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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퓨마 없는 골에 쥐가 왕 노릇?…사람 뜨면 쥐들 판친다

등록 2019-07-22 16:45수정 2019-07-23 05:58

[애니멀피플]
‘슈퍼 포식자’인 사람 목소리만으로 중·대형 포식자 활동 줄여
대형 포식자인 퓨마도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면 속도가 느려지고 우회하는 등 공포에 사로잡힌 행동을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형 포식자인 퓨마도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면 속도가 느려지고 우회하는 등 공포에 사로잡힌 행동을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 뛰어난 사람이 없는 곳에서 보잘것없는 사람이 득세하는 것을 일컫는 속담이다.

그러나 실제 야생 자연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 호랑이 자리에 퓨마를, 토끼 자리에 쥐를 넣으면 그렇다.

여기서 ‘숲의 왕’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그보다 상위 포식자인 사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 쥐를 주로 사냥하는 동물은 대형 포식자인 퓨마가 아니라 스라소니 같은 중형 포식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대형·중형 포식자를 모두 공포에 떨게 한 ‘슈퍼 포식자’는 바로 사람이다.

대형 포식자와 중형 포식자가 모두 사람의 출현을 감지하고 공포에 사로잡혀 활동을 제한하자, 그들의 먹이였던 소형 포유류가 활개 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사냥 등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사람의 존재 자체가 먹이그물 전체를 휘청이게 하였다.

사람이 없는 경관(위)에서 대형과 중형 포식자는 활발한 먹이활동을 벌이고 쥐 등 소형 포식자의 행동반경은 작다(점선). 그러나 사람이 있는 ‘공포의 경관’에서 중·대형 포식자가 회피하는 공간에서 소형 포유류가 활개 친다. 저스틴 수라시 외 (2019) ‘에콜로지 레터’ 제공.
사람이 없는 경관(위)에서 대형과 중형 포식자는 활발한 먹이활동을 벌이고 쥐 등 소형 포식자의 행동반경은 작다(점선). 그러나 사람이 있는 ‘공포의 경관’에서 중·대형 포식자가 회피하는 공간에서 소형 포유류가 활개 친다. 저스틴 수라시 외 (2019) ‘에콜로지 레터’ 제공.
저스틴 수라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터크루즈 캠퍼스 박사 등 미국과 캐나다 연구자들은 샌터크루즈 산맥에서 한 대규모 현장연구를 통해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에 대한 공포가 퓨마부터 쥐까지 경관 규모의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과학저널 ‘에콜로지 레터’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수라시는 “사람은 퓨마와 중형 포식자들을 충분히 겁먹게 하는데, 사람이 주변에 있다고 생각하면 포식자들은 서식지에서 늘 하던 행동을 억제하고 행동을 바꾼다”며 “가장 놀라운 건 이런 변화가 설치류에게 이득을 준다는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퓨마 7마리가 사는 지역에서 1㎢ 넓이의 숲 2곳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한 곳에는 사람 목소리가 녹음된 스피커를 25곳에 설치하고, 다른 한 곳에는 청개구리 소리가 녹음된 스피커를 설치했다. 퓨마에는 위치 추적 목걸이를 달고, 다수의 무인 카메라와 덫으로 중형 포식자와 소형 포유류의 행동을 조사했다.

사람 목소리(붉은 선)와 청개구리(푸른 선) 소리가 들렸을 때 퓨마의 이동 경로 차이. 저스틴 수라시 외 (2019) ‘에콜로지 레터’ 제공.
사람 목소리(붉은 선)와 청개구리(푸른 선) 소리가 들렸을 때 퓨마의 이동 경로 차이. 저스틴 수라시 외 (2019) ‘에콜로지 레터’ 제공.
그 결과 퓨마는 사람 소리에 활동을 현저히 줄이고, 소리 나는 곳과 거리를 두며, 이동 속도를 늦추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개구리울음 소리가 날 때는 거리낌 없이 그곳을 지나갔다.

연구자들은 “도로나 건물을 짓고 서식지를 조각내지 않고 단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형 포식자가 회피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먹이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대형 포식자는 자신의 서식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중형 포식자인 어린 주머니쥐. 유대류로 죽은 동물, 곤충, 쥐, 새, 과일 등을 먹는다. 헨스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중형 포식자인 어린 주머니쥐. 유대류로 죽은 동물, 곤충, 쥐, 새, 과일 등을 먹는다. 헨스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숲에 사는 중형 포식자도 사람 소리로 인해 큰 영향을 받았다. 스라소니는 낮에 돌아다니는 것을 거의 포기하고 야행성이 됐고, 스컹크는 전체 활동을 40% 줄였다. 고양이 만한 유대류로 쥐 등을 잡아먹는 주머니쥐는 먹이활동을 66%나 줄였다.

중형 포식자가 더 많이 숨고 활동을 줄이면 이들을 잡아먹는 대형 포식자는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들 중형 포식자는 캘리포니아에서 합법적인 사냥 대상이며, 밀렵을 포함한 사냥이 사망률의 59%를 차지한다고 논문은 밝혔다.

반대로 포식자들의 먹이인 소형 포유류는 사람의 존재가 ‘방패’ 노릇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미산 흰발생쥐의 활동반경은 45% 늘어났고, 들쥐들의 먹이활동 강도도 17% 증가했다. “이들은 대담해져 더 많이 돌아다니고 먹이를 더 많이 먹는다. 그다지 사람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찾아온 기회를 최대한 이용한다”고 수라시 박사는 설명했다.

사람에 의해 중·대형 포식자가 위축된 반면 쥐 등 소형 포유류는 대담해지고 활동반경을 넓혔다. 아리아 크랩 제공.
사람에 의해 중·대형 포식자가 위축된 반면 쥐 등 소형 포유류는 대담해지고 활동반경을 넓혔다. 아리아 크랩 제공.
연구자들은 “이런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야생지역 침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야생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대형 포식자가 생태계를 조절하는 능력과 중형 포식자가 쥐 등 소형 포유류의 번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슈퍼 포식자’로서 불러일으키는 공포는 사람이 자연에 가하는 다른 많은 영향과 별개로 야생동물 집단에 광범한 구조 변화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ustin P. Suraci et al, Fear of humans as apex predators has landscape-scale impacts from mountain lions to mice, Ecology Letters, (2019), doi: 10.1111/ele.133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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