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2019년 돼지의 해…돼지의 진면목
밥 주는 사람, 실험실 연구자 구별…먹이 뺏길까봐 강자 속이는 전략도
고기, 산업 부산물 연구만 하다 간과…“개, 침팬지, 돌고래와 인지능력 비슷”
밥 주는 사람, 실험실 연구자 구별…먹이 뺏길까봐 강자 속이는 전략도
고기, 산업 부산물 연구만 하다 간과…“개, 침팬지, 돌고래와 인지능력 비슷”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린 돼지. 돼지의 인지능력이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실험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둔하다는 건 편견…똑똑한 장난꾸러기 도시 생활을 마치고 올해부터 경북 봉화에서 자연 양돈을 시작한 김성만 하하농장 대표는 이런 일화를 들려줬다. “어느 날 임시 축사의 철망 밑으로 돼지 다섯 마리가 빠져나간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산이나 남의 밭으로 달아나면 어쩌나’하고. 그런데 막상 가까이 다가가자, 밥 주는 사람 알아보고 개처럼 졸졸 따라오더라.” 그는 “직접 돼지를 기르면서 ‘생각했던 것과 다른 동물이구나’ ‘바라보는 눈빛이 기르는 개와 어쩌면 그렇게 닮았을까’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돼지는 가축화하면서도 집단생활을 하던 야생 멧돼지의 형질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마크 피터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스트리아 연구진이 돼지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지 실험하고 있다. 돼지는 얼굴과 뒷모습뿐 아니라 입과 눈 등 얼굴의 특징도 알아봤다. 원드락 외 (2018) ‘응용 동물행동학’ 제공.
냄새보다 시각으로 소통 그러나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은 냄새보다 시각이다. 마리안 원드락 등 오스트리아 빈대 수의학자들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방목해 기르는 돼지 33마리에게 컴퓨터 화면으로 처음 보는 여성 10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각각을 구별하는지 알아봤다. 놀랍게도 31마리가 얼굴이나 머리 뒷부분을 보고 사람을 구분했다. 일부는 눈과 입 등 얼굴 특징도 가려냈다. 과학저널 ‘응용 동물행동학’ 최근호에 실린 이 논문은 “돼지가 사람을 알아본다”는 통념을 뒷받침한다. 돼지는 돌고래나 침팬지처럼 특정 사물을 가리키는 제스처나 말을 알아듣는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심리학자들은 돼지에게 공, 프리스비, 아령 등 3가지 물체와 가져와, 앉아, 뛰어 등 3가지 행동을 가리키는 말을 들려주며 훈련했다. 돼지는 이들 각각을 구분해 알아들었을뿐더러 “공 가져와”처럼 이들이 결합한 말도 알아들었다.
비좁고 지저분한 공장식 양돈장에서 돼지의 본성은 억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환경에서는 사회성 등 뛰어난 인지능력이 드러난다. 클립아트코리아
미래 대비하는 시간관념까지 돼지의 인지능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이밖에도 많다. 장기 기억력이 있고 시간관념이 있어 미래를 대비한다.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다른 돼지의 감정 상태를 느껴 공감하고 저마다 개성이 있다. 2015년 ‘국제 비교심리학 저널’에 유명한 ‘생각하는 돼지’ 논문을 쓴 신경과학자이자 공장식 축산 돼지의 피난 센터 사업을 벌이는 로리 마리노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돼지는 개, 침팬지, 코끼리, 돌고래, 그리고 심지어 사람 같은 고도의 지적인 동물과 인지능력의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우리가 돼지와의 총체적 관계를 다시 생각할 과학적 증거는 넘친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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