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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골리앗개구리는 ‘건축가’, 새끼 양육 연못 만들어

등록 2019-08-13 17:37수정 2019-08-13 18:12

[애니멀피플]
자기 체중 절반 넘는 2㎏ 돌 옮기며 둥지 조성…대형화 배경인 듯
세계에서 가장 큰 골리앗개구리는 새끼를 안전하게 돌보기 위한 둥지를 짓느라 덩치가 이렇게 커졌는지 모른다. 마빈 쉐퍼 제공.
세계에서 가장 큰 골리앗개구리는 새끼를 안전하게 돌보기 위한 둥지를 짓느라 덩치가 이렇게 커졌는지 모른다. 마빈 쉐퍼 제공.
세계에서 가장 큰 개구리인 아프리카의 골리앗개구리가 다양한 연못을 만들어 새끼를 돌보는 ‘자상한 건축가’임이 밝혀졌다. 몸통 길이만 34㎝에 몸무게 3.3㎏에 이르는 이 거대 개구리는 아프리카 적도의 카메룬과 적도 기니에만 분포하는 멸종위기종이다.

마빈 쉐퍼 독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등 독일 연구자들은 카메룬 서부 음포울라 강변의 골리앗개구리 서식지를 현장 연구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자연사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쉐퍼는 “골리앗개구리는 거대할 뿐 아니라 자상한 부모임이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며 “이들이 급류가 흐르는 개울가에 만드는 작은 연못은 알과 올챙이가 급류에 떠내려가거나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한 요람 구실을 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또 “웅덩이를 파고 돌을 치우는 힘든 일을 하기 위해서 이 개구리가 거대한 몸집으로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골리앗개구리 둥지의 세 유형. a는 기존 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것, b는 일부 확장, c는 새로 만든 둥지이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골리앗개구리 둥지의 세 유형. a는 기존 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것, b는 일부 확장, c는 새로 만든 둥지이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여울과 소가 반복해 나타나는 열대우림 계곡에 서식하는 이 개구리는 3가지 유형의 둥지를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강가 암반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웅덩이에서 바닥에 쌓인 낙엽과 찌꺼기를 쳐내고 쓰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강가에서 가까운 패어나가거나 우묵한 곳을 확장해 웅덩이로 만든 것이다. 바닥의 유기물 찌꺼기나 잔돌을 웅덩이 가장자리에 밀어놓는다. 두 번째가 기존 지형을 살린 둥지라면, 세 번째 유형은 강가의 움푹 팬 곳을 완전히 개수해 파낸 돌과 찌꺼기를 가장자리에 댐처럼 쌓아 웅덩이로 만든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의 연못은 만드는 데 힘이 별로 안 들지만, 홍수 때 쉽사리 범람해 새끼들이 쓸려나가거나 천적인 새우나 물고기가 들어올 위험이 있다. 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의 둥지는 홍수피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가뭄 때 말라버릴 위험이 있다.

연구자들은 “자연적 지형을 그대로 번식지로 쓰지 않고 변형하거나 새로 만들어 쓰면 번식 기간을 연장하거나 번식 장소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말하자면 가뭄이 예상되면 첫째 둥지를, 홍수가 올 것 같으면 둘째와 셋째 유형의 둥지를 지으면 된다.

골리앗개구리의 서식지 모습. 홍수에 휩쓸리거나 가뭄에 마르지 않을 산란지를 더 확보하기 위해 둥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골리앗개구리의 서식지 모습. 홍수에 휩쓸리거나 가뭄에 마르지 않을 산란지를 더 확보하기 위해 둥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연구자들은 이 강변 400m 구간에서 19개의 둥지를 발견했는데, 그 가운데 14개에서 바닥의 돌 등에 붙여놓은 골리앗개구리 알이나 올챙이를 확인했다. 또 적외선 카메라로 어미 개구리가 밤새 둥지 근처에 머물며 둥지를 지키는 듯한 모습도 관찰했다.

개구리가 판 웅덩이 가운데는 지름 1m, 깊이 10㎝ 규모인 것도 포함됐는데, 가장자리로 밀어낸 돌덩이 가운데는 개구리 몸무게의 절반이 넘는 2㎏짜리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힘겨운 일을 하는 것이 거대한 몸집의 개구리가 출현한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거대 개구리의 일종인 아프리카황소개구리. 물길을 파 올챙이를 더 큰 웅덩이로 옮기는 행동을 한다. 스티븐 존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거대 개구리의 일종인 아프리카황소개구리. 물길을 파 올챙이를 더 큰 웅덩이로 옮기는 행동을 한다. 스티븐 존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실제로 어미가 산란 터를 만들거나, 올챙이를 돌보는 다른 종의 개구리도 몸집이 거대한 경우가 많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황소개구리 수컷은 23㎝ 길이에 몸무게가 2㎏을 웃돌기도 하는데, 올챙이를 돌보다가 웅덩이가 마를 상황이 오면 다리와 머리로 물길을 파 이웃의 큰 웅덩이로 올챙이들을 이주시키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골리앗개구리는 세계에서 이 지역에만 분포하는 멸종위기종이지만, 지형이 험한 계곡을 빼고는 숲을 태워 바나나농장이 들어섰고, 지역주민이 마구 잡아 지난 10년 동안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골리앗개구리는 지역주민들이 결혼식 등에 별미로 먹기 위해 많이 사냥한다. 낚싯바늘을 계곡에 매달거나(a, c), 덫을 놓아 잡는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골리앗개구리는 지역주민들이 결혼식 등에 별미로 먹기 위해 많이 사냥한다. 낚싯바늘을 계곡에 매달거나(a, c), 덫을 놓아 잡는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사실, 연구자들에게 골리앗개구리의 둥지 짓는 행동을 제보한 것도 개구리 사냥꾼들이었다. 수컷이 둥지를 만든 뒤 휘파람 소리로 암컷을 유인해 짝짓기하면, 암컷이 알을 낳고 둥지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개구리가 둥지를 지어 번식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암·수 중 누가 둥지를 짓고 지키는지 등은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비정부기구인 ‘개구리와 친구들’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의 공동 사업이다. 마크-올리버 뢰델 ‘개구리와 친구들’ 대표는 “둥지 짓기 행동이 이제야 발견됐다는 것은 골리앗개구리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개구리에 관해서조차 우리가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rvin Sch?fer, Sedrick Junior Tsekan?, F. Arnaud M. Tchassem, Sanja Drakuli?, Marina Kameni, Nono L. Gonwouo & Mark-Oliver R?del (2019) Goliath frogs build nests for spawning?the reason for their gigantism?, Journal of Natural History, 53:21-22, 1263-1276, DOI: 10.1080/00222933.2019.164252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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