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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거대 공룡에 밟힌 쥐라기 거북은 어떻게 됐을까

등록 2019-09-06 14:57수정 2019-09-06 15:26

[애니멀피플]
반쯤 으깨진 채 묻혀…공룡 이동하던 갯벌에 갇혀 밟혀
중생대 쥐라기 때 널리 분포한 여러 형태의 용각류 공룡. 그 발의 무게에 으깨진 바다거북의 화석이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중생대 쥐라기 때 널리 분포한 여러 형태의 용각류 공룡. 그 발의 무게에 으깨진 바다거북의 화석이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다거북 한 마리가 넓은 갯벌을 느릿느릿 가로지르고 있었다. 알을 낳기 위해서인지, 조류에 휩쓸려 길을 잃었는지는 모른다. 갯고랑에서 허우적대던 거북은 결국 죽었고 머지않아 펄에 뒤덮였다. 갯벌은 거대한 용각류 공룡 무리가 숲의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던 통로였다. 펄에 묻힌 거북을 밟고 공룡 한 마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1억50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 말, 이 지질시대 이름의 기원지인 스위스 쥐라에서 벌어졌을 일이다.

스위스 쥐라 산에서 고속도로를 뚫다 대규모 화석지가 발견됐다. 2000년대부터 이곳 석회암 퇴적층에서 1만5000개 이상의 공룡 발자국과 100개가 넘는 바다거북, 바다악어 등의 화석이 쏟아져 나왔다.

용각류 발에 밟힌 바다거북이 으깨져 일부는 남고 나머지는 아래 퇴적층으로 밀려들어 간 모습 상상도(a). 위에서 바라본 모습(b). 크리스티안 퓐트너 외 (2019) ‘스위스 지구과학’ 제공.
용각류 발에 밟힌 바다거북이 으깨져 일부는 남고 나머지는 아래 퇴적층으로 밀려들어 간 모습 상상도(a). 위에서 바라본 모습(b). 크리스티안 퓐트너 외 (2019) ‘스위스 지구과학’ 제공.
2007년 발굴된 반쯤 부서진 바다거북 화석은 특이했다. 바다거북과 악어 화석은 해안의 바다 퇴적층에서 풍부하게 출토됐고 갯벌에서는 공룡 발자국 화석만 나왔는데, 갯벌에서 거북화석이 발견된 것이다.

크리스티안 퓐트너 스위스 쥐라 주 고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이 화석을 정밀 조사한 결과를 과학저널 ‘스위스 지구과학’ 최근호에 보고하면서, “거대한 용각류 공룡의 발에 밟혀 조각난 바다거북의 화석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용각류는 긴 목과 꼬리, 기둥 같은 네 발로 걸은 대형 공룡으로, 가장 큰 용각류인 아르헨티노사우루스는 길이 40m 무게 120t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에 밟힌 것과 같은 속의 온전한 바다거북 화석. 프랑크푸르트 박물관 표본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공룡에 밟힌 것과 같은 속의 온전한 바다거북 화석. 프랑크푸르트 박물관 표본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 화석의 보존 상태에 비추어, 바다거북이 죽은 채 떠내온 것이 아니라 제 발로 갯벌에 와 죽은 뒤 펄에 묻혔을 것으로 보았다. 오늘날에도 갯벌에 갇혀 죽은 바다거북은 소형 청소동물에 의해 머리와 꼬리가 분리되고 등딱지가 온전하게 남는데, 이 화석의 상태가 비슷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거북화석의 등딱지는 앞과 중간 부분이 으깨어지고 아래쪽 지층으로 밀려 내려간 형태로 발굴됐다. 연구자들은 “부서진 등딱지 바로 위 공룡 발자국은 남아있지 않았다”며 “이 거북이 공룡에 밟혔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고 논문에 적었다.

가까운 지역의 동일 시기 지층에는 다수의 용각류 발자국 화석이 남아있는데, 최고 10㎝ 깊이까지 퇴적층이 내려앉고 테두리가 선명한 평균 지름 40㎝의 원형 형태였다. 연구자들은 부서진 거북 등딱지가 7.5㎝ 깊이까지 내려앉았고, 전체적으로 회전운동을 한 모습을 근거로 “자연적인 퇴적층의 움직임 때문이 아니라 공룡에 밟힌 결과”라고 해석했다. 연구자들은 “실제로 부드러운 퇴적물 속에 뼈를 묻고 밟는 실험에서도 뼈가 부러지고, 수직과 수평으로 이동하고 회전하는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용각류 발자국 화석의 단면도(a). 점선 부분이 갯벌에 찍힌 발자국으로 7.5∼10㎝ 깊이이다. 거북화석도 밟힌 부분이 비슷한 깊이 만큼 내려앉았다(b). 크리스티안 퓐트너 외 (2019) ‘스위스 지구과학’ 제공.
용각류 발자국 화석의 단면도(a). 점선 부분이 갯벌에 찍힌 발자국으로 7.5∼10㎝ 깊이이다. 거북화석도 밟힌 부분이 비슷한 깊이 만큼 내려앉았다(b). 크리스티안 퓐트너 외 (2019) ‘스위스 지구과학’ 제공.
공룡에 밟힌 화석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번 연구는 당시의 생태계 일부를 밝혔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자들은 “이 화석으로 바다거북이 종종 공룡이 돌아다니는 방대한 갯벌을 건넜다는 쥐라기 생태를 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üntener, Christian et al, “Under the Feet of Sauropods: A Trampled Coastal Marine Turtle from the Late Jurassic of Switzerland?.” Swiss Journal of Geosciences. August 28, 2019. doi:10.31233/osf.io/2atnq.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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