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는 포유류 가운데 특이하게 손가락과 발가락에 뾰족한 발톱이 아닌 넓적한 손톱이 달렸다. 예외 가운데 하나인 로리스원숭이의 검지에는 ‘털고르기 발톱’이 있다. 가장 오랜 원숭이 조상의 화석에서도 이 발톱이 발견됐다. 크리스텐 그레이스, 플로리다 박물관 제공.
사람을 비롯해 침팬지, 오랑우탄, 다양한 원숭이를 가리키는 영장류는 포유류 가운데 두뇌가 크고 시각이 발달했다는 특징이 있다. 또 하나 두드러진 차이는 다른 포유류가 손과 발에 뾰족한 발톱이 나 있지만 영장류에는 넓적하고 평평한 손톱이 달렸다는 점이다.
영장류의 발톱이 언제, 어떻게, 왜 손톱으로 바뀌었는지는 진화생물학의 오랜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다. 이제까지의 통설은 영장류의 첫 조상이 손가락을 정교하게 쓰는 쪽으로 진화하면서 이런 전환이 한꺼번에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화석을 분석해 이런 전환이 훨씬 복잡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둑 보이어 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교수 등 미국 연구자들은 ‘인간 진화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발견한 일련의 원시 영장류 손가락뼈 화석을 분석한 결과 원시 영장류가 넓적한 손톱과 함께 뾰족한 발톱도 함께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와이오밍 주에서 발견된 5600만년 전 원시 영장류의 손가락뼈 화석. 왼쪽이 털고르기 발톱이고 오른쪽이 넓적한 손톱이다. 크리스텐 그레이스, 플로리다 박물관 제공.
발톱은 털을 고르는 데 손톱보다 유리하다. 그리고 털 고르는 일은 단지 잘 보이기 위한 치장을 넘어선다. 빽빽한 포유류의 털에는 진드기와 이를 포함해 수많은 기생충이 서식한다. “이런 해충을 제거할 특별한 발톱을 갖는 건 진화적으로 이득일 것”이라고 보이어 교수는
플로리다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실제로 현생의 일부 영장류는 이런 ‘털고르기 발톱’을 손톱과 함께 간직하고 있다. 안경원숭이와 로리스원숭이, 갈라고원숭이는 검지 끝에 넓적한 손톱 대신 뾰족한 발톱이 나 있고, 안경원숭이는 검지와 중지에 나 있다.
안경원숭이의 일종이 열매를 쥐고 있다. 손톱은 움켜쥐는 데 편하지만 홀로 털을 고르기 위해 ‘털고르기 발톱’을 간직한다. 아르잔 하번캄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영장류는 왜 이런 중요한 기관을 포기했을까. 보이어 교수는 “털고르기 발톱을 잃은 건 아마도 더 복잡한 사회 네트워크와 함께 사회적 털고르기가 늘어난 결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톨이 생활을 하는 티티원숭이와 올빼미원숭이는 사라진 털고르기 발톱을 나중에 다시 진화시켰다. 털고르기 발톱은 5600만년 전 초기 영장류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후 그 유용성 덕분에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서로 털을 골라주는 사회생활의 진화와 함께 혼자 털을 고를 때 필요한 털고르기 발톱의 중요성이 줄어들었고, 이후 걸리적거리는 발톱보다 나무를 타고 뛰어오르며 물건을 붙잡는 데 훨씬 편한 손톱으로 전환하는 진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oyer, D.M., et al., Oldest evidence for grooming claws in euprimates,
Journal of Human Evolution (2018),
https://doi.org/10.1016/j.jhevol.2018.03.010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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