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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참새도 오리만큼 커질까? 외딴섬에서 11년간 실험해보니…

등록 2017-09-21 16:01수정 2017-09-21 17:04

[애니멀피플] 참새가 참새만한 이유
11년 현장 실험서 눈앞의 진화 확인
현재 크기는 환경에 최적 적응 결과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연구자들이 특정한 섬의 집참새 집단을 모두 포획한 뒤 크거나 작은 개체를 인위 선택해 풀어놓아 형질 변화를 일으키는 11년 동안의 장기 야외실험을 했다. 토마스 크발네스 제공.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연구자들이 특정한 섬의 집참새 집단을 모두 포획한 뒤 크거나 작은 개체를 인위 선택해 풀어놓아 형질 변화를 일으키는 11년 동안의 장기 야외실험을 했다. 토마스 크발네스 제공.
왜 참새는 벌새처럼 작거나 오리만큼 크지 않고 딱 참새만 할까. 이상한 질문 같지만 그 속에는 진화론의 핵심이 들어있다. 참새는 더 크거나 작을 수 있었지만 환경의 제약 속에서 현재의 크기였을 때 가장 많은 자손을 남기게 됐다. 그것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이다. 그런데 이 이론을 증명할 수 있을까.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YNU) 연구자들이 야생 상태의 동물을 이용해 이 이론의 증명을 시도했다. 연구자들이 집참새를 대상으로 눈앞에서 진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확인한 논문이 과학저널 <진화>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사전에 잘 조사된 작은 섬 세 곳을 골라 그곳에 사는 집참새를 잡아냈다. 이 새들을 대상으로 사람이 인위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진화를 일으키고, 이후에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가는지를 장기간 관찰하는 연구였다.

실험실이 아닌 자연을 연구장소로 선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섬이지만 100∼300마리에 이르는 참새를 모두 붙잡는 것 자체가 힘들어 약 90%를 포획하는 데 그쳤다. 잡은 참새는 쓰지 않는 농가의 창고에 일시적으로 가뒀지만 일부는 탈출에 성공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변수를 보완하기 위해 모든 새의 혈액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했다.

집참새 암컷. 유라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집참새는 우리나라의 참새와는 다른 종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집참새 암컷. 유라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집참새는 우리나라의 참새와는 다른 종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레카 섬에서 연구자들은 상대적으로 큰 참새들을 골라 풀어줬고, 베가 섬에서는 반대로 비교적 작은 개체들만 방사했다. 선택되지 않은 새들은 섬에서 멀리 떨어진 본토에 풀어놓았다. 대조군인 헤스트만뇌이 섬에서는 잡은 새에서 혈액을 채취하고 가락지를 단 뒤 모두 풀어주었다. 주 저자인 토마스 크발네스 이 대학 생물학과 박사과정생은 “야생의 조류 집단을 대상으로 인위 선택을 수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2002∼2005년 동안은 해마다 새를 포획해 크기를 선택한 뒤 풀어주는 작업을 되풀이했고, 2006∼2012년 동안은 인위 선택을 멈추고 자연적으로 참새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했다.

11년 동안 계속된 이 야외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인위적인 선택을 통해 두 섬에서 각각 몸의 크기를 결정하는 유전적 구성을 변화시켰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큰 개체를 방사한 레카 섬의 참새는 몸의 크기(연구에서는 몸의 크기를 대표하는 발목마디의 길이)가 자연적인 유전변화로 인한 것보다 훨씬 커졌다. 베가 섬에서는 반대로 몸의 크기가 현저하게 작아졌다.

집참새 수컷의 모습. 토르스텐 덴하르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집참새 수컷의 모습. 토르스텐 덴하르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실 이런 인위 선택의 가장 도드라진 사례는 가축이다. 농부들은 오래전부터 가장 낱알이 튼실한 곡식과 젖이 많이 나오는 가축을 선택 육종해 바람직한 형질을 고정해 왔다. 야생동물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연구로는 옛소련의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가 1959년부터 대를 이어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는 은여우의 가축화 실험이 있다. 사람에게 친근하게 구는 여우만 골라 선택 육종을 거듭한 결과 귀와 꼬리가 구부러지고 반점이 있는 일종의 애완동물을 만들어 냈다(■ 관련 기사: 늑대는 왜 개가 되기로 했나).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인위 선택으로 크기가 다른 개체를 만드는 앞부분이 아니라 그다음 단계였다. 인위적으로 크기가 달라진 참새에 대해 사람의 영향을 중단하고 마음대로 번식하게 한다면 어떻게 변해갈까가 관심거리였다. 불과 4년 동안 몇 세대 만에 평균보다 커진 참새와 작아진 참새 모두 원래 크기로 돌아갔다. 말하자면 참새는 오리가 아니라 참새 크기일 때 생존조건에 가장 이상적으로 적응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야생 조류를 대상으로 인위적인 선택을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마스 크발네스 제공.
야생 조류를 대상으로 인위적인 선택을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마스 크발네스 제공.
크발네스는 “참새의 크기가 아주 크다면 체중에 견줘 표면적이 작아지기 때문에 추운 곳에서 살기에 유리해지지만 동시에 포식자에게는 맞춤한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상적인 참새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이보다 많을 것이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분명한 건 집참새는 매우 빨리 변화된 상황에 적응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많은 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는 먹이를 비롯해 다른 많은 조건을 바꿔놓아 결국 선택압력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 속에서 어떤 개체는 이득을 얻어 더 잘 번식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 더 많이 넘겨줄 것이다.

그런 역동적인 진화과정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이 연구는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진화 이론을 시험했고, 결과를 예측했는데 예상대로 진행됐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homas Kvalnes et al, Reversal of response to artificial selection on body size in a wild passerine, Evolution(2017), doi:10.1111/evo.1327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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