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 신종(엘렉토로르니스 쳉구안기)으로 보고된 세 번째 발가락이 특별하게 긴 고대 새의 상상도. 부리에는 이가 있고 날개 끝에 발톱이 달린 에난티오르니테스 무리에 속한다. 종다 장 제공.
중생대 백악기는 공룡시대였지만 지금은 멸종한 다양한 새가 살았다. 가장 흔한 새인 에난티오르니테스 무리는 요즘 새와 비슷하지만, 부리에는 이가 나 있고, 날개 끝에는 발가락이 달렸다.
이 무리 가운데 세 번째 발가락이 이상하게 긴 독특한 종의 새가 수액이 굳은 광물인 호박 속에서 발견됐다. 멸종하거나 현재 사는 새 가운데 이런 발가락 형태는 없다.
리다 싱 중국 지구과학대 고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12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9900만년 전 호박 속에서 발견된 새가 이제껏 발견되지 않은 발가락 형태를 지닌 새로운 속의 고대 새로 밝혀졌다”고 보고했다. 싱은 “고대 새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했음을 이번 연구로 알게 됐다. 이들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수액이 광물로 굳은 호박 속의 고대 새 발가락 모습. 리다 싱 제공.
참새보다 작은 이 새의 가운뎃발가락은 둘째 발가락보다 41% 길었고, 무릎부터 발목까지의 종아리(하퇴) 길이보다 20% 길었다. 연구자들은 마이크로 단층촬영(CT)과 발의 3차원 모형 제작 등을 통해 이 새의 발 구조를 연구했는데, “이 새가 나무에 살면서 먹이를 찾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특별히 긴 발가락을 어떻게 썼는지는 불확실하다. 공동저자인 장마이 오코너 중국 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긴 발가락은 나뭇가지를 움켜쥐어야 하는 수상 동물에서 흔히 본다”면서도 먹이를 사냥할 때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안경원숭이의 일종인 아이아이는 특별히 긴 가운뎃발가락을 이용해 나뭇가지 속의 벌레나 애벌레를 끄집어내 먹는다. 현재의 새들 가운데 일부는 이런 식의 사냥에 긴 주둥이를 쓴다. 그러나 당시 고대 새의 머리는 파충류의 것과 비슷해 이가 나 있고 뭉툭한 편이었다.
미얀마 북부 후카웅 계곡에서 발견돼 2016년 호박 속에 간직된 첫 깃털공룡의 꼬리로 보고된 호박 화석. 이번에 발견된 발가락 긴 고대 새와 같은 시기 비슷한 장소에 살던 공룡 화석이다. R.C. 맥켈라, 왕립 서스캐처원 박물관 제공.
연구자들은 이 새를 2014년 미얀마 북부의 호박 상점에서 발견했다. 호박 산지인 후카웅 계곡은 중생대 때 숲이 울창한 바닷가였다. 나무에서 흘러내린 송진 비슷한 수액에 거미나 꿀벌 같은 무척추동물은 물론이고 도마뱀붙이, 깃털공룡, 고대 새 등 척추동물도 빠져 수액과 함께 호박으로 굳었다. 이들 호박은 당시 생태계를 짐작할 수 있는 고생물학의 보고로 여겨진다.
싱은 “상점 주인은 이 호박 속 발가락이 도마뱀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상한 모습이긴 했지만, 발가락이 4개여서 발가락이 5개인 도마뱀이 아니라 새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Xing et al., A New Enantiornithine Bird with Unusual Pedal Proportions Found in Amber,
Current Biology (2019), https://doi.org/10.1016/j.cub.2019.05.077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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