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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허리케인 분 뒤, 도마뱀 발바닥이 넓어진 까닭은?

등록 2018-07-26 02:01수정 2018-07-26 10:15

[애니멀피플]눈앞에서 벌어진 자연선택
카리브해서 허리케인 ‘어마’ 상륙 직전과 직후 도마뱀 측정치 비교
바람 덜 날려갈 형질 갖춘 도마뱀 더 많이 생존…다윈핀치 사례 유사
나뭇가지를 움켜쥐느냐 날아가느냐가 허리케인이 덮친 카리브해 도마뱀의 생사를 갈랐다. 폭풍 뒤 바람에 날리지 않은 형질이 많아졌다. 풍동 실험 모습.  콜린 도너휴 제공
나뭇가지를 움켜쥐느냐 날아가느냐가 허리케인이 덮친 카리브해 도마뱀의 생사를 갈랐다. 폭풍 뒤 바람에 날리지 않은 형질이 많아졌다. 풍동 실험 모습. 콜린 도너휴 제공
찰스 다윈이 발견한 진화론에는 ‘자연선택에 의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자연에 잘 적응한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결국 그런 형질을 지닌 생물로 변화해 간다. 자연선택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난다. 남아메리카에서 갈라파고스 제도에 온 새 한 종이 섬마다 다른 먹이에 적응해 15종의 다윈 핀치로 진화한 것은 자연선택의 고전적 사례이다. 그러나 이 적응방산에는 수백만년이 걸렸다.

그런데 불과 몇 주만에 자연선택이 일어났음을 확인한 드문 발견이 이뤄졌다. 여기서 자연은 기록적 규모의 허리케인이고 선택 대상은 열대지방에 사는 작은 아놀도마뱀이었다. 콜린 도너휴 미국 하버드대 진화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지난해 가을 카리브해 서인도제도의 작은 섬 두 곳에서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조사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흔한 아놀도마뱀의 다리 길이, 발바닥 넓이 등을 쟀다.

조사지역의 위치와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의 진행 경로. 콜린 도너휴 외 (2018) 네이처 제공.
조사지역의 위치와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의 진행 경로. 콜린 도너휴 외 (2018) 네이처 제공.
조사단이 일을 마치고 섬을 떠난 나흘 뒤 그곳에 기록적인 규모의 허리케인 ‘어마’가 상륙했다. 2주 뒤엔 그에 버금가는 ‘마리아’도 덮쳤다. 연구자들은 예고 없이 닥친 최악의 폭풍을 피할 수 있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더 큰 행운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다. 역대 최고급 허리케인이 잇따라 지나간 3주 뒤, 첫 조사를 한 지 6주 뒤 연구자들은 다시 섬에 들어갔다. 기초자료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허리케인이 도마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열대지방의 숲에 서식하는 아놀도마뱀. 다윈핀치처럼 자연 선택의 아이콘이 될지 모른다.  콜린 도너휴 제공
열대지방의 숲에 서식하는 아놀도마뱀. 다윈핀치처럼 자연 선택의 아이콘이 될지 모른다. 콜린 도너휴 제공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다윈핀치의 부리 크기에 어떤 형질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관한 연구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가뭄으로 작은 씨앗이 고갈되면 큰 꼬투리를 깰 수 있는 큰 부리를 가진 개체만 살아남아 집단의 부리 크기가 평균적으로 커진다.

서인도제도에서 연구자들은 이런 자연선택의 기회를 도마뱀에서 찾았다. 나뭇가지에 사는 이 도마뱀은 시속 265㎞의 맹렬한 속도로 부는 폭풍 속에서 날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핀치의 부리처럼 도마뱀의 어떤 형질이 폭풍 속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무차별적으로 모든 도마뱀이 피해를 보았을까.

폭풍 전과 후 도마뱀의 수치 변화를 잴 수 있었던 연구자들은 허리케인이 특정한 형질의 도마뱀을 선택했음을 확인해 과학저널 ‘네이처’ 25일치에 보고했다. 폭풍 직후 도마뱀의 발바닥 면적은 직전에 견줘 앞발은 9.2%, 뒷발은 6.1% 넓었다. 발바닥의 살집이 많을수록 나뭇가지를 꼭 쥘 수 있어 폭풍에 생존할 확률이 커진다. 폭풍 뒤에 살아남은 도마뱀은 또 평균적으로 앞발의 길이가 전보다 현저히 길었고 뒷발은 더 짧았다. 연구자들은 “앞발이 길면 나뭇가지에 매달리는 능력이 좋아지고 뒷발이 길면 바람을 받는 면적이 커져 날릴 위험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아놀도마뱀의 발바닥 면적이 넓을수록, 앞다리 길수록, 뒷다리는 짧을수록 폭풍에 날려가지 않았다.  콜린 도너휴 제공
아놀도마뱀의 발바닥 면적이 넓을수록, 앞다리 길수록, 뒷다리는 짧을수록 폭풍에 날려가지 않았다. 콜린 도너휴 제공
도마뱀의 이런 형질이 선택받는다면 세대를 거치면서 종의 형태를 변화시킬 것이다. 연구자들은 “(허리케인의 길목인) 카리브해에 서식하는 아놀도마뱀 발바닥 면적이 중앙아메리카나 남아메리카 아놀도마뱀보다 현저하게 커 오랫동안 의문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번 연구로 허리케인에 의한 선택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눈앞에서 진행 중인 자연선택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크다. 연구자들은 또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상이 더 강하고 자주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진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더욱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olin Donihue et akm Hurricane-induced selection on the morphology of an island lizard, Nature, DOI

10.1038/s41586-018-035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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