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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퓨마의 비밀스러운 삶…사냥한 사체로 ‘텃밭’ 일궈

등록 2023-03-29 10:54수정 2023-03-29 20:53

[애니멀피플]
단골 사냥터서 사냥→사체 분해→식물 번성→초식동물 증가 순환
퓨마 12마리 연간 10만㎏, 대왕고래 분량 고기 공급
485종과 먹이그물로 연결…생태계 엔지니어 구실도
발굽동물을 사냥한 퓨마. 나뭇가지 등으로 덮어놓고 며칠 동안 찾아와 먹는다. 닐 와이트 제공.
발굽동물을 사냥한 퓨마. 나뭇가지 등으로 덮어놓고 며칠 동안 찾아와 먹는다. 닐 와이트 제공.

아메리카 대륙의 최상위 포식자인 퓨마가 교묘한 사냥전략 덕분에 생태계를 살찌우고 영양분 순환에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잠복 사냥하는 퓨마가 죽인 초식동물의 사체가 토양을 비옥하게 해 식물이 풍부해지면 다시 초식동물이 모여드는 일종의 ‘사냥 텃밭’이 형성된다.

고양이과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판테라의 마크 엘브로크 박사 등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핵심구역으로 하는 옐로스톤 광역 생태계에 서식하는 퓨마에 위성추적장치를 달고 이들이 사냥한 발굽동물 사체 172곳의 토양과 식물을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고 과학저널 ‘경관 생태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위성추적장치를 단 퓨마의 사냥터. 사체는 분해돼 토양과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닐 와이트 제공.
위성추적장치를 단 퓨마의 사냥터. 사체는 분해돼 토양과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닐 와이트 제공.

숨어있다가 접근하는 엘크 등 발굽동물을 기습하는 퓨마는 사냥에 유리한 곳을 정해 놓고 그곳에서만 사냥하는 습성이 있다. 이런 곳에 사체가 몰리고 이들이 분해되어 영양분이 풍부한 핫스폿이 형성돼 식물이 잘 자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퓨마의 사냥터는 전체 서식지의 4%로 매우 한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이 이런 사냥터 토양의 질소 함량을 측정한 결과 사체에서 분해된 질소 함량이 주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퓨마가 사냥으로 공급하는 먹이 사체의 양은 ㎢당 44.1㎏, 그로 인한 질소 공급량은 ㎢당 1.4㎏에 이른다고 논문은 적었다.

연구자들은 “퓨마 12마리가 1년 동안 만들어 내는 사체는 10만㎏이 넘는데 이는 지구 최대 동물인 대왕고래에 상당하는 양”이라고 밝혔다.

퓨마 사냥터의 순환 얼개. 아래에서 위로 사냥한 사체가 분해돼 식물이 번성하면 초식동물이 모이고 다시 사냥이 이뤄져 생태계를 살찌운다. 미셸 페지올 외 (2023) ‘경관생태학’ 제공.
퓨마 사냥터의 순환 얼개. 아래에서 위로 사냥한 사체가 분해돼 식물이 번성하면 초식동물이 모이고 다시 사냥이 이뤄져 생태계를 살찌운다. 미셸 페지올 외 (2023) ‘경관생태학’ 제공.

엘브로크 박사는 판테라 보도자료에서 “연구를 통해 퓨마의 비밀스러운 삶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데 그들의 행동과 자연에 대한 기여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옐로스톤 광역 생태계의) 퓨마는 많은 양의 고기를 생태계에 제공해 토양과 식물의 질을 높이고 수백종을 먹여살리며 생태계의 건강을 지켜준다”고 말했다.

잡은 먹이를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는 늑대와 달리 퓨마는 숨기는 습성이 있다. 퓨마는 사냥한 먹이의 3분의 1만 자기가 먹고 나머지는 여우 등 청소동물 차지가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퓨마의 사냥터에서 접근해 먹이를 노리는 여우. 대표적인 청소동물이다. 닐 와이트 제공.
퓨마의 사냥터에서 접근해 먹이를 노리는 여우. 대표적인 청소동물이다. 닐 와이트 제공.

이런 식으로 퓨마가 먹이그물로 연결된 동물은 485종에 이르는 것으로 이 단체가 참여한 지난해 연구에서 밝혀졌다. 예를 들어 퓨마는 딱정벌레 215종에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하는 ‘생태계 엔지니어’이다.

연구자들은 퓨마 한 마리가 9년 남짓의 수명 동안 이처럼 영양가가 풍부한 토양으로 이뤄진 일시적 핫스폿을 약 482곳에 만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엘브로크 박사는 “야생동물을 사랑하고 야생 서식지를 지키는 일에 관심 있다면 이번 연구는 아메리카의 최상위 포식자인 퓨마를 보전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퓨마는 아메리카 28개 국에 서식하는데 목축에 해가 된다는 이유 등으로 죽여 개체수가 줄고 있다. 미국에서는 서식지 상실과 로드킬, 질병이 주요 감소 원인이라면 남미에서는 이에 더해 목장에서의 보복 살해와 먹이 부족 등이 위협 요인이다.

인용 논문: Landscape Ecology, DOI: 10.1007/s10980-023-01630-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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