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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일본과도 다른 한반도 연어, 유전적 독창성 지켜야

등록 2022-12-22 11:11수정 2022-12-22 15:09

[애니멀피플]
회귀 하천 10곳과 부화장 6곳서 처음으로 유전자 분석 결과
분포 서남쪽 끝 독특하게 진화, 고성 배봉천·섬진강 연어 “특별”
부화장서 무작위 방류, 하구 싹쓸이 어획…“고유 유전자 지킬 대책 시급”
동해 최북단 연어 소상 하천인 강원도 고성 배봉천의 연어 성체. 연어 종의 미래를 지킬 유전자를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 이혁제 상지대 교수 제공.
동해 최북단 연어 소상 하천인 강원도 고성 배봉천의 연어 성체. 연어 종의 미래를 지킬 유전자를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 이혁제 상지대 교수 제공.

동해 최북단 고성 배봉천부터 울산 태화강과 남해안으로 흘러드는 섬진강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9∼11월이면 북태평양에서 2∼4년 동안 몸집을 불린 연어가 태어난 하천으로 산란을 위해 돌아온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연어는 일본과 러시아는 물론 알래스카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북태평양 전역에 분포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연어이지만 우리나라를 찾는 연어는 유전적으로 매우 독특해 보전 가치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혁제 상지대 생명과학과 교수 등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진화적 응용’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연어 회귀 하천 10곳과 인공부화장 6곳에서 연어 537마리를 채집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연어 소상 하천 대부분을 대상으로 유전적 차이를 규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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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대비 ‘보험용 유전자’

지금까지 북태평양의 연어는 계통적으로는 3개 계군, 지역적으로는 한국·일본, 러시아, 알래스카, 북미 등 4개 계군으로 나누고 한국과 일본의 연어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한국의 연어가 다른 지역의 연어는 물론이고 일본 것과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어의 3가지 유전적 계통. 이제까지 한국의 연어는 일본과 같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장지은 외 (2022) ‘진화적 응용’ 제공.
연어의 3가지 유전적 계통. 이제까지 한국의 연어는 일본과 같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장지은 외 (2022) ‘진화적 응용’ 제공.

이혁제 교수는 “우리나라의 연어 서식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좁기 때문에 연어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은 북미나 일본보다 낮은 편이지만 한국 연어만의 고유한 유전적 특성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북태평양 연어 종 전체의 유전적 다양성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연어가 독특한 유전 다양성을 보유하는 이유는 북태평양의 서남쪽 끝에 자리 잡은 지리적 위치와 오랜 진화 역사 때문”이라며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연어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우리나라 연어의 독창성을 시급히 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한 이완옥 순천향대 교수는 “서식지인 북태평양이 급속한 환경변화로 연어 집단에 사고가 났을 때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집단은 한국과 같은 분포의 가장자리에 있는 집단”이라며 “연어 종의 생존을 위한 보험용 유전자를 갖춘 셈”이라고 말했다.

배봉천의 성체 연어. 바닥을 파 산란장을 만드느라 꼬리지느러미가 부챗살처럼 뼈대만 남았다. 이혁제 상지대 교수 제공.
배봉천의 성체 연어. 바닥을 파 산란장을 만드느라 꼬리지느러미가 부챗살처럼 뼈대만 남았다. 이혁제 상지대 교수 제공.

특히 이번 연구에서 우리나라 안에서도 하천마다 소상하는 연어의 유전적 특징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가장 특이한 유전자를 지닌 연어는 최북단인 고성 배봉천과 최남단인 섬진강에 회귀하는 연어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특이 유전자를 지닌 두 하천의 연어 서식지를 별도의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그 지역만의 독특한 유전적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 저자인 장지은 상지대 박사과정생(현 국립공원연구원 박사)은 “이번 연구에서 한국 연어가 계통적으로 독특한 것은 밝혔지만 어떤 형질이 다른지는 모른다”며 “남쪽 끝까지 내려오는 한국 연어의 행동 특성이 유전적 이유인지 또는 생태적 이유인지를 밝히는 것이 후속 연구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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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하천 가는 험한 길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돌아온 연어를 붙잡아 알과 정자를 채취해 인공증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도 이후 동해의 해수면 온도 상승과 하천개발, 불법어업, 수질오염 등으로 인해 연어 회귀율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북태평양 연어 소상국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강원도 양양 남대천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 연어연구센터가 정치망으로 회귀하는 연어를 포획하고 있다. 양양/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강원도 양양 남대천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 연어연구센터가 정치망으로 회귀하는 연어를 포획하고 있다. 양양/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번 연구로 현재의 인공증식 방법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상 하천에서 야생 연어의 유전다양성은 인공부화장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인공부화장의 낮은 다양성은 야생으로 방류한 뒤 한두 세대 안에도 포식자 회피 능력이 떨어지고 번식률이 낮아지는 등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하천에 인공구조물이 많고 적절한 자연 산란처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어의 산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공부화장 운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인공부화 초창기에 일본과 미국의 알을 도입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교수는 “부화장 운영 이전 한국 연어는 지금보다 좀 더 고유한 유전적 특징을 지니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공부화장에서 갓 깨어난 연어 치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공부화장에서 갓 깨어난 연어 치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또 여러 하천에 소상한 연어를 채집해 얻은 알을 함께 섞어 부화시킨 뒤 나누어 방류하는 관행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회귀 연어가 가장 많은 양양 남대천에서 기른 새끼 연어를 5개 하천에 방류하는 양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 교수는 “하천마다 서식환경에 적합한 방향으로 진화한 고유의 유전자 계통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고향 하천으로 방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지은 박사는 “세계 최대 생산량을 기록하는 대서양연어의 경우 무작위로 알과 정자를 수정하지 않고 각 계통의 유전적 고유성을 고려한 성체끼리 교배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베리아 반도의 연어도 자체 다양성은 낮지만 전체 종에 대한 다양성 기여가 커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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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열쇠?

유전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연어 자원 관리도 문제다. 이완옥 교수는 “동해로 회귀한 연어의 80∼90%는 강하구에 합법적으로 설치한 정치망으로 포획되고 있어 애초에 산란지로 거슬러 오르기가 힘들다”며 “연어 부화장도 인력이나 예산이 해마다 감소해 사업 유지에 급급할 뿐 연구 여력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자연적으로 고향 하천으로 돌아와 산란한 뒤 죽어 강기슭으로 밀려온 연어 사체. 이혁제 상지대 교수 제공.
자연적으로 고향 하천으로 돌아와 산란한 뒤 죽어 강기슭으로 밀려온 연어 사체. 이혁제 상지대 교수 제공.

한국의 연어는 유전적으로 독특하지만 다양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소상 하천 가운데 8곳에서 연어의 유효 개체군 규모는 373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회귀하는 야생 연어의 수가 많더라도 개체군 내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 개체군 유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어는 소수라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유전 다양성이 낮아지면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등 환경변화에 살아남지 못하게 돼 한국 연어의 진화적 잠재력은 사라지고 만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북태평양의 가장 서남쪽 서식지이기 때문에 온난화에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는 특별한 형질을 간직할 가능성도 있다”며 “더 진보한 유전체 기술을 이용해 우리나라 연어의 생태와 진화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어는 북태평양에 서식하는 12종의 연어과 어류의 하나로 60∼80㎝ 길이에 이른다. 모천에서 부화한 새끼는 동해를 거쳐 오호츠크 해 근처에서 주로 자라지만 북미까지 이동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용 논문: Evolutionary Applications, DOI: 10.1111/eva.13506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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