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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포유류 얼굴엔 왜 긴 수염이 났을까?

등록 2018-06-20 11:01수정 2018-06-20 15:17

[애니멀피플]
어두운 밤 집쥐는 수염을 앞으로 뻗은 채 내달려
환경 탐색 넘어 보행 인도하는 ‘야간 센서’ 구실도
애완용 쥐의 수염. 깜깜한 밤 복잡한 환경을 지날 때 수염을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안전하게 착지할 곳을 찾는다. 다운 후츠세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애완용 쥐의 수염. 깜깜한 밤 복잡한 환경을 지날 때 수염을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안전하게 착지할 곳을 찾는다. 다운 후츠세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람과 다른 포유류의 얼굴을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수염이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 쥐나 원숭이까지 뺨 등에 기다랗고 뻣뻣한 수염이 나 있다.

흔히 다른 동물은 사람보다 감각이 뛰어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사람은 동물계에서 최고의 시력을 갖춘 집단에 속한다(▶관련 기사: 거미줄에 ‘조류 충돌 방지' 무늬 넣는 무당거미). 다른 동물은 시력보다는 촉각, 청각 등 다른 감각에 더 의존한다.

포유류 얼굴의 수염은 이런 유력한 촉각 수단이다. 그런데 수염이 단지 사람이 밤길을 손으로 더듬어 가는 수준을 넘어 소형 포유류에는 진행에 꼭 필요한 ‘야간 센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영국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집쥐, 땃쥐, 생쥐, 기니피그 등 야행성이거나 나무와 습지 등 복잡한 환경에 서식하는 11종의 소형 포유류의 수염 움직임을 고속촬영해 분석했다.

하품할 때 고양이의 수염은 앞쪽을 향한다. 사냥할 때도 입 앞에 온 먹이를 감지하기 위해 수염은 이런 형태로 바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하품할 때 고양이의 수염은 앞쪽을 향한다. 사냥할 때도 입 앞에 온 먹이를 감지하기 위해 수염은 이런 형태로 바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보통 포유류의 수염은 이동과 탐색, 사냥, 사회적 접촉에 다양하게 쓰인다. 사람과 달리 삐죽 튀어나온 주둥이가 다른 물체가 부닥치는 것을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수염은 피부 깊숙이 많은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맨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고양이가 사냥할 때 먹이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기 직전에 동원하는 감각은 앞으로 내뻗은 수염이 담당한다.

그러나 소형 포유류에서 그 기능은 훨씬 중요했다. 이들은 어둡고 복잡한 서식지를 빠르게 이동할 때 수염을 좌우, 위아래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며 장애물을 탐색했다. 집쥐는 밤길을 내달릴 때 마치 내다보듯 수염을 주둥이 앞으로 뻗었다. 벽을 오르는 등 발걸음을 옮길 때 수염은 착지 지점을 확보하는 구실을 했다.

여러 소형 포유류에서 수염이 미리 확인한 부위(푸른색)에 앞발을 디딘 곳(검은 점)이 들어있는 것으로 실험에서 확인됐다. 로빈 외 (2018) ‘왕립학회보 비’ 제공.
여러 소형 포유류에서 수염이 미리 확인한 부위(푸른색)에 앞발을 디딘 곳(검은 점)이 들어있는 것으로 실험에서 확인됐다. 로빈 외 (2018) ‘왕립학회보 비’ 제공.
연구자들이 조사한 소형 포유류는 모두 앞발을 딛는 지점이 수염이 미리 탐색한 범위 안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마치 시각장애인이 흰 지팡이로 두드려 이상이 없는 곳을 딛는 것처럼 수염은 보행을 이끄는 수단이었다. 물론 그 속도는 매우 빨라, 앞발이 공중에 떠 있는 동안 수염의 스캔이 이뤄지고 그 직후 착지가 일어난다. 쥐의 경우 수염 탐색과 착지 사이의 시간은 0.088∼0.224초였다. 보행 빈도보다 수염을 휘두르는 빈도는 2배 이상 컸다. 또 야행성이고 나무 등 복잡한 서식지에 사는 동물일수록 수염이 길었다.

야행성이고 나무나 습지 등 복잡한 환경에 사는 포유류일수록 수염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물에 사는 갯첨서.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야행성이고 나무나 습지 등 복잡한 환경에 사는 포유류일수록 수염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물에 사는 갯첨서.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구자들은 “소형 육상 포유류에서 수염의 감각은 환경을 탐색하는 것에 더해 보행을 인도하는 공통 기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rant RA, Breakell V, Prescott TJ. 2018 Whisker touch sensing guides locomotion in small, quadrupedal mammals. Proc. R. Soc. B 285: 20180592. http://dx.doi.org/10.1098/rspb.2018.059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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