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대를 이어 수천km 이동해 월동하는 제왕나비
기후변화·GMO 등 영향에 개체 수 86% 이상 감소
미~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로 서식지 파괴 우려
대를 이어 수천km 이동해 월동하는 제왕나비
기후변화·GMO 등 영향에 개체 수 86% 이상 감소
미~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로 서식지 파괴 우려
제왕나비는 곤충류 가운데 보기 드물게 장거리를 이동한다. 봄과 여름에는 캐나다 남부와 미국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번식하다가 겨울이 되면 큰 무리를 지어 따뜻한 남쪽지방으로 날아가는 장관을 연출한다. 플리커
기후변화로 ‘여행하지 않는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북미 미국과 캐나다에서 멕시코로 건너가 월동하던 제왕나비 개체군 중 일부가 월동 여행을 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중간 기착지 플로리다에서는 10년만에 80% 감소 지난 11월에는 플로리다에서도 제왕나비 숫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과 플로리다대학교 곤충학과 소속 연구진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플로리다 북중부 지역에서 1985년 이후 나비 숫자가 계속 줄어들었으며, 2005년 이후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80%나 줄었다. 연구진은 1985년 이후 플로리다주 게인즈빌 인근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목초지에서 해마다 봄이 되면 나비 숫자를 조사해왔다. 지난 37년 동안 이어진 제왕나비 애벌레와 성체에 대한 조사는 무려 140세대 이상의 나비를 꾸준히 조사한 것이다.
20년 동안 제왕나비 서부 개체군은 급격하게 줄었다. 아직 집계가 완료되진 않았지만 조사를 마친 97개의 월동지에서 2만456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 확인됐던 14만8천여 마리에 비하면 86%나 감소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월동지 멕시코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90% 감소 멕시코에서 월동하는 제왕나비 동부 개체군 숫자도 1995년 이후 90%나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 남부 제왕나비 생물권 보전지역에서 대집단을 이루어 월동하는 제왕나비는 그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들의 숫자를 일일이 세지는 못 하고, 이들이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겨울을 나는 숲의 면적을 통해 이들의 개체수를 추정한다.
제왕나비는 그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들의 숫자를 일일이 세지는 못 하고, 이들이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겨울을 나는 숲의 면적을 통해 이들의 개체수를 추정한다. 플리커
4세대에 걸쳐 9천㎞ 여행하는 신비로운 생태 제왕나비는 곤충류 가운데 보기 드물게 장거리를 이동한다. 봄과 여름에는 캐나다 남부와 미국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번식하다가 겨울이 되면 큰 무리를 지어 따뜻한 남쪽지방으로 날아가는 장관을 연출한다.(관련 기사 ▶여행하지 않은 동물은 위험하다) 로키산맥 서쪽에서 번식하는 서부 개체군은 캘리포니아 중부와 남부의 월동지로 가고, 로키산맥 동쪽에서 번식하는 동부 개체군은 2000~4500㎞를 날아 멕시코 남부에서 월동한다. 이들은 전나무숲에 대규모 집단을 이룬 채 나무에 달라붙어 겨울잠을 잔다.
제왕나비는 날개를 펼친 길이가 9~10㎝ 정도로 어른 손바닥만한 큼지막한 나비인데, 이들의 비행 속도는 약 시속 9㎞다. 이 속도로 4500㎞를 이동하려면 무려 500시간, 20.8일을 꼬박 쉬지 않고 날아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식물 독소를 축적해 자신을 보호하는 제왕나비 제왕나비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에 카르데놀라이드(cardenolide)라는 스테로이드계 심장 독소를 지니고 있다. 상처를 입으면 하얀 수액을 분비하는 것으로 유명하여 영어 이름은 밀크위드(milkweed)인 박주가리류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독소인데, 제왕나비 애벌레가 그 잎을 먹고 자라며 성충이 되어서까지 독소를 체내에 축적해 두고 있다.
제왕나비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에 카르데놀라이드(cardenolide)라는 스테로이드계 심장 독소를 지니고 있다. 박주가리류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독소인데, 제왕나비 애벌레가 그 잎을 먹고 자라며 성충이 되어서까지 독소를 체내에 축적해 두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와 유전자조작 농산물 재배, 살충제 살포… 제왕나비가 줄어드는 원인을 하나로 콕 집어내기는 어렵다. 월동지로 이용되는 숲이 각종 개발로 조금씩 훼손되는 것이 커다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기후 변화 때문에 극심한 가뭄과 산불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갑작스런 폭풍우 같은 이상 기상 현상은 나비들의 생존에 치명적이다. 미국 중서부의 곡창지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글리포세이트 제초제는 제왕나비 애벌레의 유일한 먹이인 박주가리류 식물에게 치명적이다. 현재 미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의 89%와 콩의 94%가 글리포세이트 제초제에 저항성을 지닌 유전자 조작 농작물이기 때문에 농민들은 잡초를 없애기 위해 엄청난 양의 제초제를 살포하고 있다.
제왕나비가 줄어드는 원인을 하나로 콕 집어내기는 어렵다. 월동지로 이용되는 숲이 각종 개발로 조금씩 훼손되는 것이 커다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기후 변화 때문에 극심한 가뭄과 산불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갑작스런 폭풍우 같은 이상 기상 현상은 나비들의 생존에 치명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이 나비 생존에 미치는 영향 이처럼 제왕나비 생존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때문에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나비가 서식하는 보호구역이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2월3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멸종위기종보호법(Endangered Species Act)과 수질관리법(Clean Water Act), 대기관리법(Clean Air Act) 등 28개의 연방 법률이 유예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 있으며 멕시코와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을 끼고 있는 나비센터(National Butterfly Center)가 국경 장벽 건설로 갈아엎어지게 되었다. 40헥타르에 달하는 나비센터에는 각종 나비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과 나비를 위한 밀원식물이 심겨져 관리되고 있다. 제왕나비를 비롯해 여러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서식처로서 240종의 이상의 나비가 살고 있어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나비들이 서식하는 곳이며, 운이 좋으면 한꺼번에 20만 마리의 나비를 볼 수도 있는 곳이다. 국경 장벽이 건설이 강행되면 나비센터 부지를 가로질러 3층 높이의 거대한 장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장벽 남쪽은 밀입국자 감시를 위해 최소 45m 폭으로 모든 나무와 풀이 베어질 것이며, 어쩌면 장벽 남쪽으로는 모든 것을 싹쓸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비센터 부지의 70%가 파괴될 상황이다. 미국 국경경비대측은 내년 2월부터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나비센터에 통보했다. 마용운 객원기자·굿어스 대표 ecol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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