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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음파 어뢰’ 쏘는 딱총새우, 자신은 이 비밀병기로 지킨다

등록 2022-07-08 09:53수정 2022-07-08 10:07

[애니멀피플]
집게로 만든 ‘버블 제트’ 200 데시벨 넘는 충격파 발생
먹이 사냥과 영역 싸움에 사용, 자신은 피해 없을까
머리 위 단단하고 투명한 ‘헬멧’ 착용…폭발 피해 예방 응용 기대
딱총새우는 비대칭적으로 큰 앞발 하나를 빠른 속도를 닫을 때 나오는 충격파로 사냥과 소통을 한다. 이 소리는 바다의 주요 ‘자연 소음’을 이룬다. 김사흥,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딱총새우는 비대칭적으로 큰 앞발 하나를 빠른 속도를 닫을 때 나오는 충격파로 사냥과 소통을 한다. 이 소리는 바다의 주요 ‘자연 소음’을 이룬다. 김사흥,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딱총새우는 바다에서 손꼽히는 시끄러운 동물이다. 기형적으로 큰 한쪽 집게발을 시속 100㎞의 빠른 속도로 닫을 때 발생하는 충격파로 먹이를 사냥하고 영역을 지키기 때문이다.

집게발이 닫히면서 제트 물줄기가 뿜어나오고 이때 생긴 거품이 붕괴하면서 순간적으로 어뢰 폭발 때와 비슷한 4700도의 고온과 함께 218㏈(데시벨)의 충격파가 나온다.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는 충격을 받아 기절하거나 죽는다.

딱총새우는 먹이 사냥 때뿐 아니라 경쟁자와 영역 다툼을 벌일 때도 충격파를 수시로 코앞에서 발사한다. 무엇보다 자기가 쏘는 충격파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딱총새우는 어떻게 밤낮없는 이런 충격파를 견딜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알렉산드라 킹스턴 미국 털사대 생물학자 등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서식하는 딱총새우를 채집해 기르면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 놀랍게도 이 새우들은 충격파로부터 눈과 뇌를 보호해 줄 딱딱하고 투명한 ‘헬멧’을 쓰고 있었다고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사는 딱총새우(A)와 그 집게발(B). 눈을 덮는 충격파 보호 헬멧(C의 점선 안쪽). 화살표 쪽은 열려 있어 충격파 감쇄 기능을 한다. 자는 1㎜를 가리킨다. 알렉산드라 킹스턴 외 (2022)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사는 딱총새우(A)와 그 집게발(B). 눈을 덮는 충격파 보호 헬멧(C의 점선 안쪽). 화살표 쪽은 열려 있어 충격파 감쇄 기능을 한다. 자는 1㎜를 가리킨다. 알렉산드라 킹스턴 외 (2022)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연구자들은 다른 갑각류와 달리 많은 딱총새우류의 머리에는 등을 덮는 갑각이 확장해 눈과 머리를 덮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단단하고 투명한 덮개는 마치 헬멧 같았다.

일부 새우의 헬멧을 외과수술로 제거하는 실험을 했더니 보통 때는 정상적으로 생활했지만 충격파가 들릴 때 깜짝 놀라 제자리를 빙빙 돌거나 자빠졌다. 방향 감각을 잃어 굴을 찾는 시간이 7배 가까이 오래 걸렸다. 헬멧이 그대로 있는 새우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센서로 헬멧 안의 압력을 쟀더니 충격파의 압력이 바깥의 절반이었다. 헬멧이 뇌에 가하는 충격을 줄이는 효과를 내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효과가 날까.

연구자들은 “헬멧 앞쪽의 열린 구조가 충격파 감쇄를 일으키는 것 같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헬멧 안쪽과 눈 위의 공간에는 물이 차있는데 충격파가 헬멧을 때리면 압력이 급격히 바뀌어 그 물이 헬멧 밖으로 밀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충격파의 운동에너지가 줄고 방향이 바뀐다.”는 것이다.

딱총새우가 굴을 파고 관리하면 망둑어가 망을 봐 주고 피난처로 삼는 공생이 종종 일어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딱총새우가 굴을 파고 관리하면 망둑어가 망을 봐 주고 피난처로 삼는 공생이 종종 일어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딱총새우의 비밀병기인 충격파와 함께 이런 기발한 ‘방패’가 진화했을 것으로 보았다(▶딱총새우의 충격파 비밀병기는 어떻게 진화했나). 또 딱총새우의 헬멧을 사람의 충격파 재해를 막는 데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충격파는 물질을 쉽게 투과하기 때문에 폭발 등으로 발생한 충격파로 인한 뇌 등 신경 손상을 막을 보호 헬멧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2.06.04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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