상으로 사람의 하품을 따라 하는지 실험한 결과 69%에서 전파를 확인했다(
하품 옮기기로 드러난 개의 공감 능력). 어떤 개들은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을 넘어 하품하는 주인의 감정 상태까지 내면화해 실험 도중에 잠에 빠지기도 했다. 종을 넘은 하품 전파는 7달 이후의 강아지에게서만 나타났다.
종을 뛰어넘은 하품 전파는 개 이외에 침팬지에서도 관찰됐다. 또 사육하는 아프리카코끼리 10마리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코끼리끼리는 물론이고 사육사의 하품이 코끼리로 옮겨지는 현상이 밝혀지기도 했다.
인용 논문:
Animal Behaviour, DOI: 10.1016/j.anbehav.2021.02.01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