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다시마 등 갈조류는 육상 숲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게다가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난분해성 물질로 장기간 환경에 격리되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겐 북-비제 제공.
미역, 다시마 같은 갈색 바닷말(갈조류)은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육지의 숲보다 뛰어나 온실가스 저감 대책으로 주목받는다. 워낙 빨리 크게 자라기 때문이다. 미국 태평양 연안의 다시마는 하루에 50㎝씩 자라기도 한다.
기후변화를 막는 갈조류의 또 다른 능력이 밝혀졌다. 갈조류는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몸집을 불리기도 하지만 생산한 물질의 3분의 1까지를 물에 녹는 물질로 바닷물 속에 배출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절반은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는 물질로 드러났다.
하겐 북-비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해양미생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27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갈조류가 후코이단이란 난분해성 다당류를 얼마나 분비하는지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세계적으로 갈조류를 이용하는 것이 탄소를 격리하는 새로운 경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갈조류가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빨리 성장하더라도 생겨난 생물체를 격리하지 않으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이산화탄소는 고스란히 환경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녹조류가 번성한다면 특별한 격리 조처를 하지 않더라도 상당량의 탄소가 장기간 격리될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자들이 후코이단 분비를 계산한 발트 해의 갈조류 블래더 랙. 다른 갈조류도 후코이단을 분비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카밀라 구스타프손 제공.
연구자들은 발트 해에 분포하는 갈조류인 ‘블래더 랙’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일 생물량의 0.3%를 후코이단으로 분비한다고 밝혔다. 후코이단은 갈조류에서 추출되는 황을 함유하는 다당류로 미역이나 다시마를 만질 때 끈적거리는 점액 성분이다. 최근 항암 효과로 주목되는 물질이기도 하다.
주 저자인 북-비제는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후코이단은 너무 구조가 복잡해서 생물이 분해하기가 몹시 어렵다. 어떤 생물도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덕분에 후코이단에 포함된 탄소는 쉽사리 대기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는 “바로 이런 속성 때문에 갈조류가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수백∼수천 년 동안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후코이단은 수백 년 된 퇴적층 속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갈조류가 해마다 공기 속에서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세계적으로 10억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해 갈조류가 연간 1억5000만t의 탄소를 장기간 격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5억5000만t으로 독일의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7억4000만t의 4분의 3에 해당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1년 약 7억t으로 독일과 비슷하다.
후코이단을 통한 갈조류의 탄소 격리는 따로 갈조류를 수확해 격리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햇빛과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별다른 영양소가 없어도 잘 자란다는 장점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발트 해에 분포하는 갈조류를 대상으로 했지만 후코이단 분비는 갈조류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녹조류와 홍조류는 후코이단을 생산하지 않는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210561119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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