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를 먹는 까마귀. 도시에 풍부한 패스트푸드 찌꺼기는 도시로 몰려드는 야생동물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그 양상은 단순하지 않다. 안드레아 타운센드 제공.
도시는 야생동물에게 질 낮은 먹을거리가 넘치는 ‘덫’이다. 도시 까마귀가 농촌에 사는 까마귀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드레아 타운센드 미국 뉴욕 해밀턴대 생물학자 등 미국 과학자들은 사람이 던져준 먹이나 음씩 찌꺼기가 까마귀의 건강과 생존율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도시와 교외, 농촌 등 도시화 정도가 다른 장소에 있는 까마귀 둥지 140곳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번식 중인 새는 그 지역의 먹이를 주로 먹고 새끼에게 먹이는 데 착안했다. 어린 까마귀의 혈중 농도와 체중, 체지방을 재고, 둥지를 떠난 뒤 3년 동안의 생존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도시에 가까운 곳에 사는 까마귀일수록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음식 찌꺼기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매일 치즈버거를 둥지 근처에 제공하는 실험을 다른 지역에서 1∼6주일 동안 했다.
실험 결과, 치즈버거를 제공한 까마귀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그렇지 않은 집단에 견줘 5%가량 높게 나왔다. 이런 결과는 여우, 참새, 이구아나 등 도시에 사는 다른 야생동물에서 나타난 것과 일치하는 현상이다.
연구 대상인 아메리카까마귀. 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 쓰레기는 칼로리가 높지만 무기질이 부족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이런 패스트푸드가 까마귀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도시에서 태어난 까마귀의 3년 뒤 생존율은 농촌 까마귀보다 낮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체중 등 몸의 상태는 도시 까마귀 쪽이 좋았다.
까마귀의 도시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원흉은 콜레스테롤이 아니었던 셈이다. 연구자들은 “도시에서 포식자와 사냥 위험이 적지만 교통사고, 플라스틱에 얽히는 사고, 감전 등 전체적인 위험은 농촌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가 까마귀에게 곧바로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지도 분명치 않았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건강에 득이 됐다.
타운센드는 “콜레스테롤은 건강에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포막과 일부 호르몬의 중요한 성분을 이루는 등 몸의 핵심기능에 도움을 준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사람에게 과다한 콜레스테롤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지만, 야생조류에게 어느 수준이 과다한지는 아직 모른다”며 “또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의 장기적 영향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콘도르: 조류학적 응용’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drea K. Townsend et al, Urbanization and elevated cholesterol in American Crows,
The Condor: Ornithological Applications, Volume 121, 2019, pp. 1?10 DOI: 10.1093/condor/duz040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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