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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식물은 뽁쳐…물 안 주면 “뽁, 뽁” 시간당 50번 소리내 [영상]

등록 2023-04-03 11:44수정 2023-04-04 08:35

[애니멀피플]
마르거나 가지 잘랐을 때 시간당 30∼50회 소리
사람 귀 안 들리는 초음파…나방이나 쥐는 들어
시들기 전 물주기 응용 기대…“숲은 조용” 상식 깨져
토마토는 소리를 통해 곤충이나 동물 또는 다른 식물과 소통할 가능성이 크다. 데이비드 베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토마토는 소리를 통해 곤충이나 동물 또는 다른 식물과 소통할 가능성이 크다. 데이비드 베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물 주기를 깜빡 잊은 화분의 식물은 주말 동안 빈 사무실에서 ‘탁∼탁∼’ 하는 소리를 쉬지 않고 냈을 것이다. 물론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지만 ‘식물은 조용하다’는 상식을 깨뜨리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릴라크 하다니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진화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셀’ 31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이 다양한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은 생태계의 여러 생물이 소리를 통해 소통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농작물의 물주기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분이 말랐는데 물을 주지 않으면 이틀째부터 토마토는 독특한 소리를 규칙적으로 내기 시작한다. 뽁뽁이 터지는 듯한 이 소리는 닷새 뒤 절정에 이르고 식물이 시들면서 그친다. 리아나 웨이트 제공.
화분이 말랐는데 물을 주지 않으면 이틀째부터 토마토는 독특한 소리를 규칙적으로 내기 시작한다. 뽁뽁이 터지는 듯한 이 소리는 닷새 뒤 절정에 이르고 식물이 시들면서 그친다. 리아나 웨이트 제공.

연구자들은 토마토와 담배를 대상으로 물주기를 멈추거나 (마치 초식동물이 잘라먹는 것처럼) 줄기를 잘라내는 식의 스트레스를 주고 소리를 녹음했다. 그 결과 상황이 좋을 때 시간당 1번 이내로 내던 소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30∼50회로 늘었다.

소리는 버블랩(일명 뽁뽁이)을 터뜨리는 것 같은 규칙적인 소리였으며 3∼5m 떨어진 곳에서도 들렸다. 소리의 크기는 사람의 대화와 견줄 만했다. 그러나 이 소리 주파수 40∼80㎑의 고주파여서 사람 귀에는 안 들린다(사람은 20㎑까지 들을 수 있다).

입이 없는 식물이 어떻게 소리를 낼까. 연구자들은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모르지만 공동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물관 속 물의 속도변화가 생기면 관 안에 작은 기포가 생기고 이들이 터져 소규모 충격파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탁, 탁 터지는 소리는 이때 생긴다.

연구자들은 식물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소리를 낸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리는 결과적으로 생태계의 유력한 소통 수단이 된다. 

토마토를 대상으로 물을 주지 않거나 가지를 자르는 스트레스를 주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내는 소리의 차이를 실험하는 모습. 오하드 레윈-엡스타인 제공.
토마토를 대상으로 물을 주지 않거나 가지를 자르는 스트레스를 주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내는 소리의 차이를 실험하는 모습. 오하드 레윈-엡스타인 제공.

연구의 교신저자인 하다니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조용한 들판에서도 실은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거기엔 정보가 담겨 있다”며 “많은 동물이 이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소리를 매개로 한 많은 상호작용이 벌어지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요시 요벨 이 대학 신경 생태학자는 “사람이 못 들어서 그렇지 녹음할 때마다 초음파를 내는 생물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며 “식물이 소리를 낸다는 사실은 이 소리가 소통, 엿듣기, 이용해 먹기 등의 형태로 생태계에 전면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열어 놓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쥐나 나방 등은 이 주파수의 소리를 잘 듣는다. 하다니 교수는 “식물에 알을 낳으려는 나방이나 식물체를 먹으려는 동물이라면 식물이 내는 소리가 식물을 고를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음파 소리는 토마토와 담배는 물론 옥수수, 밀, 선인장 등 다양한 식물에서 확인됐다. 릴라크 하다니 제공.
초음파 소리는 토마토와 담배는 물론 옥수수, 밀, 선인장 등 다양한 식물에서 확인됐다. 릴라크 하다니 제공.

소통 대상에는 다른 식물도 포함된다. 식물은 휘발성 화학물질을 분비하거나 감지해 초식동물이나 기생 말벌의 접근을 알린다. 화학물질에 더해 소리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다니 교수는 “만일 식물이 일이 발생하기 전에 스트레스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면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다니 교수팀은 2019년 일부 식물은 되영벌처럼 접근할 때 진동을 일으키면 꽃의 당도를 높이는 식으로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윙윙’ 벌 소리 들은 꽃의 꿀이 20% 더 달콤하다).

연구자들은 이 소리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결과 식물이 내는 소리는 식물 종류에 따라 또 스트레스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밝혔다. 소리를 들으면 토마토가 내는 소리인지 담배가 내는 소리인지, 물이 부족해 내는 소리인지 해충이 갉아먹어 내는 소리인지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이 내는 초음파 소리는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어떤 종의 식물과 스트레스인지 구별할 수 있다. 이자크 카이트 외 (2023) ‘셀’ 제공.
식물이 내는 초음파 소리는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어떤 종의 식물과 스트레스인지 구별할 수 있다. 이자크 카이트 외 (2023) ‘셀’ 제공.

이번 연구는 농업의 관개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을 주지 않은 화분의 토마토는 물이 떨어진 이틀 뒤부터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5∼6일 뒤 그 빈도가 최고에 이르렀고 시들면서 중단됐다. 농작물 옆에 마이크로폰과 감지기를 설치한다면 농작물이 시들기 전에 물 부족을 알아낼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토마토와 담배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기르기 쉽고 표준화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하다니 교수는 “옥수수, 밀, 포도, 선인장 등 다른 많은 식물을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소리를 내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무음실뿐 아니라 온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용 논문: Cell, DOI: 10.1016/j.cell.2023.03.00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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