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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미꾸라지 물위에서 잘까, 물밑에서 잘까

등록 2021-12-01 15:11수정 2021-12-07 17:34

[애니멀피플]
물 위에 통나무처럼 뜬 수면자세 58%로 가장 흔해
양식장·실험실 관찰결과 바닥에서 자는 일은 없어
미꾸라지는 창자 호흡을 위해 잠깐씩 수면에 나오는 것 말고도 수면 근처에 나와 토막잠에 빠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꾸라지는 창자 호흡을 위해 잠깐씩 수면에 나오는 것 말고도 수면 근처에 나와 토막잠에 빠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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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이나 늪, 얕은 개울의 펄 속에 묻혀 지내는 미꾸라지는 잠도 바닥에서 잘 것 같지만 뜻밖에도 물 위에 떠서 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꾸라지들은 주로 밤에 눕거나 서는 다양한 자세로 물에 떠 토막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닝 중국 쓰촨 농대 생물학자 등 중국 연구자들은 중국에 서식하는 미꾸라지(영명 큰비늘미꾸라지)를 양식장과 실험실에서 관찰한 결과 “이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에서 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행동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미꾸라지의 특별한 수면법일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저널 ‘응용 동물행동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이 쓰촨 성의 미꾸라지 양식장 4곳과 실험실에서 관찰한 결과 미꾸라지의 수면 행동은 5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다른 물고기처럼 바닥에 편하게 내려앉는 형태는 전혀 없고 모두 물에 뜬 상태로 잠에 빠졌다.

미꾸라지의 5가지 수면 자세. 맨 위부터 수평 자세로 떠 있기, 수평 자세로 눕기, 수평 자세로 옆으로 눕기, 물구나무서기, 서기 등이다. 장 닝 외 (2021) ‘응용 동물행동학’ 제공.
미꾸라지의 5가지 수면 자세. 맨 위부터 수평 자세로 떠 있기, 수평 자세로 눕기, 수평 자세로 옆으로 눕기, 물구나무서기, 서기 등이다. 장 닝 외 (2021) ‘응용 동물행동학’ 제공.

통나무처럼 뜨는 자세가 가장 흔해 58%를 차지했고 이어 머리를 위로 향한 채 물 중간에 선 형태가 24%를 차지했다. 옆으로 눕는 자세도 13%를 차지했다. 그러나 머리를 아래로 향한 물구나무 자세는 3% 배를 위로 수평으로 눕는 자세는 2%로 적었다.

이런 행동은 다량의 미꾸라지를 밀식해 기르는 양식장에서 개체의 1∼3%에서, 실험실에서는 5%에서 나타났으며 낮보다 밤에 더 흔했다. 물에 떠 있는 시간은 대부분 30초 미만이었지만 10분 또는 여러 시간 동안 지속한 개체도 관찰됐다.

연구자들이 이런 행동을 수면으로 추정한 이유는 이 상태의 미꾸라지가 사람이 접근하거나 만져도 즉각 반응하지 않는 등 둔감한 상태였고 아가미로 호흡하는 횟수가 보통 때의 절반 이하로 준다는 점을 들었다. 물고기도 육상 척추동물과 비슷하게 잠을 잔다는 사실이 기존 연구에서 뇌파 변화, 심장 박동 감소, 근육 이완, 감각 둔화 등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미꾸라지 양식장의 모습. 미꾸라지의 잠자는 모습은 밀식 사육하는 양식장에서도 1∼3%가량에서만 나타나 야생에서는 관찰하기 힘들다. 박미향 기자
미꾸라지 양식장의 모습. 미꾸라지의 잠자는 모습은 밀식 사육하는 양식장에서도 1∼3%가량에서만 나타나 야생에서는 관찰하기 힘들다. 박미향 기자

연구자들은 “양식 어민들이 처음엔 미꾸라지가 병이 들어 이런 행동을 하는 줄 알았지만 나중에 건강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험실에서 새끼 때부터 130일 동안 기른 미꾸라지의 생존율은 85%에 이르고 몸이 2배로 커졌다.

그렇다면 왜 미꾸라지는 물에 떠 잠을 잘까. 연구자들은 “바닥에서 벗어나 물에 뜨는 것은 포식자의 눈에 띌 위험이 큰 행동”이라며 “이런 행동은 무언가 생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생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미꾸라지(학명 Paramisgurnus dabryanus)는 우리나라 자생종은 아니지만 이미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티시엠위키 제공.
중국 미꾸라지(학명 Paramisgurnus dabryanus)는 우리나라 자생종은 아니지만 이미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티시엠위키 제공.

미꾸라지는 아가미 호흡에 더해 피부와 장내 호흡을 한다. 연구자들은 “미꾸라지는 산소가 충분할 때도 아가미와 함께 창자 호흡이 필요하다”며 “창자에 공기가 차면 몸의 비중이 작아져 물속에 떠 있을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다양한 수면 자세는 창자 속 공기의 양과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떠 있는 자세는 바닥보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덜 들고 근육을 풀기도 쉽다. 연구자들은 “알에서 깬 새끼가 창자호흡을 시작하는 2주일 뒤부터 수면 행동을 하는 것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또 “이 미꾸라지 말고도 미꾸리과의 다른 종인 미꾸리에서도 같은 행동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꾸리는 우리나라에도 자생하는 어류이다.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풀어놓는 미꾸라지. 우리나라의 미꾸라지도 수면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풀어놓는 미꾸라지. 우리나라의 미꾸라지도 수면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편 이번 연구 대상 미꾸라지는 우리나라에 자생하지는 않지만 최근 중국에서 수입돼 널리 양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환경부는 2019년 이 미꾸라지를 ‘유입 주의 생물’로 지정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외래종으로 퍼져 있다.

그러나 이완옥 순천향대 연구교수(어류학)는 “중국으로부터 미꾸라지 활어와 치어가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어 이 미꾸라지가 국내 하천에서 발견되지 않는다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미꾸리과 어류들이 비슷한 수면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밀식사육이 아닌 자연 상태에서 관찰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기도 양평에서 13년째 미꾸라지 양식을 해 온 류양열씨는 “낮 동안엔 창자 호흡을 위해 가끔 수면 위에 올라오는 것 말고는 바닥에 머물지만, 밤 9∼10시쯤 되면 수면에 올라와 있는 개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DOI: 10.1016/j.applanim.2021.10551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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