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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북극 빙하 밑의 짠물 호수…‘외계 생명’을 찾아라

등록 2018-04-13 08:00수정 2018-04-13 10:54

[애니멀피플]
얼음 밑 740m, 천지 크기 바닷물 5배 짠 물 발견
12만년 고립돼 독특한 미생물 진화했을 듯
얼음 밑 740m 지점에서 소금물 호수가 발견된 캐나다 북극의 만년설인 데본 아이스 캡 지역 전경. 안자 루티샤우저 제공.
얼음 밑 740m 지점에서 소금물 호수가 발견된 캐나다 북극의 만년설인 데본 아이스 캡 지역 전경. 안자 루티샤우저 제공.
빙하가 수백∼수천m 두께로 덮인 차고 캄캄한 얼음 밑에도 호수가 있다. 남극에선 빙상 밑에서 보스토크호를 비롯해 400여개의 얼음 밑 호수가 발견됐고(▶남극 얼음 밑 4천m 호수서 다양한 생물 확인) 그린란드에서도 몇 개가 추가됐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담수호인 데다 주변의 지하수나 얼음 녹은 물줄기와 연결돼 있다. 캐나다 북극에서 새로 두 개의 얼음 밑 호수가 발견됐는데, 이들은 매우 짠 염수호인 데다 주변과 완벽하게 격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 행성의 환경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얼음밑 호수가 발견된 북극 지역 위치도. 안자 루티샤우저 외 (2018)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얼음밑 호수가 발견된 북극 지역 위치도. 안자 루티샤우저 외 (2018)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미국과 캐나다 연구자들은 캐나다 북극의 만년설 지대인 데본 아이스 캡의 기반암을 조사하기 위해 항공기로 이 지역을 비행하면서 레이더로 원격탐사를 했다. 레이더 자료를 분석하던 연구자들은 뜻밖의 현상을 발견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과 텍사스 대 지구물리학연구소의 원격탐사 자료에서 문제의 호수를 발견한 안자 루티샤우저 캐나다 앨버타대 박사과정생은 “애초 얼음 밑 호수를 찾으려던 게 아니었어요. 만년설인 데본 아이스 캡은 표면부터 땅속까지 얼어붙어 있으니 물이 액체 상태로 있으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었지요”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데본 만년설 지역의 원격탐사를 위해 그린란드 공항을 출발하는 항공기. 날개 밑 붉은 장치가 레이더 안테나이다. 톰 리히터 제공.
데본 만년설 지역의 원격탐사를 위해 그린란드 공항을 출발하는 항공기. 날개 밑 붉은 장치가 레이더 안테나이다. 톰 리히터 제공.
전파 음향 측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얼음 밑 각각 740m와 560m 지점에 면적 8.3㎢와 5㎢의 액체 호수가 길쭉한 막대 모양으로 놓여있음이 분명해졌다. 호수 크기는 면적이 9㎢인 백두산 천지에 견줄 만하다. 이곳은 만년설 밑에 해발 1700m의 산맥과 깊이 100∼200m의 계곡이 있는 지형인데, 호수는 기반암의 계곡 두 곳에 떨어져 자리 잡았다.

연구자들은 호수가 위치한 얼음 밑의 온도가 영하 10도여서, 물이 얼지 않기 위해서는 바닷물의 4∼5배에 이르는 매우 짠 물일 것으로 추정했다. 소금기는 기반암이 과거 증발로 형성된 퇴적층이어서 암반에서 녹아 나왔다고 보았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1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 호수의 기원을 “바닥 얼음이 주변 암석의 소금기에 녹으면서 호수가 형성됐거나, 간빙기에 갇힌 고대 수체에 주변 암석에서 소금기가 녹아들어 형성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 호수(T1, T2)가 위치한 기반암의 등고선 B. 호수 주변의 온도 분포 C. 기반암과 얼음층 사이에 위치한 호수의 단면도 D. 소금기를 품은 기반암(노란색) 분포. 안자 루티샤우저 외 (2018)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A. 호수(T1, T2)가 위치한 기반암의 등고선 B. 호수 주변의 온도 분포 C. 기반암과 얼음층 사이에 위치한 호수의 단면도 D. 소금기를 품은 기반암(노란색) 분포. 안자 루티샤우저 외 (2018)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진한 소금물이 담긴 호수는 지하수 등 다른 물줄기와 전혀 연결돼 있지 않은 채 12만년 동안 고립돼 있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런 환경은 얼음에 덮인 밑에 액체가 존재해 외계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유로파와 화성 등 태양계 일부 행성과 매우 비슷하다. 루티샤우저는 “이 호수는 목성의 얼음 덮인 달인 유로파와 아주 유사하다”며 “유로파의 얼음 표면 밑과 아마도 얼음층 중간에는 소금물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호수에 미생물이 산다면 12만년 동안 고립돼 진화했을 것”이라며 “호수에서 시료를 채취하면 미생물이 사는지, 어떻게 진화했고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고 있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이 지역의 만년설 밑에 염분이 있는 기반암이 분포하기 때문에 소금호수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 Rutishauser, D. D. Blankenship, M. Sharp, M. L. Skidmore, J. S. Greenbaum, C. Grima, D. M. Schroeder, J. A. Dowdeswell, D. A. Young, Discovery of a hypersaline subglacial lake complex beneath Devon Ice Cap, Canadian Arctic. Sci. Adv. 4, eaar4353 (2018).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4/4/eaar435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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