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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단풍시기 점점 늦어진다

등록 2018-10-02 10:25수정 2018-10-02 11:35

기온 1도 상승에 단풍나무 4일, 은행나무 6일 늦어져
8~10월 기온이 단풍시기 결정…늦가을까지 단풍 볼 듯
설악산국립공원의 단풍이 시작된 9월 27일 중청대피소와 대청봉 일대가 단풍으로 울긋불긋하다. 설악산의 올해 첫 단풍은 지난해보다는 5일 늦고, 평년(27일)과는 같다. 설악산 단풍은 다음 달 17∼18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임흥빈, 연합뉴스
설악산국립공원의 단풍이 시작된 9월 27일 중청대피소와 대청봉 일대가 단풍으로 울긋불긋하다. 설악산의 올해 첫 단풍은 지난해보다는 5일 늦고, 평년(27일)과는 같다. 설악산 단풍은 다음 달 17∼18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임흥빈, 연합뉴스
올해 여름은 무척 더웠다. 가을철 단풍 시기는 어떻게 될까? 빨라질까, 늦어질까? 10월을 앞둔 요즘 시내 은행나무의 잎은 벌써 일부 노랗게 변해가고 있다. 봄이 되면 봄꽃을 찾아서 봄꽃 구경을, 가을이 되면 예쁜 단풍을 찾아 전국 명산으로 단풍 구경을 떠난다. 이렇게 식물이 계절에 따라 나타내는 여러 가지 현상, 즉 식물의 발아와 개화, 단풍, 낙엽 현상을 ‘식물계절학‘이라 한다. 가을철 단풍 시기는 어떻게 결정되며 단풍 시작일은 기후변화에 반응해서 어떻게 변할까?

단풍은 드는 이유는 녹색 나뭇잎이 가을이 되어 광합성을 하던 엽록소를 분해해서 나무 체내로 재흡수하고 대신 잎에 남아 있던 붉은색과 노란색을 띠는 크산토필,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 같은 색소가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단풍 시작 시기를 결정하는 요인 중에서 광주기(낮의 길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을이 되어 광주기가 감소하게 되면 광합성 활동이 줄어들어 엽록소 생성이 중지되고 조금씩 분해되면서 녹색 엽록소에 가려졌던 다른 노란 색소 및 붉은 색소가 나타나면서 단풍이 든다.

서울 강북구 도선사의 단풍나무. 엽록소가 사라지고 안토시아닌 색소가 남아 붉게 보인다. 지난해 11월 12일 모습이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강북구 도선사의 단풍나무. 엽록소가 사라지고 안토시아닌 색소가 남아 붉게 보인다. 지난해 11월 12일 모습이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주기 외에도 기온이 단풍 시작 시기에 크게 관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기와 기온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 기후변화에 따라 단풍 시작 시기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데, 실제로 온난화에 의해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 온대림에서 단풍 시작 시기가 늦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관측소 지점별로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관측 표준목을 지정해 시각적으로 단풍 시작일을 관측하고 있다. 단풍 시작일을 관측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최근까지 두 나무의 단풍 시작일을 연속해서 관측하고 있는 관측소는 8곳(춘천, 서울, 충주, 대전, 전주, 광주, 남원, 구미)이며 각각 관측소의 단풍 시작일과 기온자료를 분석해 보았다.

단풍 시작 시기가 기온에 영향을 받는 기간은 단풍이 시작되기 전인 8월부터 10월까지의 기온변화가 단풍 시작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8개 지점 평균적으로는 늦여름부터 가을철까지(8월27일~10월18일)의 기온변화와 가장 연관이 높았다. 즉 단풍 들기 한두 달 전후의 기온이 가장 중요하다.

경기도 가평군 남이섬의 은행나무 낙엽.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약 6일 늦게 낙엽이 진다. 김진수 기자
경기도 가평군 남이섬의 은행나무 낙엽.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약 6일 늦게 낙엽이 진다. 김진수 기자
주목할 만한 것은 1997년과 1998년 전후하여 평균적으로 단풍 시작일이 4~7일 정도 늦어지는데 이는 앞서 가을철 단풍 시작 시기가 온난화에 반응하여 점차 늦어진다는 외국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보였다. 다만 이전 연구들에서 보지 못한 결과인, 1997년과 1998년 사이에 단풍 시작일과 기온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 원인으로 대기환경의 변화나 관측방법의 변경 등 많은 추측을 할 수 있겠으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반적으로(8지점 평균), 기온변화에 대한 단풍 시작일은 단풍나무에서는 기온 1도 상승에 약 4일, 은행나무에서는 약 5.7일씩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점별로 살펴볼 경우 각 나무에 대한 민감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즉 기온 상승에 따라 단풍나무보다 은행나무의 단풍 시작일이 더 많이 늦어짐을 보여주었다.

이것을 통해 기온변화에 따른 단풍 시작일은 나무 종마다 특성에 따라 반응도가 차이가 남을 보여준다. 또한 은행나무는 단일 종으로서 영양번식을 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자라더라도 유전자 구성이 거의 동일하지만, 지역에 따라 단풍 시작일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 원인은 은행나무가 심겨 있는 토양 및 주변 환경조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나무는 봄에는 꽃으로 가을엔 단풍으로 두 번 피어난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2017년 11월 2일 촬영한 모습이다. 전현주 객원기자
나무는 봄에는 꽃으로 가을엔 단풍으로 두 번 피어난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2017년 11월 2일 촬영한 모습이다. 전현주 객원기자
우리는 기후변화가 가을철 단풍 시기에 영향을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올해처럼 늦여름과 가을철 기온이 올라가면 도시 주변이나 전국 산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의 단풍 시작일은 점차 늦어지고 늦가을까지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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