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가장 작은 척추동물, 극단적 소형화의 대가 속귀 세반고리관 너무 작아져 평형감각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작은 척추동물의 하나인 황금개구리 일종. 소형화에 따른 대가를 엉성한 착지 동작으로 치른다. 루이스 히베이루 제공.
고속 촬영한 개구리가 뛰는 모습을 보면 뒷다리를 쭉 펴고 몸을 세워 뛰어오르지만 곧 앞다리 착지를 대비해 뒷다리를 구부려 몸 밑에 넣는다. 착지하자마자 다음번 도약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몸길이 1㎝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척추동물의 하나인 브라질 남동부의 황금개구리의 동작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뛰어오르는 자세가 제멋대로다.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한쪽으로 기울기 일쑤이며 뒷다리를 갈무리하지 않은 채 공중에서 뻗은 상태로 착지한다. 거의 자신을 내던지는 것과 비슷하다. 점프하는 동안 몸이 회전하는 경우도 흔한데 셋에 한 번꼴로 바닥에 등으로 떨어졌다.
이런 엉성한 착지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높일 텐데 어떻게 이런 동작이 진화했을까. 리처드 에스너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1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논문에서 “몸이 너무 작아지다 보니 반고리관의 크기도 작아져 몸의 평형을 잡는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란 가설을 제시했다.
다양한 황금개구리 종의 반고리관 모습. 리처드 에스너 외 (2022)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세반고리관으로도 부르는 반고리관은 척추동물의 속귀에 있는 반원 모양의 관으로 3개의 관이 공간을 직각으로 나누는 형태이다. 관 속에 림프가 차 있어 몸의 방향이나 평형을 느끼는 기능을 한다.
연구자들은 54개 과 147종의 개구리와 두꺼비를 대상으로 속귀의 3차원 구조를 엑스선 마이크로 시티 기술로 분석한 결과 “황금개구리 종들의 반고리관은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때문에 각가속도를 감지하는 능력이 가장 둔해 어느 방향으로 뛰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어설픈 착지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브라질 남동부 대서양 연안의 우림에 서식하는 황금개구리는 초소형 몸으로 올챙이를 거치지 않고 번식하며 풍부한 토양 절지동물을 먹이로 삼는 방식으로 우림 낙엽층 삶에 적응했다. 루이스 히베이루 제공.
황금개구리는 다른 초소형 개구리와 마찬가지로 우림 바닥의 낙엽 속에서 진드기 등 토양 절지동물을 잡아먹고 산다. 웅덩이도 필요 없이 알에서 바로 새끼 개구리가 태어난다. 몸집을 극도로 줄임으로써 새로운 삶터를 개척한 셈이다.
그러나 소형화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자들은 “반고리관의 크기가 줄면서 동작의 각가속도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도 떨어진 것이 그런 한계”라고 밝혔다. 반고리관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 크기가 필요하다. 실제로 수염고래와 사람은 몸집이 수십∼수백 배 차이가 나도 반고리관의 크기는 비슷하다.
연구자들은 “두꺼비만 해도 반고리관이 몸의 평형을 감지하는 능력이 사람과 비슷하다”며 “그러나 황금개구리처럼 작아진 상태에서 평형감각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이 두꺼비와 개구리의 속귀에서 반고리관을 제거한 실험을 했더니 이들도 황금개구리처럼 착지 때 나뒹굴었다.
포식자에 취약한 어설픈 착지 동작과 둔한 기어가는 동작을 보완하기 위해 황금개구리는 대개 피부에 독을 품는다. 루이스 히베이루 제공.
평형 감각이 둔해지면서 착지뿐 아니라 빠르게 기어가는 동작도 어려워졌다. 워낙 몸이 작아 곤충 등 포식자가 많은 황금개구리에게는 큰 위험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황금개구리들은 독성을 띠거나 가시 같은 뼈가 드러나고 경계색을 띠는 등 다양한 방어책을 갖추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작은 초소형 개구리들이 최근 우림의 낙엽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어 이들의 생태가 주목된다(▶새끼손톱 안에 넉넉히 올라앉는 초소형 개구리 발견).
인용 논문: Science Advances, DOI: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