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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맹독성 비소 흡수하는 고사리, 그 식물 먹는 애벌레

등록 2019-03-12 16:57수정 2019-03-12 18:11

[애니멀피플]
밤나방류 애벌레 독성 고사리 먹어 천적 회피
맹독물질인 비소를 농축하는 고사리인 사다리봉의꼬리를 갉아먹는 밤나방류의 애벌레. 차즈 헤셀레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맹독물질인 비소를 농축하는 고사리인 사다리봉의꼬리를 갉아먹는 밤나방류의 애벌레. 차즈 헤셀레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비소는 맹독성 발암물질이다. 이런 물질이 조금만 몸에 들어와도 죽는 게 일반적이지만, 토양에서 비소를 흡수해 몸속에서 수백 배로 농축하는 식물이 있다.

레나 마 미국 플로리다대 토양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2001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양치식물인 사다리봉의꼬리가 놀라운 비소 흡수 능력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플로리다 중부의 비소로 오염된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을 조사하다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

사다리봉의꼬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호주 등에 널리 분포하는 고사리과 식물인데, 비소농도가 19∼1600ppm(ppm은 100만분의 1을 가리킴)인 오염토양에서 자라는 이 고사리 잎에서 1400∼7500ppm의 비소가 검출됐다.

보통 토양 속에는 3.6ppm의 비소가 들어있는데, 이 고사리는 1500ppm의 고농도에서도 너끈히 살았다. 게다가 2주 만에 잎 속 비소농도가 29ppm에서 1만6000ppm으로 늘어나는 등 흡수능력이 뛰어났다.

당연히 이 고사리를 오염지역 비소 제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비소는 자연적으로 분포해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폐광산, 공장폐수, 농약 등을 통해 토양과 하천수를 오염시킨다.

고사리의 일종인 사다리봉의꼬리. 주로 석회암 지대에 살며 건물 틈에서도 잘 자란다. 애벌레에 뜯긴 흔적이 보인다. 차즈 헤셀레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고사리의 일종인 사다리봉의꼬리. 주로 석회암 지대에 살며 건물 틈에서도 잘 자란다. 애벌레에 뜯긴 흔적이 보인다. 차즈 헤셀레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더욱 놀랍게도 치명적인 비소를 간직한 이 고사리를 먹고 사는 나방 애벌레가 발견됐다. 벤저민 자페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플로리다의 비소 축적 고사리를 주로 먹는 밤나방과의 나방 애벌레가 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들은 과학저널 ‘생태 곤충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나방 애벌레가 다른 곤충 치사량의 수십 배 농도의 비소를 축적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800ppm의 비소가 농축된 사다리봉의꼬리를 먹은 애벌레의 몸에는 최고 4200ppm의 비소가 농축돼 있었다.

나방 애벌레가 이처럼 고농도의 비소를 축적하는 이유로 연구자들은 “기생자나 포식자를 피하고 외부 스트레스에 저항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딱딱한 껍질 없는 애벌레는 새, 파충류, 포유류 등이 즐겨 잡아먹는 먹이이다. 새가 번식기를 애벌레가 나오는 철에 맞추는 것도 먹이의 90%가 애벌레이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나방으로 ‘죽음 뒤 환생’하는 애벌레, 신물질·미래 식량 보물). 이 밤나방은 고농도의 비소로 자신을 방어한다.

애벌레가 비소가 농축된 고사리를 먹는 밤나방과의 나방(학명 Callopistria floridensis G). 앤디 리고 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애벌레가 비소가 농축된 고사리를 먹는 밤나방과의 나방(학명 Callopistria floridensis G). 앤디 리고 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이 애벌레는 어떻게 비소의 독성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킬까. 연구자들은 이 애벌레가 뱃속에서 비소를 독성이 없는 형태로 변환시키는 등의 생리적 장치를 갖추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애벌레가 몸속 비소 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한다는 사실이다. 여러 농도로 비소가 든 고사리를 주었을 때 애벌레는 몸속 비소가 일정 한도를 넘지 않도록 먹이를 조절하는 행동을 보였다.

또 애벌레가 성체가 되기 전 다량의 비소가 포함된 허물을 벗었다. 성체에도 꽤 많은 비소가 남아있지만 애벌레 만큼 많은 양이 필요하지는 않다.

연구자들은 “이 나방 애벌레는 지상에서 비소를 축적할 수 있는 알려진 유일한 동물”이라며 “비소의 해로운 영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생리와 행동을 적응시켰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enjamin D.Jaffe et al, A caterpillar (Callopistria floridensis G. (Lepidoptera: Noctuidae)) accumulates arsenic from an arsenic-hyperaccumulating fern (Pteris vittata L.). Ecological Entomology (2019), DOI: 10.1111/een.1272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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