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에베레스트 원정대 ‘에취~’…7906m서 뿜은 세균, 수백년 간다

등록 2023-03-24 11:00수정 2023-03-24 14:35

[애니멀피플]
정상 코앞 사우스콜 토양에서 미생물 첫 검출
내한성 균류가 많았지만 코와 입 세균도 휴면 중
등산객 기침·재채기 때 방출…끈질긴 생명력
네팔에서 남동쪽으로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할 때 마지막 캠프를 치는 곳인 사우스콜. 강풍으로 토양이 드러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네팔에서 남동쪽으로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할 때 마지막 캠프를 치는 곳인 사우스콜. 강풍으로 토양이 드러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구에서 흙을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은 사우스콜(해발 7906m)이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과 네 번째로 높은 로체 산 사이의 평지로 강풍에 눈이 쌓이지 않는다.

사우스콜의 토양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휴면 상태의 많은 미생물이 발견됐는데 뜻밖에도 사람의 코와 입에 많은 세균도 포함돼 있었다. 사우스콜은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마지막 캠프를 치고 정상 정복 기회를 노리는 곳이다. 연평균 기온 영하 23도이고 초속 67m에 이르는 강풍이 분다. 산소 농도는 해수면의 3분의 1이고 강력한 자외선이 내리쪼인다. 극한 환경에 적응한 생물이 아니면 살기 힘든 곳이다. 

스티브 슈미트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교수는 베이커 페리 미국 애팔래치아 주립대 교수가 2019년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함께 사우스콜에 지구에서 가장 높은 기상관측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듣고 그곳의 토양 샘플을 채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페리 교수가 2019년 토양 시료를 채취한 사우스콜 지역.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고도의 흙이 있는 곳이다. 베이커 페리 제공.
페리 교수가 2019년 토양 시료를 채취한 사우스콜 지역.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고도의 흙이 있는 곳이다. 베이커 페리 제공.

페리 교수는 캠프에서 170m 떨어진 지표면에서 시료 3개를 확보했다. 슈미트 교수팀은 과학저널 ‘남극 북극 및 고산 연구’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시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토양에서 다양한 미생물 흔적을 찾아냈다. “대부분의 디엔에이 염기서열은 안데스 산맥의 고지대나 남극에서 검출됐던 강인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의 것이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가장 흔한 것은 추위와 강한 자외선에 잘 견디는 나가니시아 속 균류였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생물도 나왔다.

포도상구균은 사람의 피부와 코에 가장 흔한 세균이지만 사우스콜에서 검출됐다. 재니스 카, 미 질병통제센터(CDC) 제공.
포도상구균은 사람의 피부와 코에 가장 흔한 세균이지만 사우스콜에서 검출됐다. 재니스 카, 미 질병통제센터(CDC) 제공.

사우스콜에서 휴면 중인 그런 미생물에는 피부와 코에 가장 흔한 세균인 포도상구균과 사람 입 안에 많이 사는 연쇄상구균이 포함됐다.

슈미트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사람이 남긴 미생물이 있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미생물은 공기를 타고 가까운 캠프나 등산로에서 쉽사리 날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누군가가 코를 풀거나 기침을 한다면 그런 일이 생겨날 것”이라며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건 사람의 코나 입처럼 덥고 축축한 환경에서 번성하던 미생물이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우스콜에는 해마다 에베레스트 산으로 오르는 등산객 수백명이 머문다. 이제까지는 주로 산소통이나 핫팩 등의 쓰레기가 문제가 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흔적도 남는 셈이다.

연구자들은 “강인한 미생물의 얼어붙은 유산은 고산의 토양 속에서 수십년 혹은 수백년 동안 휴면 상태로 살아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생물이 활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논문은 적었다.

에베레스트(정면 가장 뒤쪽) 산과 로체(그 오른쪽) 산의 아침. 그 사이가 사우스폴이다. 랄프 카이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에베레스트(정면 가장 뒤쪽) 산과 로체(그 오른쪽) 산의 아침. 그 사이가 사우스폴이다. 랄프 카이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당장은 그렇다는 얘기다. 영하 20도 이하의 혹한에 적응한 많은 균류와 세균이지만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배양했더니 영상 4도에서도 잘 살았다. 아직은 활동하지 않지만 기후변화 영향이 큰 고산지대에서 언젠가 이들 미생물이 활동을 재개할지 모른다고 논문은 적었다.

이번 연구는 우주탐사를 할 때 참고할 만하다. 슈미트 교수는 “다른 행성과 추운 위성에서 생명체를 탐사할 때 우리 미생물로 그들을 오염시키지 않는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Artic, Antarctic and Alpine Research, DOI: 10.1080/15230430.2023.216499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로드킬’ 비극…새끼 18마리 낳은 28살 ‘엄마 곰’ 숨졌다 1.

‘로드킬’ 비극…새끼 18마리 낳은 28살 ‘엄마 곰’ 숨졌다

어미돼지 가뒀던 ‘사육틀’ 없애면…시민 77% “추가 비용 낼 것” 2.

어미돼지 가뒀던 ‘사육틀’ 없애면…시민 77% “추가 비용 낼 것”

방치된 퇴역 경주마 18마리, 사체와 함께 발견…옆엔 전기톱도 3.

방치된 퇴역 경주마 18마리, 사체와 함께 발견…옆엔 전기톱도

멸종위기 물수리에 무슨 일이…날개뼈 부러진 채 사체로 발견 4.

멸종위기 물수리에 무슨 일이…날개뼈 부러진 채 사체로 발견

136m 피라미드 꼭대기서 폴짝 “개 아니라 이집트 수호신” 5.

136m 피라미드 꼭대기서 폴짝 “개 아니라 이집트 수호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